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민족화해주일
오늘 주일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6.25 민족화해주일로 지키는 주일입니다. 올해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3주년인 해이고,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장 총회는 6.25를 기억하며 전쟁이 아닌 민족 화해를 약속하기 위해 민족화해주일을 제정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는 사회선교사가 아홉 명이 있습니다. 그중 통일분야로 파송 받은 사회선교사가 한 명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저입니다. 아마 그래서 정원진 목사님께서 부족한 종을 서울제일교회 강단으로 불러주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오늘 말씀은 민족 화해에 대한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사마리아와 유대의 지역감정
오늘 성서 본문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고 계십니다.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는 길에는 사마리아 땅을 지나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 유대와 사마리아 간에는 극심한 지역감정이 있었습니다. 지역감정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너무 좋게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서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으니 이방인보다 못한 취급을 한 것입니다. 유대와 사마리아는 원래 하나의 나라였는데, 남북으로 분열되어 북이스라엘과 남 유대로 갈라져 살며 서로 외세를 끌어들이고 다투다가 각각 외세에 멸망하였습니다. 북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남 유대는 바빌론에 멸망했습니다. 남북이 다 망하고 500년이 훨씬 넘어서 예수님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도 남북 지역감정은 여전히 남아서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징합니다. 갈라져 싸우다가 나라고 뭐고 다 말아먹고 망한 주제에 50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내가 잘났니 니가 못났니 다투는 꼴은 “그래서 망했구나”, “망할 만하니까 망했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합니다. 못나도 너무 못났습니다.
예배 논쟁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니,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극심한 지역감정, 혐오, 차별, 배제를 훌쩍 넘어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십니다. 말씀을 나누십니다. 축복하십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놀라움에 휩싸입니다. 급기야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최상의 존경을 나타내는 찬사입니다. 여인은 속에 담아만 두었던 질문, 감히 유대인에게 하지 못했던 질문, 아니 만날 기회조차 없어 묻지도 못했던 질문을 꺼내 듭니다. “예배를 어디서 드려야 합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 그리심 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예수님은 전혀 새로운 대답을 주십니다. 그리심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그때라는 것입니다. 장소가 중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영과 진리로 예배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영과 우상
하나님은 영이십니다. 하나님이 영이시라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하나님은 살아계신 분이고, 생명 없는 우상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성서에서 하나님의 반대말이 우상입니다. 하나님은 우상숭배를 엄격하게 금하십니다. 여러분 우상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인 척하는 무엇입니다. 사탄인 척하는 무엇이 아닙니다. 다들 제가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무엇들입니다. 광야에서 아론이 만든 금송아지는 금송아지 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야훼 하나님이라고 만들어 낸 것입니다. 금송아지에게 절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금송아지가 야훼 하나님이라 여기고 절한 것입니다. 자기 딴에는 하나님께 절한 것입니다. 하나님께 예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니었습니다. 우상숭배였습니다. 금송아지는 우상이지 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영이십니다. 우상이 영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멋져 보이고 고귀해 보여도 우상은 우상입니다. 영이 아닙니다. 우상을 영이라고 우기는 것은 거짓입니다. 진리가 아닙니다. 우상을 우상이라 하고, 영을 영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영이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서 진리는 필수입니다. 진리가 없이는 영과 우상을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심 산 vs 예루살렘
예수님은 참된 예배, 진실한 예배, 진정한 예배를 드리는 곳이 그리심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장소에 묶여있는 우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그리심 산에서 야훼 하나님께 예배드린다고 말하고, 유대 사람들은 예루살렘에서 야훼 하나님께 예배드린다고 말합니다. 누가 옳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둘 다 틀렸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심 산에서도 아니고 예루살렘에서도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둘 다 우상숭배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식으로 하나님을 만들어놓고 그 하나님을 제 소유물로 만들어 하나님을 소비하기도 하고 팔아먹기도 합니다. 거창한 의식과 의례를 만들어 수많은 제사를 드리면서 성전마당에서 제물을 거래하고 부정한 수익을 착복합니다. 그리심 산은 예루살렘을 우습게 보고, 예루살렘은 그리심 산을 멸시하면서 서로가 모두 자신에게 진리가 있다고 진리주장을 하지만, 어디에도 진리는 없으며 하나님이 계시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시지 않는 장소는 거룩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거룩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시지 않는 예배는 예배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시지 않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우상을 만들어놓고 아무리 하나님이라 우겨보아야 우상은 우상일 뿐입니다. 우상에게 절하며 예배라고 우겨보아야 우상숭배일 뿐입니다.
