함께 강을 건너다

7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바로 오늘부터 내가 너를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보는 앞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세우고,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처럼 너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하겠다. 8이제 너는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에게, 요단강의 물가에 이르거든 요단강에 들어가서 서 있으라고 하여라." 9여호수아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였다. "이곳으로 와서, 주 당신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10여호수아가 말을 계속하였다. "이제 이루어질 이 일을 보고, 당신들은, 살아 계신 하나님이 당신들 가운데 계셔서, 가나안 사람과 헷 사람과 히위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기르가스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여부스 사람을 당신들 앞에서 쫓아내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11온 땅의 주권자이신 주님의 언약궤가 당신들 앞에서 요단강을 건널 것입니다. 12이제 이스라엘의 각 지파마다 한 사람씩 열두 사람을 뽑으십시오. 13온 땅의 주권자이신 주님의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바닥이 요단강 물에 닿으면, 요단강 물 곧 위에서부터 흘러 내리던 물줄기가 끊기고, 둑이 생기어 물이 고일 것입니다." 14백성이 요단강을 건너려고 자기들의 진을 떠날 때에,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백성 앞에서 나아갔다. 15그 궤를 멘 사람들이 요단강까지 왔을 때에는, 마침 추수기간이어서 제방까지 물이 가득 차 올랐다. 그 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요단 물 가에 닿았을 때에, 16위에서부터 흐르던 물이 멈추었다. 그리고 멀리 사르단 근처의 아담 성읍에 둑이 생겨, 아라바의 바다 곧 사해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완전히 끊겼다. 그래서 백성들은 여리고 맞은쪽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17온 이스라엘 백성이 마른 땅을 밟고 건너서, 온 백성이 모두 요단강을 건널 때까지, 주님의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은 요단 강 가운데의 마른 땅 위에 튼튼하게 서 있었다.(수 3:7-17)

출애굽기에서 여호수아기로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일에 동경에서 열렸던 한일선교협의회 때문에 여러분을 못 뵈었습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는데, 수요일에 인천공항에 내리니 감기 기운이 있더니,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검사해 보니 코로나였습니다. 토요일인 어제 아침에 알게 되어서 설교자를 바꿀 수 없었고, 대면으로 설교하려고 하니까 여러분의 감염이 걱정되어서 이렇게 영상으로 증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건강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지지난 주일 본문은 출애굽기였는데, 오늘은 여호수아기입니다. 우리 교회가 사용하는 ‘성서일과’(Revised Common Lectionary)는 지지난 주일까지 총 9주 동안 구약 본문을 출애굽기에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일과 다음 주일은 여호수아기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자손이 종살이하던 땅 이집트를 탈출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에 반해 여호수아기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출애굽기의 지도자는 ‘모세’였습니다. 이에 반해 여호수아기의 지도자는 ‘여호수아’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자손도 광야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세대는 광야에서 거의 다 죽었고, 새로운 세대가 가나안에 들어갔습니다. 이렇듯 출애굽기와 여호수아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모세의 죽음’을 통해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성서의 역사관

사실 ‘성서일과’가 제시했던 지난 주일 구약 본문은 ‘모세의 죽음’을 보도한 신명기 34장이었습니다. 거기를 보면, 하나님은 여리고 맞은쪽에 있는 느보산 비스가 봉우리에 모세를 오르게 하여 그에게 약속의 땅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들의 자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땅이다. 내가 너에게 이 땅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네가 그리로 들어가지는 못한다”(4절). 이 말씀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가나안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 역사는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구원과 심판을 뚜렷이 구분함으로써 역사를 이끌어 가십니다. 구원은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심판은 그 과정마다 결행되는 청산입니다. 다시 말해 역사의 목표는 구원이지만,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심판이 꼭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심판 없는 구원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성경의 역사관입니다. 과거 청산 없는 새 역사는 결국 적폐의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습니다. 새것은 낡은 것이 소멸할 때만 생겨날 수 있고, 철저한 단절이 없으면 분명한 연속도 없습니다. ‘모세의 죽음’은 바로 이것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과거와의 철저한 단절, 낡은 것에 대한 청산을 통한 새 출발, 심판을 통한 구원이라는 ‘역사관’을 성경은 모세의 죽음으로 증언했던 것입니다.

기인한 동거

지난 주일부터 우리는 1층 예배실이 아닌 이곳 2층 상상뜰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2부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은 2부의 존재를 잘 모르실 것입니다. 그 역사는 무려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 교회는 1953년에 창립되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인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던 지난 1983년에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교회파괴 공작을 벌였고, 그 공작에 포섭된 일부 교인이 보안사와 결탁하여 담임목사를 폭행하고 예배를 방해하고 결국 무력으로 교회 출입을 막아서 우리는 무려 6년 동안 중부경찰서 앞에서 노상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또한 그 후로도 만 5년을 기독교회관에서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광야 생활 11년 만인 1996년에 교회로 돌아왔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기이한 동거가 최근까지도 계속됐습니다.

