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이레

1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그를 부르셨다. 2"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거라. 내가 너에게 일러주는 산에서 그를 번제물로 바쳐라." 3아브라함이 다음 날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나귀의 등에 안장을 얹었다. 그는 두 종과 아들 이삭에게도 길을 떠날 준비를 시켰다. 번제에 쓸 장작을 다 쪼개어 가지고서, 그는 하나님이 그에게 말씀하신 그곳으로 길을 떠났다. 4사흘 만에 아브라함은 고개를 들어서, 멀리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6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장작을 아들 이삭에게 지우고, 자신은 불과 칼을 챙긴 다음에, 두 사람은 함께 걸었다. 7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물었다. "불과 장작은 여기에 있습니다마는,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8아브라함이 대답하였다. "얘야, 번제로 바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손수 마련하여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걸었다. 9그들이,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곳에 이르러서, 아브라함은 거기에 제단을 쌓고, 제단 위에 장작을 벌려 놓았다. 그런 다음에 제 자식 이삭을 묶어서,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다. 10그는 손에 칼을 들고서, 아들을 잡으려고 하였다. 11그 때에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고 그를 불렀다. 12천사가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아라! 그 아이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아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도 나에게 아끼지 아니하니, 네가 하나님 두려워하는 줄을 내가 이제 알았다." 13아브라함이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수풀 속에 숫양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뿔이 수풀에 걸려 있었다. 가서 그 숫양을 잡아다가, 아들 대신에 그것으로 번제를 드렸다. 14이런 일이 있었으므로, 아브라함이 그 곳 이름을 여호와이레라고 하였다. (창 22:1-14)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성령강림 후 다섯째 주일인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은 성경 이야기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이고, 동시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한 이야기’인데, 그 시험의 내용은 다름 아닌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하나님의 명령도 이해하기 힘든데,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한 아브라함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뒤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는 시험이 ‘왜’ 있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실마리입니다. 여기서 ‘이런 일’이란 아브라함이 가정적으로는 물론이고 재정적·사회적·정치적인 모든 면에서 축복을 누리고 있던 상황을 가리킵니다. 즉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을 때 그를 시험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왜 굳이 그때 아브라함을 시험하셨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역경이 닥치면 하나님을 찾게 마련입니다. 역경 속에서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건이 좋아지면 영적으로 나태해질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이 없다 보니 하나님께 의지하는 마음도 느슨해지고 하나님을 찾는 일도 드물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브라함이 재물이 많고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을 누리며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을 모르는 체하고 살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외아들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절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면서, 그냥 이삭이라 하지 않고 구태여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이라고 한 것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지나치게 애착하고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삭에 대한 아브라함의 애착은 이해할 만합니다. 25년을 기다린 끝에 나이 백 살에 얻은 아들이니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삭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은 온통 아들 이삭으로만 가득 차게 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하셨던 것입니다.

사람은 시험받기 전까지는 자기가 하나님이 아닌 그 무엇에 또는 그 누군가에게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브라함 역시 그랬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죽이라고 하셨지만, 사실 하나님은 이삭을 죽일 의도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 1절은 그 명령이 ‘시험’이었음을 먼저 밝히고 있습니다. 그 명령은 “나보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적합하지 않고, 나보다 아들이나 딸을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게 적합하지 않다”(마10:37)는 예수님 말씀과 맥락이 같습니다. 즉,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라’는 말은 ‘네가 나보다 더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쳐라’는 뜻입니다. 이 명령은 ‘누구를 택할 것이냐? 나냐, 아니면 이삭이냐?’가 아닙니다.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관계에 관해 묻는 것입니다. 곧 아브라함의 ‘우선적 사랑’이 누구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마6:33)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먼저냐가 중요합니다. 하나님 사랑이 우선해야 올바른 자녀 사랑이 뒤따라옵니다.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지금 외아들 이삭이 아브라함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면서 하나님은 변두리로 물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함으로써 당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동시에 아브라함의 믿음이 하나님 백성의 본보기로 우뚝 서게 하시고자 했던 것입니다.

무조건적 순종?

