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세워진 자리

1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여러분을 찾아간 것이 헛되지 않은 줄을, 여러분이 알고 있습니다. 2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우리가 전에 빌립보에서 고난과 모욕을 당하였으나 심한 반대 속에서도 하나님 안에서 담대하게 하나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전하였습니다. 3우리의 권면은 잘못된 생각이나 불순한 마음이나 속임수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4우리는 하나님께 검정을 받아서, 맡은 그대로 복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살피시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5여러분이 아는 대로, 우리는 어느 때든지, 아첨하는 말을 한 일이 없고, 구실을 꾸며서 탐욕을 부린 일도 없습니다. 이 일은 하나님께서 증언하여 주십니다. 6우리는 또한, 여러분에게서든 다른 사람에게서든, 사람에게서는 영광을 구한 일이 없습니다. 7물론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마치 어머니가 자기 자녀를 돌보듯이 유순하게 처신하였습니다. 8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을 사모하여,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목숨까지도 기쁘게 내줄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우리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살전2:1-8)

교회개혁주일과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

오늘은 창조절 아홉째 주일이자 교회개혁주일입니다. 한국 개신교회는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던 1517년 10월 31일을 기념해 10월 마지막 주일로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엄밀히 말해서 종교개혁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교회의 개혁이나 기독교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일반 종교를 아울러 개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개혁 또는 기독교개혁이라고 해야 우리말로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그런 이유로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교회개혁주일’이라고 부르고, 교회가 나가야 할 길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개신교회가 처한 현실은 모두가 잘 아는 것과 같이 참담함 그 자체입니다. 2022년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종교인식조사에서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설문을 한 결과, ‘당신은 개신교에 호감을 느끼는가?’ 하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은 단지 20%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개신교에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62%나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매우 부정적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49%나 되었는데, 이것은 거의 절반의 사람들이 개신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라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연일 보도되는 매스컴이나 소식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비친 개신교회의 이미지는 비이성적, 비상식적, 몰역사적, 배타적, 독선적, 세습, 부패, 차별과 혐오, 성폭력 등의 단어들을 연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개신교회가 사회 변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임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고, 상당수의 사람은 개혁(改革)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퇴출(退出)이나 소멸(掃滅)되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오늘 증언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 개신교회를 개혁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해마다 종교사회학자들이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고, 많은 대안과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숭고한 가치가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고 싶지 않아서 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혐오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개혁은 요원한 것입니다.

데살로니가 교회가 세워진 자리

그래서 저는 오늘 증언을 통해 한국 개신교회의 현실과 전망에 대한 거대 담론을 논하기만 하는 것 보다, 처음 교회가 세워진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 한가지라도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오늘 성서일과가 제시하고 있는 서신서의 말씀은 초기 교회의 모습을 잘 증언하고 있는 데살로니가전서의 말씀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는 최초의 바울 서신이자 오늘날 전해진 신약성서 가운데 가장 먼저 쓰인 최초의 문서입니다. 데살로니가는 그리스의 수도인 아테네로부터 북쪽으로 320km쯤 떨어진 그리스 제2의 도시입니다. 주후 50년경 바울은 제2차 선교여행 중 이곳에 들러 복음을 전했습니다. 복음의 핵심 메시지는 “예수가 그리스도다”(행17:3)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몇몇 유대인”과 “많은 경건한 그리스 사람들”(행17:4)이 개종했고, 데살로니가에 교회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은 선교여행 중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심심치 않게 머물렀던 지역에서 추방을 당해야 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빌립보지역에서 쫓겨나 데살로니가 지역에서 복음을 전했던 바울은 다시금 그곳에서 쫓겨나게 된 것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는 추방당해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던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 교우들의 상황을 무척 염려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던 공동체도 아니고 겨우 시작된 교회 공동체인데, 그 씨앗을 뿌린 사도로서 그들을 직접 돌볼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사도 바울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차 방문을 시도하였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제자 디모데를 데살로니가교회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모데는 뜻밖의 기쁜 소식을 안고 왔습니다. 데살로니가교회 교우들이 너무나도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 1장 6~8절에 보면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6여러분은 많은 환난을 당하면서도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서, 우리와 주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7그리하여 여러분은 마케도니아와 아가야에 있는 모든 신도들에게 모범이 되었습니다. 8주님의 말씀이 여러분으로부터 마케도니아와 아가야에만 울려 퍼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여러분의 믿음에 대한 소문이 각처에 두루 퍼졌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을 두고는 우리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가 세워진 자리에서 시작된 변화

