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증인

34베드로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나는 참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외모로 가리지 아니하시는 분이시고, 35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가 어느 민족에 속하여 있든지, 다 받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6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씀을 보내셨는데,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만민의 주님이십니다. 37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이 일은 요한의 세례 사역이 끝난 뒤에, 갈릴리에서 시작하여서, 온 유대 지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38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주셨습니다. 이 예수는 두루 다니시면서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억눌린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39우리는 예수께서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행하신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나무에 달아 죽였지만, 40하나님께서 그를 사흗날에 살리시고, 나타나 보이게 해주셨습니다. 41그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미리 택하여 주신 증인인 우리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와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42이 예수께서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자기를 살아 있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심판자로 정하신 것을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증언하라고 하셨습니다. 43이 예수를 두고 모든 예언자가 증언하기를,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행 10:34-43)

부활절 인사

폭력과 죽임의 세력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화가 오늘 2023년 부활절 예배를 위해 모인 우리의 모임 가운데 충만하기를 빕니다. 오늘은 정말로 기쁜 날입니다. 먼저 우리 ‘기독교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을 맞이했기에 기쁘고, 이 뜻깊은 날에 2명의 청년 교우가 세례를 받고 우리 교회 식구가 되어서 기쁘고, 또한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잘 뵙지 못하던 여러 교우를 오랜만에 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부활이란?

우리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성서일과’(Revised Commom Lectionary)는 부활절기(Easter Season) 동안 구약 본문을 사도행전에서 제시합니다. 그래서 부활절인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본문은 사도행전 10장 34절로 43절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베드로가 고넬료의 집에서 한 설교’입니다. 부활절 본문으로는 좀 생뚱맞아 보이는데, 이 본문을 통해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부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입니다. 아이러니(irony)하게도 예수의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도 없었을 것인데, 기독교 안에서조차 부활에 관해서 지금까지도 논쟁 중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의 심장/진수/핵심인데, 기독교 내에서도 부활에 대해 일관된 견해가 없습니다.

부활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어떤 용감하고 열심 있는 목사가 독일의 유명한 신약 성서학자인 불트만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는 불트만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같이 기도합시다”하고는 불트만과 그의 학문을 축복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에 불트만과 정면으로 마주 앉은 그 목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불트만 교수, 당신은 부활을 믿습니까?” 이에 대해서 불트만 교수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입에 파이프를 문 채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어떤 부활 말입니까?” 하고 반문했습니다. 이 반문에 그 목사는 분개해서 “부활이면 부활이지 어떤 부활이라니요? 당신의 말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소. 내가 방금 전에 당신을 위해 한 축복의 기도는 전부 취소요!”라고 내뱉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부활을 믿습니까? 여러분이 믿는 부활은 어떤 부활입니까? 아마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부활을 믿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자가 믿는 부활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활은 ‘신앙의 신비’이기 때문에 “부활은 이것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은유나 비유로 빗대어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부활은 아직도 논쟁거리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도 있습니다. 먼저 부활은 ‘십자가’ 없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는 로마가 제국의 질서에 반기를 든 사람을 처형했던 특별한 ‘사형틀’이었습니다. 다른 사형수는 교수형이나 참수형 또는 투석형으로 처형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다는 것은 그가 로마제국에 반역한 죄로 죽었다는 뜻입니다. 로마제국에 예수가 무슨 반역을 했을까요? 그건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로마의 평화’(Pax Romana)에 대해 “그리스도의 평화”(Pax Christi)를 말하고 실천한 것입니다. ‘로마의 평화’가 ‘무력/힘에 의한 평화’라면 ‘그리스도의 평화’는 ‘사랑과 정의에 의한 평화’입니다. 로마제국이 보기에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힘’(power)에 기초한 제국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했기에, 그를 반역죄로 십자가에 처형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로마제국은 예수에 대해서 분명하게 ‘No’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로마제국이 죽인 예수를 하나님께서 ‘부활’시켰습니다. 부활이 무엇이든 간에, 이것은 하나님이 예수에 대해 ‘Yes’라고 편든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틀렸고, 예수가 맞았다고 판정한 것입니다. ‘힘’이 아니라 ‘사랑이/정의’가 정답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기독교 2천 년 역사에서 교파마다, 학자마다 부활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더라도, 이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부활은 하나님이 로마제국이 아니라 예수가 옳다고, 로마의 평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평화가 맞다고 판정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바로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힘 숭배와 기독교는 상극(相剋)입니다. 기독교는 당시에 힘의 정점에 있던 로마 황제가 아닌 예수를 ‘그리스도’(Messiah, Christ)라고, ‘주’(Lord)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은 로마 황제, 카이사르(Caesar), 시이저, 아우구스투스(Augustus)는 내 ‘주(主)’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니 반역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당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반역의 무리에 가담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니 죽기로 각오해야 세례를 받고 입교(入敎)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부활의 증인’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었습니다. 로마제국이 아니라 예수가 옳다고, 예수가 승리했다고, 말과 행동으로 목숨 걸고 증언했던 사람이 바로 부활의 증인이었습니다.

