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는다

1그러면 내가 묻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버리신 것은 아닙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베냐민 지파에 속한 사람입니다. 2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29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마운 선물과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 30전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던 여러분이, 이제 이스라엘 사람의 불순종 때문에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31이와 같이, 지금은 순종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여러분이 받은 그 자비를 보고 회개하여, 마침내는 자비하심을 입게 될 것입니다. 32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않는 상태에 가두신 것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 (롬 11:1-2a. 29-32)

무더위보다 우리를 더 열받게 하는 대통령

아직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서 무덥지만, 입추(立秋)가 지난 지 조금 되었고 이제 곧 처서(處暑)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해가 넘어가면 그래도 살만해졌습니다. 이번 여름은 누구나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낄 만큼 무더워서 더위를 견디는 것만도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올여름에는 될 수 있으면 증언을 쉽게 하려고 했습니다. 무더위에 교회에 오는 것만도 힘든데, 와서 어렵거나 골치 아픈 설교를 들으면 힘이 더 들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듣고 너무 ‘열’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축사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가 제 마음을 대변하는 ‘다섯 글자 논평’을 냈습니다. “욕.도.아.깝.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3월 20일에 전주 풍남문을 시작으로 전국 14개 교구에서 총 16차에 걸쳐 ｢월요시국기도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14일)에 서울 숭례문에서 ｢월요시국기도회｣ 폐막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거기서 발표된 성명서 제목이 “이것이 인간인가”였습니다. 그중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가든 말든 호화 쇼핑을 즐기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노선을 변경해서 사익을 챙기는 탐심(貪心). 거슬린다 싶으면 벌컥 화부터 내고 파렴치의 범법자로 몰아 잔인하게 짓밟아 버리는 진심(嗔心_성내는 마음). 역겨운 짓을 저질러 놓고도 얼굴조차 붉힐 줄 모르는 마비된 양심, 치심(痴心_어리석은 마음). 그의 세 가지 독한 마음이 하늘과 땅, 사람을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괴롭히고 있다. 하느님 모상으로 태어났으면서 그 영광을 빛내지 못하는 그가 딱하고, 못난 사람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질질 끌려다니는 우리 신세가 불쌍하다.

신부님들은 욕도 참 품위 있게 하지요? 탐욕과 포악 그리고 몰염치가 우리 대통령의 성품이랍니다. 그리고 “천사보다 존귀할 수 있지만 짐승만도 못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명심하라”면서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명령’이라면서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준엄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명령합니다.

아무튼, 올여름에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일로 무더위보다 우리를 더 열 받게 했습니다. 특히 지난 주간에 있었던 일련의 일들—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15일), “윤 정권과 국민의 힘 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할 것이면 한국 총선에 영향이 적은 시기에 빨리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는 16일 아침 아사히신문 기사, 대통령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해촉(17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18일) 결과 등, 한 문제에 대해 미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도 전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정권은 한 이슈를 다른 이슈로 덮는 참 희한한 정권입니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이요 설상가상(雪上加霜)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서명운동과 청원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개 이상도 합니다. 1인 시위도 해야 하고, 촛불 행동에도 참여해야 하고, 오늘도 주일 오후에 쉬지도 못하고 기도회하고 우산 시위도해야 합니다. 정말 국민 노릇 하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창세기가 아닌 로마서 본문

이러한 오늘 ‘창세기’가 아닌 ‘로마서’ 말씀을 본문으로 골랐습니다. 우리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RCL)가 제시하고 있는 구약 본문은 창세기 45장 1절로 15절 말씀인데, 이 본문은 창세기 37장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성조(聖祖) 요셉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합니다. 이집트의 총리가 된 요셉이 자기를 팔아넘긴 형들에게 자기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장면입니다. 요셉의 말을 들어볼까요?

