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시면…

12모세가 주님께 아뢰었다. “보십시오, 주님께서 저에게 이 백성을 저 땅으로 이끌고 올라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누구를 저와 함께 보내실지는 저에게 일러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저를 이름으로 불러 주실 만큼 저를 잘 아시며, 저에게 큰 은총을 베푸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3그러시다면, 제가 주님을 섬기며, 계속하여 주님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부디 저에게 주님의 계획을 가르쳐 주십시오. 주님께서 이 백성을 주님의 백성으로 선택하셨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14주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친히 너와 함께 가겠다. 그리하여 네가 안전하게 하겠다.” 15모세가 주님께 아뢰었다. “주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시려면, 우리를 이곳에서 떠나 올려보내지 마십시오. 16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시면, 주님께서 주님의 백성이나 저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므로, 저 자신과 주님의 백성이 땅 위에 있는 모든 백성과 구별되는 것이 아닙니까?” 17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잘 알고, 또 너에게 은총을 베풀어서, 네가 요청한 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마.”(출 33:12-17)

모세의 백성?

지난 주일에는 금송아지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이 몸소 돌판에 기록한 율법과 계명을 받으려고 시내산 위에서 밤낮 사십 일을 머무는 동안, 산 아래서는 모세를 기다리다가 불안감에 빠진 백성들이 아론에게 신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는 “신상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의 제2계명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서 내려가 보아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출 32:7). 이 말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지금 하나님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을 ‘너의 백성’ 즉 ‘모세의 백성’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이 호렙산에서 ‘불이 붙었으나 타서 없어지지 않는 떨기’ 가운데서 ‘불꽃’으로 나타나 모세에게 하셨던 말씀과 다릅니다. 그때 하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나의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또 억압 때문에 괴로워서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고난을 분명히 안다. 이제 내가 내려가서 이집트 사람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구하여, 이 땅으로부터 저 아름답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려고 한다”(출 3:7-8) 그리고 모세에게 “이제 나는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나의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출 3:10). 그러니까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의 백성이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을 받아 그들을 이집트에서 끌어낸 동역자였습니다.

고집이 세지 않은 하나님

그런데 하나님은 지금 이스라엘 백성이 당신 백성이 아니고 모세의 백성이라고 합니다. 왜? 그들의 재빠른 배신 때문입니다. 계약 체결 후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말아라. 내가 노하였다. 내가 그들을 쳐서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출 32:10).

이에 모세는 애원하면서 하나님을 설득합니다. 먼저 “이집트 사람이 ‘그들의 주가 자기 백성에게 재앙을 내리려고, 그들을 이끌어내어 산에서 죽게 하고, 땅 위에서 완전히 없애 버렸구나’ 하고 말하게 하려 하십니까?”라는 말로 설득합니다(출 32:12). 이어서 모세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에게 하셨던 약속, “내가 너희의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약속한 이 모든 땅을 너희 자손에게 주어서, 영원한 유산으로 삼게 하겠다”고 하셨던 약속을 기억해 주십사고 애원합니다(출 32:13). 모세의 간구를 듣고 하나님은 내리시겠다던 재앙을 거두십니다.

이렇듯 하나님은 재앙을 거두셨지만, 화가 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당신은 함께 올라가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왜? 저들이 고집이 센 백성이므로 하나님이 함께 가다가 다시 화가 나서 아주 없애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여기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본문 12절 이하를 보면 모세는 하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저를 이름으로 불러 주실 만큼 저를 잘 아시며, 저에게 큰 은총을 베푸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다면, 제가 주님을 섬기며, 계속하여 주님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부디 저에게 주님의 계획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말은 자기에게 큰 은총을 베푼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하는 것이고, ‘천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동행해 달라’는 말입니다.

이에 하나님은 하는 수 없이 “내가 친히 ‘너’와 함께 가겠다”고 당신 계획을 바꾸십니다. 그런데 모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동행하겠다고 한 대상이 너, 즉 모세 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버팁니다. “주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시려면, 우리를 이곳에서 떠나 올려보내지 마십시오”(15절). 이 말이 무슨 말입니까?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백성 전체’와 동행하며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안 가겠다, 아니 못 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모세는 ‘너와 함께 가겠다’라는 선언을 ‘우리와 함께 가 달라’는 요구로 바뀌었습니다.

아베 피에르 신부는 사람을 신자와 비신자로 나누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기준은 ‘홀로 만족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공감하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의 고통 앞에서 등을 돌리는 사람’인지 ‘고통을 나누려는 사람’인지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홀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모세의 그런 간절함이 하나님의 마음을 돌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잘 알고, 또 너에게 은총을 베풀어서, 네가 요청한 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마”(17절). 이 말은 하나님이 백성들과 동행하시겠다는 말입니다. 결국, 하나님은 모세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고집을 꺾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고집 센 백성이라 불렀지만, 당신은 고집 센 하나님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나’에서 ‘우리’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고집 센 백성이지만, 하나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가 신의 형상을 만들면, 그때부터 신은 동적(動的)이 아니라 정적(靜的)이 되고,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고, 부드럽지 않고 딱딱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 신은 죽은 신입니다. 죽은 신은 생명이 없고, 생명 없는 신은 절대로 우리를 살릴 수 없습니다. 죽은 문자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좋으신 하나님은 고집이 세지 않습니다. 우리의 청이 정당하다면 기꺼이 당신의 고집을 꺾으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불의한 현실 앞에서 절망만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모세처럼 잘못된 현실의 개선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돌이키도록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청의 내용은 ‘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잘되기가 아니라, 우리가 잘되기를 청해야 합니다. 나 홀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하는 사람, 그가 참 신앙인입니다.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는”(롬 12:15) 사람이 참 신앙인입니다.

오늘 우리가 야외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함만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이해해서 나에게서 우리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야외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이 연결되고, 서로가 더 끈끈하게 연결되어 ‘우리’라는 공동체로 발전하는 큰 은혜 누리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