많은 사람이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망설이거나 저항하지 않고 즉시 복종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경 본문을 보면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아브라함은 소돔을 위해서 빌 때 대담할 정도로 하나님께 자기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브라함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하나님의 명령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모리아 땅을 향해 떠났다고 3절은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3절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 순서를 생각하면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나귀에 안장을 얹는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두 종을 부르고 그런 다음 아들을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떠나는 일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떠났다는 말은 안 나오고 아브라함이 종과 이삭을 옆에 세워놓고 엉뚱하게도 장작을 쪼갰다는 말이 나옵니다. 왜 떠나려는 마당에 장작을 쪼갤까요? 이것은 그의 마음이 어수선하고 뒤죽박죽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순간이지만 아들을 도망치게 하고 싶은 마음과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뒤범벅되었을 것입니다.

순간적이지만 아브라함이 아들을 멀리 도망치게 했을 거라는 견해는 나귀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초대 전통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지내러 갈 때는 걸어갔습니다(출3:18). 아브라함도 그랬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과 두 종을 데리고 모리아 땅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나귀를 대동했지만 누가 탔다는 말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은 아브라함이 나귀 등에 안장을 얹었다는 점입니다. 안장은 사람이 나귀를 편히 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한순간이지만)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멀리 도망 보내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기를 주저했던 아브라함은 결국 본인이 직접 장작을 쪼갭니다. 노구에다 천 명이 넘는 하인들이 있는데도(14:14) 말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그리고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온전한 순종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명령받은 그 자리에서 즉시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4절이 “사흘 만에 아브라함은 고개를 들어서, 멀리 그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라고 전하듯이 걸어서 사흘 걸리는 모리아 땅으로 가서 하나님이 지시하는 산에 올라가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명령은 의도적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바라시는 순종은 충동적인 것도, 맹목적인 것도, 강제성을 띤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마음을 준비하고 자발적인 순종을 하도록 3일이란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만일 아브라함이 추호의 의문이나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명령을 수행했다면, 그는 ‘믿음의 조상’이 아니라 ‘광신자’였을 것입니다. 맹목적 신앙에는 의심이나 의문이 없기에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그 뜻을 따릅니다. ‘맹목적 신앙은 의문이나 의심이 없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건강한 신앙은 의심이나 의문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인생의 고통과 좌절 또는 상처를 받으면서 한 번쯤 가져보는 하나님에 대한 의심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당연합니다. 만일 한 번도 하나님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아직 그럴 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쯤은 믿음이 휘청거리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그도 수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하나님과 씨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하나님께 의문을 제기하고 그분과 씨름하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이 곧 믿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어느 신부님의 체험입니다. 한번은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고해성사를 청했습니다. 그는 전날 밤 하나님께 너무나 화가 나서 밤새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저주하고 욕까지 하더니 아침이 되자 죄책감이 밀려왔던 모양입니다. 간밤에 자기가 한 짓 때문에 지옥에라도 가면 어쩌나 두려움에 떨면서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이 저를 용서하실까요? 하나님을 저주하고 욕까지 퍼부은 저를요.” 신부님이 그 환자에게 물었습니다. “사랑의 반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환자가 대답했습니다. “미움이겠죠.” 그러자 신부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입니다. 형제님은 하나님께 무관심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밤새도록 정직하게 형제님의 마음을 그분께 보여드렸습니다. 어젯밤 형제님이 하나님께 한 행동을 신앙의 선조들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바로 ‘기도’라고 합니다. 형제님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기도를 드린 겁니다.”

아브라함에게 모리아 땅으로 가는 3일 여정은 편안한 길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내면에 떠오른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생각과 느낌, 사랑하는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하는 고통을 극복하며 나아가는 투쟁의 길이요, 기도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라, 그 명령을 내리신 하나님께 시선을 두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 하나님은 ‘에벤에셀의 하나님’이었습니다. ‘에벤에셀’은 “여기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이 도와주셨다”는 뜻입니다(삼상 7:12). 그렇습니다.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라함을 처음 부르실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그를 인도하고 도우셨습니다. 그 선하신 하나님에게 시선을 두니, 여전히 하나님의 명령은 이해할 수 없지만, 명령을 내리신 하나님은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선하신 하나님이 내리신 명령이니 그 명령의 결과도 선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문제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었던 것입니다. 우리 마음이 산란한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보기보다 문제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사람은 세상이 요동을 쳐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에 대한 기억이 믿음의 근원입니다. 이처럼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기억함을 통해 아브라함은 온전한 순종을 하기에 이릅니다.