5b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팔아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 8a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창 45:5b.8a)

이 말씀으로 제가 이미 두 차례나 증언했습니다. 2019년 10월에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2022년 2월에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제목으로. 그런데 오늘 서신서 본문을 보니 제가 한 번도 증언하지 않은 본문이어서 로마서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 증언의 연장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선 두 증언의 핵심을 복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

제가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요셉 이야기를 해석하기 위해 선택한 성경 말씀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개역개정)라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단어가 둘 있는데, 하나는 ‘모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입니다. 먼저 ‘모든 것’ 안에는 좋은 것은 물론이고 나쁜 것도 제외되지 않습니다. 즉, 성공, 승리, 행복, 기쁨, 즐거움, 희망, 건강 등 좋은 것만 우리를 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실패, 좌절, 불행, 슬픔, 괴로움, 절망, 질병 등 나쁜 것까지도 서로 협력하고 작용해서 종국에는 우리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선으로 이끈다는 것이 바울의 고백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하고,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에서 “사랑하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즉 계속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과거에 하나님을 사랑했던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자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말합니다. 즉, 현재 어떤 형편과 처지에 놓여 있든지, 객관적인 삶의 모든 조건에 상관없이 지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비록 지금 고난 중에 있을지라도, 그리고 그 고난을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런데도 한결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사랑할 수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실로 요셉은 ‘그런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다음으로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제가 주목했던 것은 하나님이 단 한 번도 요셉 앞에 가시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야곱은 꿈에서 하나님을 보았고, 목소리도 들었고, 심지어는 하나님과 씨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그런 체험이 전혀 없습니다. 이렇듯 요셉은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하지 못했으면서도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본회퍼 목사는 요셉과 같은 사람을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산 신앙인이라고 말합니다. 실로 요셉에게는 하나님이 안 계신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중대한 위기와 극심한 환란 속에서도 그는 하나님을 신뢰했습니다. 요셉이 보여준 이러한 태도는 비록 그에게 하나님은 ‘없었지만’ 늘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고통 중에 있다고 해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축복을 누리고 있다고 해서 교만하지 않았습니다. 실로 그는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살았습니다.

본회퍼 목사는 ‘어른이 된 세상’에서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없이’ 사는 기독교 신앙을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되, 하나님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조르지 않고, 그런 기대도 하지 않고 사는 것을 가리킵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본회퍼 목사는 하나님이 해주기를 바라는 바로 그것을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가 하나님인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심지어는 하나님도 하시지 않을 거라고 믿고, 내가 하나님인 것처럼 행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없이 산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이것은 우리더러 하나님이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지금 이 땅에 계신다면 하셨을 것 같은 일을 내가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어른이 된 세상을 관리하는 일을 하나님이 어른이 된 나에게 맡기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라는 제목의 설교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습니다.

뭔가를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빌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할 수는 없습니까? 하나님이 여기 계셨으면 하셨을 일을, 하나님이 우리가 놓인 상황에 계셨으면 분명히 하셨을 일을 우리가 할 수는 없습니까? 이것은 기독교인으로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니면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실 수 없다는 믿음으로, 그래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 속에는 하나님은 안 계신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이 하셨을 일을 우리 자신이 하는 것, 그 일을 ‘없이 계신’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어른이 된 세계에서 어른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월요시국기도회｣ 폐막 미사에서 발표된 성명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울고불고 매달리며 하느님을 부려 먹는 고약한 짓도 그만두기로 하자. 신앙의 모순도 거기에 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바는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구하고, 찾고, 두드려서 이룰 것을 마침내 이루는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하고자 한 말도 ‘어른이 된 세상’에서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없이’ 사는 기독교 신앙입니다.

이는 제가 ‘야곱의 혼인 이야기’를 다룬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몇 주 전 증언에서 한 말이기도 합니다. “때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지 않고 우리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침묵 속에서도 당신의 방법대로 일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은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됩니다.” 이것이 그 증언의 주제였습니다.

은혜와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는다

오늘 증언 제목을 “은혜와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본문 29절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비록 로마서 11장에서 바울이 관심하고 있고 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른 것이지만, “은혜와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는다”라는 말 자체는 바울이 로마서에서 ‘복음/기쁜 소식’이 무엇인지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은총에 의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 (justification by grace through faith)는 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로마서에 대해서 연속으로 증언했을 때 누누이 강조했던 것처럼 “은총에 의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말은 “예수 믿으면 천국 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 말은 우리 자신이 어떻게 변화되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말입니다. 바울의 관심은 언제나 현세(現世)였지, 내세(來世)가 아니었습니다.

