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1주님의 영이 나를 데리고 나가서, 골짜기의 한가운데 내려놓으셨다. 그런데 그곳에는 뼈들이 가득히 있었다. 2보니, 그것들은 아주 말라 있었다. 3그가 내게 물으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아십니다.” 4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뼈들에게 대언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너희는 나 주의 말을 들어라. 6내가 너희에게 힘줄이 뻗치게 하고, 또 너희에게 살을 입히고, 또 너희를 살갗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7그래서 나는 명을 받은 대로 대언하였다. 내가 대언을 할 때에 무슨 소리가 났다. 보니, 그것은 뼈들이 서로 이어지는 요란한 소리였다. 8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그 뼈들 위에 힘줄이 뻗치고, 살이 오르고, 살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 속에 생기가 없었다. 9그 때에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렇게 일러라. ‘나 주 하나님이 너에게 말한다. 너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이 살해당한 사람들에게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10그래서 내가 대언하였더니, 그들이 곧 살아나 제 발로 일어나서 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11그 때에 그가 내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이 뼈들이 바로 이 스라엘 온 족속이다. 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의 뼈가 말랐고, 우리의 희망도 사라졌으니, 우리는 망했다’ 한다. 12그러므로 너는 대언하여 그들에게 전하여라. 14’내가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서 너희가 살 수 있게 하고, 너희를 너희의 땅에 데려다가 놓겠으니, 그 때에야 비로소 너희는, 나 주가 말하고 그대로 이룬 줄을 알 것이다.’” (겔 37:1-14)

나라가 망할지도…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별로 안녕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닷새간 금식하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주로 생채식을 하고 있어서 낯빛이 좋아졌다는 말은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들으면 자꾸 울화가 치밀고, 가만히 있다가도 저절로 한숨이 나고 그렇습니다. 이러다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습니다. 이게 다 윤석열 정부 때문인데, 아직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됐으니, 2027년 5월 9일까지 4년 넘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생각하면 까마득하고 갑갑합니다. 아마 제 모습은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보다, 제대를 기다리는 군인보다 더 목이 빠져있을 것입니다.

오래전에 유시민 작가가 “누가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일정한 궤도 위에 올라와 있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나라가 좀 망가지거나 후퇴할 수는 있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누가 집권을 하든, 그가 나라를 팔아먹기야 하겠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제5공화국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기야 하겠는가?”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저는 전혀 없는 국정 경험도 많고, 더구나 식견까지 뛰어난 유 작가가 한 말이기에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 설마 망하기야 하겠어. 딴 나라 사람 만나면 좀 창피하고, 참기 힘들고, 이것저것 많이 망가지겠지만, 그래도 5년만 버텨내면 좋은 날이 다시 오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정권은 국민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사고를 저지릅니다. 제5공화국이 군사 독재정권이었다면, 이 정권은 검찰 독재정권입니다. 오죽하면 이번 사순절에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금요기도회”가 열리고 있겠습니까?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 열렸던 ‘목요기도회’의 복사판 아닙니까? 국가보안법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 하나만 보아도, 이 정부가 독재정권인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느새 제5공화국 이전 시기로 돌아간 것입니다.

더구나 3.1절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보면, 윤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 극우의 입장과 다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이러다가 진짜 나라를 팔아먹겠다 싶습니다. 지난 정부 때는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눈 떠보니 다시 후진국”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라가 망가지고 후퇴하는 정도를 넘어서 진짜로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어 매우 불안합니다.

