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에 저항하기

22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이 말을 들으십시오.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나사렛 예수는 하나님께서 기적과 놀라운 일과 표징으로 여러분에게 증명해 보이신 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하여 여러분 가운데서 이 모든 일을 행하셨습니다. 23이 예수께서 버림을 받으신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계획을 따라 미리 알고 계신 대로 된 일이지만, 여러분은 그를 무법자들의 손을 빌어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24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서 살리셨습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행 2:22-24)

오늘을 아우르는 주제

지난 주일에 시작된 환희의 계절—부활 절기(Easter Season)는 오는 5월 28일 ‘오순절’까지 49일 동안 계속됩니다. 그런데 ‘부활절 둘째 주일’ (Second Sunday of Easter)인 오늘은 ‘생명의 밝은 빛’이 아니라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늘이 마침 ‘4.16세월호참사 9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더해 우리 교단 총회는 4월 19일 ‘4.19혁명기념일’과 4월 20일 ‘장애인의날’을 앞둔 오늘을 ‘4.19혁명기념주일’과 ‘장애인주일’로 지킬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 둘 역시 생명의 밝은 빛보다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습니다.

주일 예배를 드리며 부활절 둘째 주일, 4.19혁명기념주일, 장애인주일 그리고 4.16세월호참사 9주기를 모두 기념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주일은 NCCK가 준비한 ‘장애인주일 공동기도문’을 드리는 것으로 기념하고자 합니다. 또 4.16세월호참사 9주기는 이성원 솔리스트가 세월호 추모곡 “잊지 않을게”를 부르는 것으로 기념하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오늘 기념해야 할 것 전부를 아우르는 주제를 찾다가, 증언 제목을 “망각에 저항하기”로 정했습니다.

기억하고 기념하기

망각은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망각의 반대말은 당연히 기억일 것입니다. ‘기억’의 사전적 의미는 ‘머릿속에 새겨 두어 보존하거나 되살려 생각해 내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기념’이 있습니다. 기억(記憶)은 ‘기록할 기(記)’ 자와 ‘생각할 억(憶)’ 자를 쓰는데, 기념(記念)도 ‘기록할 기(記)’ 자와 ‘생각할 념(念)’ 자를 씁니다. 그래서 비슷한 말이라고 한 것입니다. 재미난 것은 기념의 사전적 의미는 ‘잊지 않고 마음에 되새기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억은 ‘머릿속’에 새기는 것이고, 기념은 ‘마음’에 되새기는 것입니다. 기억은 ‘의식’ 속에 간직하는 것이고, 기념은 ‘가슴’에 간직하는 것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은’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데, 딱 그만큼 기억과 기념이 차이가 나는 걸까요? 한편, 영어로 기억은 memory이고, 기념은 commemoration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기억의 주체가 ‘개인’이냐 ‘집단’이냐 입니다. ‘혼자’ 기억하는 것과 ‘함께’(com) 기억하는 것이 다릅니다.

기억과 기념이 어떤 차이가 있든, 이 둘은 우리 기독교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성만찬’ 예식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23절로 25절에 본인이 초대교회에서 전해 받은 성만찬의 유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23b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24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5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면서 하신 말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를 개역(개정)은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로 번역했고, 영어 성경 대부분은 “Do this in remembrance of me”라고 번역했습니다. 로마가톨릭의 예배를 ‘미사’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Misaa)에서 온 말로 ‘성찬례’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가톨릭의 미사는 늘 성찬례가 중심이 됩니다. 또 미사에서 강론은 빠져도 성찬례는 절대 빠질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미사는 ‘과거 거기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된 성찬례를 ‘지금 여기에서’ 재현해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거 사건의 현재화’가 미사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는 성만찬을 빼고 드리는 개혁교회 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사건의 현재화’가 예배의 핵심입니다. 그 방법은 증언, 기도, 찬양 등 다양하지만, 예배는 과거에 우리 신앙 선배들이 경험했던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지금 여기에서 재현해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구원은 과거 저들에게만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사건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예배를 통해 과거 사건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기념’하는 것입니다.

