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님을 만나려면

28그 두 길손은 자기들이 가려고 하는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더 멀리 가는 척하셨다. 29그러자 그들은 예수를 만류하여 말하였다. "저녁때가 되고,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우리 집에 묵으십시오." 예수께서 그들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가셨다. 30그리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시려고 앉으셨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시고, 떼어서 그들에게 주셨다. 31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열려서, 예수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한순간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이하여 주실 때에, 우리의 마음이 [우리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았습니까?" 33그들이 곧바로 일어나서, 예루살렘에 돌아와서 보니, 열한 제자와 또 그들과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34모두들 "주님께서 확실히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그래서 그 두 사람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비로소 그를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하였다.(눅24:13-35)

부활이야기의 핵심주제 두 가지

기독교신앙에 있어서 부활은 매우 중요한 핵심주제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 관한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공생애를 다루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나 그의 가르침에 관한 기록이나 십자가 사건을 포함하는 수난 이야기가 아주 긴 분량으로 다루어지는 반면 부활에 관한 기록은 아주 짧습니다. 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쓰인 마가복음에는 단 8절만이 부활에 관한 기록입니다. 마태복음에는 20절, 누가복음에는 53절, 요한복음에는 56절의 분량만이 부활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삶과 죽음에 대한 해석과 달리 부활에 대한 견해와 해석은 의견이 분분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실재적으로 이해하는지, 상징적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몸의 부활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오늘날까지 여러 신학자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에 관해 모두가 인정하는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이 부활경험이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부활에 대한 기록은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이자 강렬하고 뜨거운 증언이었습니다. 이들의 뜨거운 증언이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고 우리도 부활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네 복음서가 교회적 상황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기술하고 있지만, 네 복음서를 관통하는 부활의 핵심적 의미를 두 가지 주제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바로 ‘예수는 살아계신다’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경험되며, 그의 현존을 오늘날 우리도 계속해서 경험한다.’ ‘즉, 예수가 우리 곁에 살아있다.’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예수가 주님이시다’하는 고백입니다. 이 고백은 예수에 관한 신앙고백에서 중 가장 먼저 가장 널리 퍼진 고백이었습니다.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경험을 했던 사도 바울은 ‘예수는 주님이시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평생 복음을 전하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가 주님이시다’라는 말은 ‘예수만이 주님이시다’하는 말이고, ‘로마의 황제나 그 어떤 권력도 주님이 될 수 없다’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가 주님이시라면 이 세상의 그 어떤 지배자도 존재할 수 없고, 절대적인 권위를 가질 수 없다는 선언이 바로 이 고백입니다. 이 두 가지 주제를 정리해서 말해본다면,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이야기를 통해 “예수는 살아계시고, 우리의 주님이 되신다”하는 뜨거운 고백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

이제 오늘 본문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엠마오를 향해 가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였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삼십 리, 약 11km쯤 떨어진 엠마오로 가고 있었습니다. 본문은 부활하신 주님이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났지만, 두 제자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부활하신 예수의 모습이 전혀 다른 이상한 형체였을까요? 두 제자는 생전의 예수를 잘 알고 있던 이들이었음을 본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본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엠마오로 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엠마오는 어떤 곳입니까? 예수님 시대 어간에 몇 차례 치열한 전투가 있었습니다. 물론 로마 군대가 승리했고 잔혹한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로마 군대는 엠마오를 비롯한 점령지를 예루살렘을 진격하기 위한 군사기지로 삼았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던 로마가 주둔했으니, 점령군이 그 땅과 주민을 얼마나 참담하게 짓밟았겠습니까? 엠마오는 짓밟힌 땅이요, 절망의 땅입니다. 그렇습니다. 엠마오는 ‘이스라엘의 희망’이 무참하게 좌절된 곳이었습니다. 지금 그 두 제자는 패배의 땅으로 가는 것입니다. 엠마오 길은 절망과 공포의 길입니다.

얼마 전에 그들은 희망을 품고 엠마오를 떠나 새로운 길로 향했습니다. 민족을 구할 희망을 나사렛 예수님에게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메시아의 승리에 참여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분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예루살렘에서 본 것은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희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은 십자가 처형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처형입니다. 가장 참담한 패배입니다. 그 치욕의 십자가에 예수님은 무력하게 처형당하셨습니다. 희망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엠마오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이제 다시는 희망이라는 환상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냉혹한 현실에 타협하고 굴종하는 것밖에 무엇이 더 남았겠습니까?

프리츠 본 우데, 『엠마오로 가는 길』

그런데 그 엠마오 길에, 모든 좌절과 절망의 길에 동행자가 있었다고 본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분, 그들과 동행하는 분은 누구입니까? 좌절과 절망에 눈이 가리워서인지 그 두 제자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본문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동행하시는 그분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으로 이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그때, 절망과 좌절의 그 순간에 바로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하신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독일의 인상주의 화가인 프리츠 폰 우데가 그린 󰡔엠마오로 가는 길󰡕입니다.