사도 바울이 염려했던 상황과는 달리 데살로니가 교인들의 그런 삶은 마케도니아와 아가야에 있는 모든 신도에게 모범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의 믿음의 소문이 그런 경계를 넘어 각처에 두루 퍼졌습니다. 마치 호수 한복판에서 일어난 물결이 동심원을 이루며 호숫가로 번져가는 것 같이 퍼져나간 것입니다. 데살로니가 교인들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에게 깊은 감화를 주었습니다. 그들은 초대교회 교인들이 지향해야 할 믿음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당시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와 ‘예수 그리스도’ 둘 중에 누구를 나와 우리의 ‘주님’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의미했고, 그것은 목숨을 건 대가(代價)를 치러야 하는 선택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초대교회는 끊임없이 박해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믿음의 모범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데살로니가교회가 이렇게 믿음의 모범이 될 수 있던 것은 바울의 뜨거운 선교적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2장 7~8절을 보면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7물론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마치 어머니가 자기 자녀를 돌보듯이 유순하게 처신하였습니다. 8우리는 이처럼 여러분을 사모하여,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목숨까지도 기쁘게 내줄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우리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애틋한 마음으로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향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마다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1장 2절에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 주일 환우들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기도하는 것처럼, 기도할 때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마음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아주 든든한 끈이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신앙인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입니다.