40년 전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국가권력이 법 위에 있어서 법원에서 불법을 자행한 교우의 출입 금지를 명했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법으로 교적에서 제명되고, 사회법으로 출입이 금지된 사람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며 교회를 불법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8년 동안 우리는 이런 비정상을 견뎌왔습니다.

스스로 지은 한계

벼룩에 대한 유명한 실험 이야기가 있습니다. 벼룩이란 벌레의 특징은 자기 몸에 비해 엄청나게 높이 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벼룩 한 마리를 잡아 유리병 속에 넣습니다. 그리고 유리병 중간 부분을 투명한 유리로 가로막아 버립니다. 그러면 벼룩은 뛰어오를 때마다 등이 부딪칩니다. 그러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 마침내 벼룩은 유리 천장 직전 높이까지만 뛰어오른답니다. 조금 더 높이 뛰면 등이 부딪치는 것을 알게 된 벼룩은 아예 더 이상 뛰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유리병 중간 부분의 유리를 치워버립니다. 벼룩의 처지에서 보면 이제껏 자기 세계를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이 제거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벼룩은 마음 놓고 있는 실력껏 높이 뛰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벼룩은 예전에 유리로 막혀 있던 위치 직전까지만 뛴다고 합니다. 벼룩은 투명한 유리가 변함없이 그곳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까닭입니다. 이것은 벼룩이 자기 세계를 유리 천장 이하로 스스로 국한해버린 결과입니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큰 수조를 만들고 물을 채웁니다. 그리고 수조의 한 가운데를 유리로, 이번에는 세로로 막은 뒤 한쪽 편에 물고기들을 넣습니다. 물고기들은 번번이 중간에 막힌 유리에 머리를 부딪칩니다. 분명히 그 너머에도 물이 있는 것이 보이고, 중간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계속 부딪히는 것입니다. 마침내 물고기 역시 중간 넘어가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유리 칸막이가 있는 직전에서 방향을 바꾸어버리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또다시 머리가 으스러질 듯이 부딪칠 것을 잘 아는 까닭입니다. 그때 그 세로 칸막이 유리를 치워버립니다. 그래도 물고기들은 수족관 반 너머를 가려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막대기로 몰아도 예전에 칸막이가 있던 곳 직전에서 돌아서고 맙니다. 물고기들 역시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거기에 여전히 그리고 반드시 있을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 또한 물고기들이 자기 세계를 스스로 수족관 반 이내로 제한해버린 결과입니다.

뜻, 능(能), 때

어찌 보면 자기 세계를 스스로 유리병의 반 이하, 수족관의 2분의 1 이내로 국한해버린 벼룩이나 물고기의 행태가 우리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는 우리가 뜻인가, 능(能)인가, 그리고 때인가를 물으며 견뎌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물음은 아주 오래전에 박노해 시인이 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읽은 것인데,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하려면 뜻과 능(能)과 때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것입니다. 하나님 뜻인지,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는 적절한 때인지를 물어야 하고, 그 물음에 대해 모두 ‘Yes’라는 답을 얻었을 때 추진해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연말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40년 전에 우리 교회에서 있었던 사건이 국가권력에 의한 교회파괴 공작이었다고 진실을 밝혔습니다. 이에 우리는 소위 2부 교인들에게 공작에 동원되어 교회파괴에 앞장섰던 잘못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지금의 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당회는 과거 청산, 철저한 단절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새 역사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강을 건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이집트를 탈출한 지 40년 만에 출애굽 2세대, 광야 세대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첫발을 내디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저들 앞에는 요단강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요단강은 건널 수 없는 강이었습니다. 저들이 요단강을 건너려던 시기는 보리를 거두는 4·5월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북쪽 헬몬산의 눈이 녹아내리고 봄비도 오기 때문에 강물의 수위가 최고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강물의 깊이는 3~4미터 정도가 되고 넓이는 30미터 이상이 됩니다.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수많은 가축이 함께 강을 건넌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건너라”고 명령하십니다. 뜻과 능과 때가 충만했다는 신호일까요? 지도자도 바뀌고, 세대도 바뀌고, 더구나 깊은 강까지 저들을 가로막고 있어서 저들이 자기 한계를 뛰어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들은 과감히 자기 한계를 뚫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그랬더니 홍해가 갈라지듯 요단강이 갈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들은 마른 땅을 밟고 요단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요단강의 물이 언제 멈추었습니까? “언약궤를 맨 제사장들의 발이 요단강 물에 닿았을 때”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나님은 우리가 당신 명령에 따라 일을 시작하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결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강을 건넌다는 것, cross over 한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 속으로 행군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지난 40년의 비정상적인 역사를 바로잡고 이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고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옛날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함께 강을 건넜던 이스라엘 자손들이 요단강의 기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듯이, 우리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첫발을 떼었으니 모두 뜻과 힘을 모아 함께 강을 건너십시다. 그리고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맡기신 사명을 더 충실히 감당합시다. 그날을 희망하면서 오늘의 불편함을 참고 잘 견디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