신앙 공동체=기억 공동체

이는 기독교의 원 뿌리인 출애굽 사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 26장을 보면 출애굽을 한 하나님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살 때, 그 땅에서 햇곡식을 거두면 첫 열매를 하나님께 예물로 바치면서 다음과 같이 아뢰라고 명합니다.

5b‘내 조상은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아람 사람으로서 몇 안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이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에서 몸 붙여 살면서, 거기에서 번성하여, 크고 강대한 민족이 되었습니다. 6그러자 이집트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괴롭게 하며, 우리에게 강제노동을 시켰습니다. 7그래서 우리가 주 우리 조상의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부르짖었더니, 주님께서 우리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우리가 비참하게 사는 것과 고역에 시달리는 것과 억압에 짓눌려 있는 것을 보시고, 8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셨습니다. 9주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하셔서,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10주님, 주님께서 내게 주신 땅의 첫 열매를 내가 여기에 가져왔습니다.’ (신 26:5b-10)

이스라엘은 매년 추수감사절 예배 때마다, 이 말씀을 되풀이하여 과거 조상들이 경험한 출애굽 사건을 당시에 자기들 가운데서 재현해 냈던 것입니다. 즉, 기억과 기념을 통해 과거를 현재화하고, 자기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구원의 기억은 신앙인의 현재 삶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도록 돕는 힘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혹은 우리 가운데서 행하신 일들을 치열하게 기억하는 일을 통해서 깊어집니다. 그래서 신명기에는 ‘기억하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입니다. 신명기는 하나님이 그 백성을 종살이에서 해방하신 것, 애굽에서 행하신 일, 광야에서 동행하신 일도 기억해야 하지만, 하나님을 격노하게 했던 일도 기억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억하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자코르’(zakhor)인데, 그 기본 의미는 ‘마음에 뿌리내리다’ 혹은 ‘새기다’입니다. 이는 기억이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기억은 망각에 저항하는 행위입니다.

시편의 예처럼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행한 놀라운 일들을 가락에 실어 노래했습니다. 노래는 기억의 장치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반복하는 절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념 주일도 같습니다. 그것은 망각에 저항하고자 하는 기억의 장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활 사건뿐만 아니라, 4.19혁명도, 장애인도, 4.16세월호참사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그들은 사회적 약자들이고, 억울하게 죽임당한 희생자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들을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에서 똑같은 희생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발생한 ‘10.29이태원참사’가 그 생생한 증거 아닙니까?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규명되고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었다면 ‘10.29이태원참사’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 아닙니까?

‘집단기억’(collective memory)이란 개념을 개발한 프랑스의 철학자요 사회학자인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집단 정체성의 형성을 ‘공동의 기억’에서 찾았습니다. 즉 공동의 기억을 갖는 단위로 한 집단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은 가족 구성원만 아는 사적이고 특별한 기억을 공유하는 집단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 공동체는 기억의 공동체입니다. 특별한 공동의 기억이 특별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우리 서울제일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는 남과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경험과 역사가 있습니다. 힘겨울 때 우리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총을 함께 기억하고 기념하는 이들이 곁에 있기에 우리는 신앙 공동체가 되었고, 서로 격려하고 견인하며 현실을 넘어설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망각은 범죄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겪는 그 숱한 희로애락의 기억이 하나도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망각은 기억의 고문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자기방어 기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살기 위해서 스스로 아픈 기억을 지우기도 합니다. 너무나 아픈 기억을 망각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부터 온라인 미디어에서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사람들 기억에서는 희미해져 가거나 잊힐 수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저장되기에 쉽게 잊힐 수 없다는 사실을 비판하면서, 개인이 원하면 잊힐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디지털 미디어 사회에서 ‘망각’은 인권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망각이나 기억상실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의 망각은 어떤가요? 전두환은? 일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들의 망각을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불의입니다. 망각하는 그들이나, 그 망각을 수용하거나 용납하는 사람들이나 다 범죄자입니다. 그런 망각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입니다. 특히 ‘개인적 망각’이 아닌 ‘사회적 망각’은 그 어떤 망각도 복일 수 없습니다. 화이고 죄입니다.