진정한 예배의 조건
그러면 진정한 예배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영과 진리로 예배드릴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진리로 예배드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상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만 옳으며 제 욕심이 다라는 교만과 아집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에는 관심이 없고 그리심 산이다 예루살렘이다 꽥꽥거리며 정신없이 돌아치는 짓을 멈추는 것입니다. 진리 앞에서 겸손하게 엎드려 그분을 기다릴 때 하나님은 우리 앞에 임재하십니다. 우리의 영이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볼 때 진리는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을 통해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를 직접 알려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22절로 25절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성내는 사람은, 누구나 심판을 받는다. 자기 형제나 자매를 모욕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의회에 불려 갈 것이요, 자기 형제나 자매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옥 불 속에 던짐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 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
예수님 보시기에 자기의 의를 내세우고 자기가 옳다고 진리 주장을 하며 자신의 탐욕에 사로잡혀 교만할 대로 교만한 그리심 산과 예루살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화해 없음”이었을 것입니다. 형제자매와 화해 없이 드리는 제물을 하나님께서는 받으시지 않습니다. 형제자매를 모욕하면서, 바보라 부르면서, 원한을 품고 저주하면서,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모함하면서, 죽여버리려고 계획을 꾸미면서, 죽여버리기 위한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그러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드리는 제물을 하나님은 받지 않으십니다.
형제자매에 대한 원한과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는 영은 악한 영이요, 거짓의 영입니다. 거짓의 영에 사로잡혀 형제자매를 저주하기 위해 드리는 예배는 우상을 섬기는 것이요, 살아계신 하나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도무지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예배를 드리려면
진정한 예배를 드리려면 먼저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자매와 화해해야 합니다. 화해하기 위해서는 형제자매의 죄를 사해야 합니다. 죄 없다 해야 합니다. 있는 죄는 다 사하고 더 이상 정죄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해주신 그 사랑으로 형제자매를 사랑해야 합니다.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는 만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알아야 합니다. 아는 만큼 보입니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깊이 보아야 합니다. 넓게 이해해야 합니다. 칭찬해야 합니다. 찾아서라도 칭찬해야 합니다. 격려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격려해야 합니다. 담을 허물어야 합니다. 건너가야 합니다. 벽을 문으로 밀고 가야 합니다. 유대에서 갈릴리로 가는 길에 굳이 사마리아를 거쳐 가신 예수님, 사마리아 수가성에 들러서도 가장 낮고 천하게 소외된 여인을 찾아가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모든 금기를 깨뜨리고 길 없는 길을 내면서 가야 합니다.
진정한 예배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며
한국교회가 예수님 당시의 예루살렘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북의 그리심 산을 멸시하거나 저주하지 않아야 합니다. 형제자매와 화해하지 않은 예배를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한국교회는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가 진정한 예배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녘의 형제자매와 화해해야 합니다. 원한을 풀어야 합니다. 죄를 사해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를 진정한 예배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는 거룩한 사역에 서울제일교회가 기꺼이 동참하며 앞장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설교 후 기도
하나님, 서울제일교회를 축복하시고, 한국교회를 진정한 예배공동체로 거듭나게 하려고, 민족화해를 이루어내는 평화의 사역에 동참하며 앞장서게 하시고, 민족통일의 그날에 하나님 앞에서 잘하였다 칭찬받는 종들이 될 수 있도록,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능력의 장중에 붙들어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목회마당 > 설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