그림 속 장면은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는 따뜻한 풍경입니다. 제방 아래로 여러 사람이 다닌 듯 잘 놓인 길이 있고, 그 길 한 가운데 세 사람이 있습니다. 왼쪽에 축 처진 어깨로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백발노인과 지팡이를 짚고 풀이 죽은 듯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 사이에 파란 옷의 젊은이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로라면 좌절과 절망을 안고 엠마오로 가는 길은 왠지 음침하고 쓸쓸하고 처량한 풍경일 것 같은데, 이 그림의 엠마오 길은 따뜻하고 희망차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작가는 축져진 어깨로 낙향하고 있는 두 제자가 모르고 있는 사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그들 곁에 계시고, 새 희망을 북돋고 계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그림에서 깨닫는 바와 같이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우리 삶의 길 위에 함께 동행하십니다. 주님은 우리를 홀로 외롭게 걸어가도록 버려두시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의 인생길은 절망적이거나 외로운 길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동행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살아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이것을 믿는 것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부활신앙입니다.

희망의 신학, 몰트만의 이야기

독일 개신교 신학자이자 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자신이 예수를 믿게 된 동기를 강연을 통해 여러차례 간증한 바 있습니다. 1926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생한 몰트만은 17살이 되던 해에 독일군에 징집되어 2차 세계대전의 전쟁터로 끌려나갔습니다. 그는 지옥 같은 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그만 영국군한테 잡혀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3년 동안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하루속히 전쟁이 끝나길 바라던 그는 히틀러의 독일군이 연합군한테 패전을 거듭하자 수많은 독일인이 절망에 빠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많은 독일인이 희망을 잃고 삶을 포기했으며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언제 죽을지, 또 언제까지 이곳에 있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몰트만 자신도 절망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그때, 한 군목이 준 신약성경 한 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크리스마스 때나 다른 절기 때에 습관적으로 교회에 나간 것 빼고는 제대로 신앙생활을 해 보지 않은 무늬만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성경을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시편을 읽어가다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그에게 희망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말씀은 시편 139편 7절에서 10절의 말씀입니다.

7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8내가 하늘로 올라가더라도 주님께서는 거기에 계시고, 스올에다 자리를 펴더라도 주님은 거기에도 계십니다. 9내가 저 동녘 너머로 날아가거나, 바다 끝 서쪽으로 가서 거기에 머무를지라도, 10거기에서도 주님의 손이 나를 인도하여 주시고, 주님의 오른손이 나를 힘있게 붙들어 주십니다. (시139:7-10)

그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정말 주님이 이 지옥과도 같은 이 포로수용소에도 계실까?” 그러한 사색과 고뇌 가운데 그는 함께 동행하고 계시는 주님을 경험하고 마침내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다, 주님은 철조망 뒤에도 계신다. 아니 철조망보다 더 미세한 것들의 뒤에도 계신다.” 그는 한밤중에 수용소 복판의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예배당 주위를 맴돌면서 희망을 키워나갔습니다. “나는 반드시 이 수용소에서 풀려날 것이다.” 마침내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났습니다. 원래 그는 양자 물리학을 전공하고 싶어 했으나 그것을 포기하고 신학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 이후 그는 그 유명한 ‘희망의 신학’을 정립하여 전 세계로 전파하게 됩니다. 그의 희망의 신학은 책상 위가 아니라 삶의 고난 한가운데서 나온 경험의 고백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줍니다. 그에게 희망의 뿌리는 매 순간 늘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이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같이 절망에 순간에 함께 하신 주님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남산부활절연합예배 사건

지난 금요일(21일)에 기독교회관에서는 <남산부활절연합예배사건>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 및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준비할 일들이 있어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는데, 이해학 목사님의 설교와 김정남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분의 증언을 들었을 때, 마치 부활에 대한 증언을 들은 것처럼 몹시도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어느새 50년이 지났고,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80의 노인들이 되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은 뜨겁고 생생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초대교회가 예수의 부활을 하나님의 섭리 사건으로 믿고 기억했던 것처럼, 남산부활절연합예배 사건이 하나님의 섭리이자 성령의 역사라고 믿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1973년 4월 22일 부활절, 예수의 부활소식은 선포되었지만, 시대의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 여전히 캄캄했습니다. 19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되고 서슬 퍼런 공안정국으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얼어붙었습니다. 1971년 수도권도시선교위원회를 만들고, 도시빈민 선교활동을 구상하던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목사를 비롯한 주민조직가들은 주민운동보다 민주주의의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부활절 기념 예배를 이용해 민주화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4월 22일 부활절 새벽, 그들은 ‘신도여, 부활하신 왕, 주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꽃피우자’, ‘민주주의는 통곡한다.’ 등의 플래카드와 ‘민주주의의 부활은 대중의 해방이다.’하는 내용의 전단을 준비하고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는 곳곳에서 눈을 번뜩이며 경계하는 형사들과 신도들의 무관심 속에 무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렵게 품고 온 현수막을 펄쳐보지도 못하고 오죽하면 밤새 등사기로 밀어온 전단을 꺼내서 나누어 주기는커녕 위로 휙- 한번 뿌려보지도 못한 채 발밑으로 버려졌습니다. 단지 KSCF의 일부 회원들이 새벽 연합 예배에 참석하고 귀가하는 교인들에게 일부를 배포하였을 뿐입니다. 이것이 남산부활절연합예배 사건의 전말(顚末)입니다.