나에게 이삭은 무엇인가?

시간 관계상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으로 넘어갑니다. 우리에게 이삭은 무엇입니까? 하나님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 내가 최고로 여기는 것, 그래서 그분이 요구하실 때 내놓기가 힘든 것은 무엇입니까? 사랑하는 자녀? 사랑하는 사람? 이제껏 심혈을 기울여 온 사업? 유명 대학에서 받은 학위? 피땀 흘려 모은 재산? 현재 누리고 있는 명예나 권력, 아니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자아(ego)? 방금 언급했던 것들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일치를 방해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이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삭은 우리가 움켜쥐려 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가진 잘못된 태도입니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 것인데 우리 것이라 여기는 그릇된 태도가 바로 이삭입니다.

다시한번 자문해 보십시오. 무엇이 이삭입니까? 그것이 무엇이든 내 것이라 생각하는 태도가 이삭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것이라 간주한다면, 언제 하나님이 그것을 갖고 가실지 몰라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애착하다가 모리아 시험을 당한 것처럼 내가 애착하는 것을 하나님이 언제 다시 달라고 할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 것이라는 점을 철저히 인정하면 아파하거나 힘들어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온전히 현재를 살라!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고자 두 차례 ‘가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첫 번째 ‘가라’는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한 명령으로,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하나님이 보여주는 땅으로 가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래와의 단절을 요구한 명령으로, 미래의 보장인 이삭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하나님이 일러주는 산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과거와 미래와 단절되고 나면 아브라함에게 남는 것은 현재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한테도 현재를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랬듯이 우리의 과거를 돌보아 주셨고, 미래도 준비해 주십니다. 또, 아브라함처럼 우리한테도 두 가지 단절을 요구하십니다. 과거 및 미래와의 단절을 통해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온전히 현재를 살라고 하시는 것은 당신이 일상도(日常道)의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있는’(I am) 하나님이지, ‘있었던’(I was) 하나님이거나 ‘있을’(I will be)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일상도의 영성,’ 다시 말해 ‘온전히 현재를 살라’는 가르침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강조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해야 하는 까닭은 하나님의 두 이름, ‘에벤에셀’과 ‘여호와이레’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에벤에셀 하나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돌보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의미의 호칭이요, ‘여호와이레 하나님’은 미래에도 하나님이 계속 돌보아 주실 것임을 굳게 믿는다는 의미의 호칭입니다. 우리는 세상과 인간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두 이름을 매일 기억하면서, 과거를 후회하거나 앞으로 올 미래를 염려하지 않고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중에 과연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많은 사람이 현재를 살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붙들려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또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에 사로잡혀 있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만일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또는 ‘만일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막연한 불안이나 속절없는 근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와 ‘만일 그렇게 되면’이라는 생각은 현재를 충만하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쌍둥이 독소입니다. 이 독소들은 ‘에벤에셀 하나님’과 ‘여호와이레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갉아먹고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렇게 했었어야 했는데’는 에벤에셀 하나님이 그동안 도와주신 것을 망각하는 것이요, ‘만일 그렇게 되면’은 여호와이레 하나님이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실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전자는 후회와 우울을 낳고, 후자는 근심과 불안과 두려움을 낳습니다. 치명적인 쌍둥이 독소에 영향을 받는 한 우리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내 인생은 더 좋아졌을 텐데’하는 생각이 실제로 이루어지더라도 똑같이 말할 일이 또 생길 것입니다. 또 ‘만일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행복해질 텐데’ 역시도 일단 그 조건이 충족되고 나면 또 다른 조건을 만들어 걱정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학교만 마치면, 취직만 되면, 승진만 하면, 돈만 많이 벌면, 결혼만 하면, 아이만 낳으면, 살 집만 장만하면...’ 하는 식으로 한도 끝도 없이 새로운 조건이 따라붙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모두 소중하고 복된 것들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세상 삶에 충실하자는 것이요, 구체적으로는 오늘의 삶에 충실하자는 것입니다. (오! 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그리고 특별히 하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 할 때 더욱더 하나님의 특성을 드러내는 두 이름 ‘에벤에셀 하나님’과 ‘여호와이레 하나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하나님이 바로 우리 하나님임을 믿으면서, 과거나 미래에 얽매임 없이 오늘을 온전하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