로마서의 큰 주제는 한 마디로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입니다. 하나님의 꿈은 하나님의 ‘뜻’(will)이, 하나님의 ‘의’(righteousness)가, 하나님의 ‘정의’(justice)가 하늘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실현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꿈은 죄와 불의로 고통받는 인류를 ‘미래’에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데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를 ‘지금 여기서’ 죄와 불의에서 해방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 방법이 “은총에 의해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복음이요, 기쁜 소식이요, Good News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첫째, 성경에서 “의”(righteousness)와 “정의”(justice)는 동의어입니다. 따라서 바울이 말한 “의롭게 된다”는 말은 “정의롭게 된다”는 말로 바꿔 읽을 수 있고, 또 반드시 바꿔 읽어야만 합니다.

둘째, 은총과 은혜 그리고 선물은 그리스어로 ‘카리스’(charis)입니다. 은총과 은혜는 ‘값없이 거저 주는 선물’(free gift)을 뜻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값없이 주시는 선물 같은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값없이 제공하시는 것(free offer)만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 됩니다. 이 받아들임이 바로 ‘믿음’입니다.

셋째, 하나님은 ‘무엇을’ 우리에게 값없이 거저 제공하실까요?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그것이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케노시스 그리스도론’을 통해 주장한 바요, 요한이 ‘인카네이션’을 통해 그리고 마태와 누가가 ‘임마누엘’을 통해 주장한 바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값없이 거저 제공하십니다. 그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요 정의의 하나님이기에 우리가 그 하나님을 우리 안에 받아들이면 우리 자신이 하나님처럼 사랑과 정의의 화신이 되어 세상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은총에 의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말은 “하나님이 당신 자신을, 당신의 본성인 사랑과 정의를 값없이 거저 내어주실 때 우리는 그것을 기꺼이 믿음으로 받아들여 사랑과 정의의 사람으로 변화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뜻’ (will)이, 당신의 ‘의’(righteousness)가, 당신의 ‘사랑’과 ‘정의’(justice)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실현되게 하신다는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따라서 ‘은혜’와 ‘부르심’은 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한 동어반복이고, 하나님이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셔서 우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은혜와 부르심은 단 한 번도 철회된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하나님이 아니고, 우리입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하나님은 마치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계시면서 당신 자신을 값없이 거저 우리에게 제공하십니다. 단지 우리는 그 사랑과 정의를 받아들이면 됩니다. 받아들여서 하나님이 꿈꾸는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늘 하나님만 탓합니다.

우리가 문제이고 답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 하나님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적폐 청산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줬는데,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이라는 진짜 적폐 청산을 팽개치는 바람에 청산됐어야 하는 적폐보다 더 지독한 적폐에 정권을 내준 것 아닙니까? 그러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우리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요.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앞서 소개한 ｢월요시국기도회｣ 성명서에서 신부님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고, 생명도 한 사람을 통해서 왔다(고전15:21)는 말씀은 참으로 옳다. 우리는 아담 안에서 다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살게 됐다는 이치를 믿는다. 윤석열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면, 마찬가지로 너와 나 ‘하나’로 말미암아 새로워질 수 있다. 너와 내가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한 바닥을 치고 도약할 기회는 남아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것으로 끝이다.

결국, 우리가 문제이고, 우리가 답입니다. 우리가 못 푼 문제, 우리가 덜 푼 문제 우리가 답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제2차 기도회｣를 엽니다. 이게 다 우리 교회가 주도해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꼭 참석하셔서 정의로운 세상 만드는 일에 힘 보태시기를 바랍니다.

인디언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고 하지요? 우리도 새 하늘 새 땅이 올 때까지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 힘을 하나님이 공기처럼 우리에게 값없이 거저 공급하십니다. 신의 약속은 파기될 수 없습니다. 은혜와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의 응답만 남았습니다. 힘냅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