뭔가 제대로 된 저항도, 시작도 해 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나버린 미수사건이자 실패작이었습니다. 더욱 참담한 사실은 이 전단이 당국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이 미미한 사건이 내란예비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각색되면서부터입니다. 같은 해 7월 6일 서울지검 공안부는 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와 권호경 전도사 등을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하였습니다. 계획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제일교회의 두 명의 담당 목회자가 한꺼번에 잡혀간 것입니다. 이 얼마나 큰 좌절이고, 끝 모를 절망이었겠습니까? 더 이상의 희망을 꿈꾸기 어려운 참담한 시절이었을 것입니다. 로마 제국의 폭압과 종교지도자들의 횡포로부터 구원해 줄 메시아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었을 때, 그를 따랐던 제자들의 절망감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요? 예루살렘을 떠나 참혹한 땅, 실패의 땅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들의 심정이 그와 같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그 절망의 순간, 그 좌절의 순간에 부활한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하시고, 다시금 부활의 새 희망을 여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섭리요, 성령의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실패이자 처참한 미수사건으로 끝난 남산부활절연합예배 사건은 오히려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담임목사와 전도사가 구속된 우리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은 목사님의 석방을 촉구하며 더 뜨겁게 기도하였고, 이 기도가 옮겨붙어 여기저기서 기도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종교계가 유신독재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고, 미국NCC 총무를 비롯하여 WCC 사무총장 등 세계교회가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2) 결국 박형규 목사님과 권호경 전도사님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9월 27일에 보석으로 풀려나왔습니다. 화면의 사진은 한승헌 변호사님과 함께 출소하는 때 사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의 10.2 데모가 발생하였고, 이후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어 동맹휴학 등 청년학생의 민주화운동이 불타오르게 된 것입니다.

남산부활절연합예배 사건 50주년 행사에서 증언한 여러 분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의 섭리였노라고’, ‘성령이 하셨다’라고 말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 이 부활에 대한 증언은 초대교회의 뜨거운 고백이자 부활경험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부활경험사건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오늘 우리의 현실도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검찰의 폭압으로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품으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동행하고 계십니다. 그 모든 힘과 권력으로 지배하는 자들이 주(主)가 아니라 우리와 동행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놀라운 섭리를 믿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부활의 주님을 만나려면

교우 여러분, 오늘 이 땅에서 부활의 주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증언 제목을 “부활한 주님을 만나려면”이라고 붙였는데,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후반부의 내용을 담아서 정했는데, 오늘 본문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 동행했던 예수를 알아보지 못했던 그들의 눈은 언제 어떻게 열렸나요?

그들이 예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부활한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은 나그네 된 그분과 하룻밤을 유숙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피곤한 나그네에게 손을 내미는 것,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 인간의 가장 기본적 필요에 연대하는 것, 거기에서 진리를 깨닫고, 부활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인식의 전환은 그들이 빵을 나누면서였습니다. 31절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의 눈이 열려서” 고난의 빵을 나누는 현장에서 부활의 인식이 시작되고 새 삶으로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증언입니다. 낯선 이를 자기 삶의 공간 속에 맞아들이고, 음식을 함께 나눌 때 새로운 세상이 시작됩니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밥상 공동체 안에서, ‘함께 떡을 뗄 때’ 우리의 눈이 열려 부활하신 주를 보게 되고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부활한 예수를 만난 두 제자는 곧바로 일어나서 예루살렘으로 향했습니다. 좌절과 절망의 땅 엠마오에서 다시 희망을 품고 예루살렘을 향해 거꾸로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활한 예수를 만남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그 길에, 그 신앙 공동체에 서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말씀을 통해 이것 두 가지는 꼭 기억하십시오. 첫째는, 우리가 겪는 좌절과 고통의 순간 즉 예수 그리스도의 부재를 느끼는 그 순간에도 예수는 우리와 함께 걸어가고, 우리들의 문제에 동참하고, 그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오늘 고통받고 외면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자신을 개방하고, 필요를 나누고 함께 연대함으로써 지금 여기에 현존하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라 하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한 주간의 삶 속에서 오늘 엠마오의 두 제자와 같이 절망과 좌절의 길을 거슬러 올라 마침내 평화의 도구로 귀하게 쓰임 받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