우리가 예배드리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망각에 저항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망각해도 되는 것도 있지만, 절대로 망각하면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망각하면, 하나님의 존재를 잊으면, 인간은 하나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살게 됩니다. 그런 세상은 소위 말세(末世)입니다. “도덕, 풍속, 정치 등의 모든 사회 질서와 정신이 매우 타락하고 쇠퇴하여 끝판에 이른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의한 자를 심판하시고 의로운 자를 돌보신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기념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과거는 덮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이제 털고 가자”라는 말은 다 가해자의 논리입니다. 가해자의 사과 없는 피해자의 용서는 성립 불가능합니다. 그건 하나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 뜻을 가장한 가해자의 바람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예배는 사회적 망각에 대한 저항입니다. 가해자의 편에 선 예배는 하나님 예배가 아니라 ‘힘 숭배’일 뿐입니다. 한 마디로, 거짓 예배요 우상 숭배입니다. 하지만 기억과 망각은 제 설명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깊은 신학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기억과 망각의 철학적·윤리적·신학적 난제

루마니아 태생으로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흑야』의 저자이며, 미국에서 교수를 했던 엘리 위젤(Elie Wiesel)은 “구원은 오직 기억 속에서만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평생 홀로코스트를 세상에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자기 삶을 헌신했습니다. 그에게 기억은 ‘구원의 길’이었고 ‘구원의 과정’이었습니다.

반면, 미국 성공회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는 『기억의 종말』(The End of Memory: Remembering Rightly in a Violent World)이란 책에서 ‘망각의 중요성’을 주장합니다. 볼프는 위젤의 말을 역으로 적용하여 구원을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의 자유/해방으로 이해하고, 망각이야말로 온전한 기억의 완성이라고 보았습니다.

볼프의 주장은 위젤의 기억 강조를 기독교적 관점과 피해자 중심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그는 기억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바르게 기억하기’ (Remembering Rightly) 위한 실천 과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진실하고 정의로운 기억, 둘째 타자를 해치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치유하기 위한 기억, 셋째 화해를 추구하는 기억입니다.

그는 ‘바르게 기억하기’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용서하고 화해하고, 기억을 놓아 보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망각은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대통령처럼 조건 충족 없이 그냥 잊자고 하면 안 됩니다.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한, 악행을 기억해야 할 의무는 계속 유효합니다.

기억 운동

사회에서 집단적 망각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지식인’이라고 부릅니다.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을 벌입니다.

소설가 현기영은 글로 기억 투쟁을 벌인 지식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4·3에 대해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순이 삼촌』을 1978년 발표하면서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에게 4·3에 관한 관심을 촉발하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되어 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기억 투쟁 덕분에 2014년에 ‘4.3희생자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기에 이릅니다. 그는 망각에 저항하기를 “기억 운동”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소설가 현기영 같은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기억 운동이 결국 사회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 것입니다.

세월호 희생자 예은이 엄마 박은희 전도사를 아실 것입니다. 그녀가 작년 6월에 열렸던 세월호 기도회에서 이런 증언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외침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해야만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만 그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역사 한가운데 ‘경계선’을 명확히 남기기 전까지, 가족들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바람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 바람은 예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들은 예수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상이길 원했습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하나님의 자녀로 환영받고, 서로가 일용할 양식을 나누는 하나님 나라의 현존인 ‘열린밥상공동체’가 예수 공동체를 넘어서 세상 전체로 확산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그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죽음을, 그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고 또 저항했습니다. 그 기억 운동은 마침내 ‘부활’을 결과로 가져옵니다.

오늘 본문은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 중 일부입니다. 예수를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던 베드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할 때 멀리 도망쳤던 베드로가 놀랍게도 지금 예수를 잡아 죽인 사람들이 가득한 예루살렘 한복판에서 예수의 부활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예수의 부활과 제자의 부활은 불가분(不可分)의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적(童詩的)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의 부활과 베드로의 부활은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23b여러분은 그를 무법자들의 손을 빌어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24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서 살리셨습니다. 그가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인만 집단적 망각에 저항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인이야말로 집단적 망각에 저항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망각에 저항해 기억 운동을 펼칠 때 마침내 예수가 부활했습니다. 제자들도 부활했습니다. 사회도 역사도 부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특별한 주일을 맞아 사회적 망각에 저항하는 집단적 기억 운동을 펼쳐 다시 한번 세상을 변화를 끌어내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