고넬료 이야기

이제 오늘 본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말씀은 ‘베드로가 고넬료의 집에서 한 설교’라고 했습니다. 고넬료는 로마 군대의 장교였던 백부장(중대장)이었습니다. 사도행전 10장 2절은 대단한 호의를 가지고 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건한 사람으로 온 가족과 더불어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유대 백성에게 자선을 많이 베풀며, 늘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도행전 10장은 아주 길게 그가 주님을 영접하게 된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천사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천사는 그의 기도와 자선이 하나님께 상달되었다는 전갈과 함께 당시 욥바에 머무르고 있던 베드로를 데려오라고 말합니다.

베드로도 정오기도 중에 하늘이 열리고, 큰 보자기 같은 그릇이 네 귀퉁이가 끈에 매달려서 땅으로 내려오는 환상을 봅니다. 그 안에는 온갖 네 발 짐승들과 땅에 기어다니는 것들과 공중의 새들이 골고루 들어 있었습니다. 그때 “일어나서 잡아먹어라” 하는 하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베드로는 “속되고 부정한 것은 한 번도 먹은 일이 없다”면서 그 명령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다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아라.” 같은 일이 세 번 있었고, 베드로는 그 환상이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고넬료가 보낸 세 사람이 문밖에 당도했고, 다음날 베드로는 그들을 따라나섭니다. 헤롯 대왕이 로마 황제 카이사르에게 헌정한 도시 ‘가이사랴’에 있던 고넬료의 집에 도착하자, 고넬료는 자기 친척들과 가까운 친구들을 불러놓고 베드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넬료는 베드로가 오는 것을 보자 마중 나가서, 그의 발 앞에 엎드려서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청합니다. 베드로는 고넬료의 말과 태도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참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외모로 가리지 아니하시는 분이시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가 어느 민족에 속하여 있든지, 다 받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 10:34-35)

베드로의 위대함은 자기의 견해나 입장을 수정한 개방성에 있습니다. 스승인 예수가 거리낌 없이 이방인들과 접촉하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당시 유대교 세계의 통념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이방인들은 부정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고넬료를 통해 자기의 문화적·종교적 편견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것이 아님을 알았을 때 즉시 자기 입장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받들었습니다.

이런 개방성에 대해 바울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갈 3:28). 기독교는 어떤 차별도 안 한다는 뜻입니다. 베드로도 지금 같은 고백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설교를 이어갑니다. “하나님께서는 …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만민의 주님이십니다”(36절). 이 두 마디가 베드로 설교의 핵심입니다. 이 말이 무슨 뜻입니까? ‘로마의 평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평화’가 참 평화의 길이란 뜻입니다. 힘이나 무력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가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로마 황제는 주님이 될 수 없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베드로는 부활을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아니라 예수가 옳다고, 예수가 승리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여기서의 부활 증인들

더 놀라운 것은 오늘 본문 바로 다음 말씀입니다. 사도행전 10장 44절은 “베드로가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에, 그 말을 듣는 (이방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성령이 내리셨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이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령을 받았으니, 이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는 일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47절)라고 말하면서,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풉니다.

저는 오늘의 고넬료 이야기에서 두 가지의 분명한 메시지를 듣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주인과 종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구원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는 어떤 차별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을 결사반대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기독교인들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 그 하나님을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은 종교나 성적 지향에 따라서 사람을 차별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들은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까, 자기 신념을 믿는 것입니까? 그러니까 전광훈이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막말을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이런 극우 근본주의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예장 통합과 기감과 같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까지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탈퇴하겠다고 협박하는 지경입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영이/성령이 이방인에게도 내렸다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풀이하면, 하나님의 영이 교회 밖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고, 나아가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입니다. 성서가 이렇게 증언하고 있는데 아직도 여전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초보적인 교리의 감옥에 갇혀 있는 교회와 기독교인이 많습니다. 참으로 딱할 뿐입니다.

2023년 부활절을 맞아 우리는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것과 하나님의 영이 교회 밖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오늘 우리는 편협한 믿음을 버리고 부활의 증인으로 다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사랑과 정의가 아니라 힘을 추구하는 기독교는 가짜 기독교입니다. 섬김이 아니라 군림을, 나눔이 아니라 독점을, 배려가 아니라 배척을 지향하는 아무리 기독교라고 우겨도 적그리스도일 뿐입니다. 가짜와 적그리스도가 판치는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은 다시 우리를 부활의 증인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 명령에 순종하여 아직 교회 안에도 구원이 남아있음을 말과 행동으로 증언하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