오늘 본문과 데살로니가전서를 통해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첫째,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에 행한 것과 같이 매 순간 기도하고, 기억하는 사랑의 연대가 복음을 지키는 굳건한 힘이라는 것입니다. 갈수록 교회가 어려움에 부닥치고 신앙의 힘이 위협받는 이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실입니다. 둘째, 데살로니가교회와 같이 복음을 따라 진실하게 살아가는 교회 자체가 하나님 나라를 확산시키는 선포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신앙의 모범이 되면 존재 그 자체로 몫을 다하는 교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가보면, 우리 교회 깃발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찾아와 인사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교회 깃발을 보니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고 앞으로도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매주 기후위기를 위해 감당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에게는 아주 미미해 보일 때가 많지만, 우리 교회를 보고 도전받고, 힘을 얻고 돌아가는 많은 교회와 신앙인들이 있기에 우리에게 맡겨진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며 굳건히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초대교회가 세워진 자리는 로마의 횡포 아래 살아가던 고통의 자리, 아무것도 기대할 것 없던 절망의 자리, 바로 그런 자리였습니다. 처음 세워진 그 교회가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면 오늘의 교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데살로니가교회가 믿음의 모범을 보이며 굳건히 자리했기에 곳곳에 뿌려진 믿음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굳건한 교회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세워진 자리에 위로가 머물고, 사랑이 채워지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희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퍼져나가서 마케도니아와 아가야 지역에 퍼지고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이 용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개혁, 기독교의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믿음의 모범이 교회들로 퍼져나가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의 연대를 통해서 그 마음이 전해질 때, 그리고 그 사소한 실천과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서 물결이 되어 확산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가 세워진 자리, 우리가 연대하며 세워가는 그 현장을 통해서 교회개혁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이태원에서, 또 시청 앞 분향소에서 울음을 삼키며 꿋꿋하게 싸워 온 유가족들이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바뀐 것이 없습니다. 피켓을 들고 행진을 하고, 땡볕과 장마 속에서 삼보일배해도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속절없는 시간이 참사의 슬픔을 사람들의 기억 밖으로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참사 초기 반짝 관심을 두다가 금방 꺼져버렸던 언론의 관심,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쟁만 하다가 너무 늦어버린 국회, 책임자들에게 전부 다 면죄부를 주는 재판부, 무엇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기각은 결국 10.29 참사는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리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선언한 셈이 되었습니다. <노동재해 트라우마>라는 책에서 인권연구소 ‘창’ 엄기호 선생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한 사회의 수준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불운’을 당했을 때 그 불운을 개인의 불운으로 남겨두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역량에 달려있다. 사회가 공동으로 같이 책임지려고 하는 것이 사라질 때 모든 책임은 책무가 되어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누군가가 불운을 당했을 때, 누군가가 고통받을 때 가장 먼저 그 문제를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바로 우리 신앙인들과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러하고, 교회가 세워진 자리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기도하며 사랑의 연대를 감당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값없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신문에 기고된 글 하나를 보았습니다. 그 글은 <10월의 엄마에게, 4월의 엄마가>라는 제목의 편지글이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의 어머니 박은희 님이 이태원 희생자 오지연의 어머니 임은주 님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예은이 엄마는 올해 3월부터 세월호 예배를 드릴 때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체 이름을 낭독하고 3명씩 사연을 읽게 되었는데 5월 순서지에 실린 오지연 님의 사연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안타깝게 자식을 잃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알기에 꾹꾹 눌러온 1년의 슬픔이 터져 나오는 1주기에 맞춰 눈물 담은 위로의 손편지를 적은 것입니다. 편지의 내용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지난 10년 세월호 유가족들이 길 위에서 잠을 자며 불편해도, 경찰의 폭력에 온갖 설움이 몰려와도,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의 더러운 혐오의 말에 상처를 입어도, 믿었던 국가와 정치인들의 배신과 방해에 절망해도 참고 견디며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는 제대로 기억되는 것이고 그나마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을 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여러 참사가 일어나면서 눌러왔던 불편함, 설움, 상처, 절망 등이 쓰나미처럼 세월호 유가족을 덮쳤습니다. 넋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5월의 어머니들(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니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은 몇 번의 고통의 쓰나미를 겪었을까. 세월호를 보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목에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현수막을 걸었을까. 그 마음을 헤아리며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난 10년의 시간 중 가장 힘든 시간을 꼽으라면 1주기 때입니다. 2015년 2월부터 부모들은 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잘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늘 북적이던 분향소 대기실조차 적막했습니다. 대신 가정마다 1년 전처럼 곡소리가 났습니다. 아이의 사진과 유품을 안고서 1년 동안 정신없이 싸우느라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니 제가 지연 어머님께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부디 잘 버텨주시라고, 너무 많이 몸과 마음 상하게 하지 마시라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하늘과 먼저 간 우리 아이들이 이 일의 되어감을 지켜보고 있고 언제든 함께 힘 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특별히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끝까지 함께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린 꼭 해낼 겁니다.

4월의 엄마 유예은 엄마.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요? 이보다 더 깊은 연대가 있을까요? 5월의 어머니가 4월의 엄마에게, 4월의 엄마가 10월의 엄마에게 전하는 위로는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기억하고 함께하고 있다. 그러니 힘을 내라’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결코, 홀로 아파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입니다. 아픔을 경험한 이가 지금 아픔 가운데 있는 이에게 전하는 위로와 동행은 우리 교회가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고난의 연대’입니다.

아픔의 자리 - 교회가 설 자리

교회가 세워진 자리, 교회가 설 자리는 바로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아픔이 있는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고, 아픔이 있는 곳이 몸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라고 늘 말해왔던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섬돌향린교회를 목회하던 임보라 목사입니다. 그는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빈민, 어린이,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차별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픔에 늘 함께하며 연대했던 분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1월 그는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록 그가 떠났지만, 그가 주장했던 “아픔이 있는 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이다”하는 그 말은 많은 이들이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시인 정세훈은 <몸의 중심>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몸의 중심으로 /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쉬는 폐가 아니다 /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되는 / 상처 난 곳

그곳으로 / 온몸이 움직인다

몸의 중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뇌나 폐나 심장이 아니고 상처 나고 아픈 곳이라는 사실은 교회가 향해야 할 곳, 교회가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전합니다.

교회가 온전히 바로 서기를 원한다면 세상의 중심, 몸의 중심에 교회가 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곳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고, 숨 쉬는 폐도 아니고, 피 끓는 심장도 아닙니다. 그곳은 바로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아픈 곳입니다. 우리 교회가 그 아픔에 가장 먼저 연대하는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로 나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