마른 뼈들이 다시 살아나는 환상

이렇듯 ‘절망의 늪’에 빠져있는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은 에스겔서 37장 1절로 14절입니다. 예언자 에스겔은 예루살렘의 제사장이자 사독의 자손인 ‘부시’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1:3). 에스겔은 주전 586년에 예루살렘이 멸망한 뒤 남왕국 유다의 왕 여호야긴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려간 포로였습니다(1:1-2). 에스겔은 포로로 잡혀 온 지 5년째 되던 해, 그발 강가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습니다(1:2-3).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들의 치명적인 병은 바로 절망이었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절망을 전망이 없는 것”이라고 풀이한 바 있는데, 당시 유대인들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대안없이,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는 하루살이처럼 살았습니다. 저들은 이제 도저히 되살아날 수 없는 시체들이며, 그것도 모자라 무수한 세월이 지난 마른 뼈와 같았습니다. 과연 마른 뼈와 같은 저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에서 에스겔은 ‘마른 뼈 골짜기’의 환상을 봅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을 골짜기로 데리고 갑니다. 이 골짜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예루살렘의 남쪽에 있는 ‘게헨나’처럼 시체를 유기하는 장소였을 것입니다. ‘게헨나’는 고대 가나안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인 몰록(Moloch)에게 바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희생 제물로 바치던 장소로, 그곳에는 뼈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에스겔은 마른 뼈로 가득한 골짜기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묻습니다. “사람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3절)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에스겔은 “주 하나님, 주께서는 아십니다”라고(4절) 대답합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마른 뼈에 당신의 말을 대언하라고 명령합니다. 본문 11절을 보면, 이 뼈들이 다름 아닌 이스라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뼈가 말랐고, 우리의 희망도 사라졌으니, 우리는 망했다”라고(11절) 스스로 말하는 실의에 찬 사람들입니다. 마른 뼈 같은 그들에게 대언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것입니다.

“너희 마른 뼈들아, 너희는 나 주의 말을 들어라. … 내가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내가 너희에게 힘줄이 뻗치게 하고, 또 너희에게 살을 입히고, 또 너희를 살갗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 (겔 37:4-6)

여기에서 ‘생기’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루아흐(ruach)’입니다. 루아흐는 모든 동식물에 깃든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어떤 것입니다. 루아흐는 씨앗을 발아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며, 포유류의 x, y 염색체가 만나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는 신비입니다. 또한 루아흐는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여러 달 동안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바다를 헤엄쳐서 산란지인 강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게 하는 힘입니다. 그것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우주의 법이요 에너지입니다.

에스겔이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명령을 대언하니 뼈들이 서로 이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그 뼈들 위에 힘줄이 뻗치고, 살이 오르고, 살 위로 살갗이 덮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들 속에는 루아흐, 즉 ‘생기가 없었습니다. 인간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그 안에 영혼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또 명령합니다. “사람아, 너는 생기에게 대언하여 이렇게 일러라. ‘너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불어와서 이 살해당한 사람들에게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9절)

에스겔이 생기를 향하여 대언하자, 그들이 살아나 제 발로 일어나서 엄청나게 큰 군대를 이루었습니다. 아담의 코에 불어 넣어졌던 그 바람, 낙심했던 제자들을 휘감았던 그 바람이 불어오자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그들은 더는 무덤 속에 갇힌 무기력한 시체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꿈에 사로잡힌 하늘 군대가 되었습니다(10절). 그렇습니다! 마른 뼈처럼 아무 쓸모 없는 존재였던 희망 없던 이스라엘이 하늘 군대로 재탄생했던 것입니다.

희망, 오늘을 사는 버팀목

따라서 이 말씀은 오래전 바빌론 포로들에게만 주신 말씀일 수 없습니다. 마주한 암울한 현실 앞에서 지치고 좌절한 모든 시대 모든 사람에게 주시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이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본문 11절부터 14절까지이고, 공동번역입니다.

11그러자 그분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 사람아, 이 뼈들은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다. 뼈는 마르고, 희망은 사라져 끝장이 났다고 넋두리하던 것들이다. 12이제 너는 이들에게 나의 말을 전하여라. ‘주 야훼가 말한다. 나 이제 무덤을 열고 내 백성이었던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올려 이스라엘 고국 땅으로 데리고 가리라. 13내가 이렇게 무덤을 열고 내 백성이었던 너희를 무덤에서 끌어올리면, 그제야 너희는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되리라. 14내가 너희에게 나의 기운을 불어넣어 살려내어 너희로 하여금 고국에 가서 살게 하리라. 그제야 너희는 나 야훼가 한번 선언한 것을 그대로 이루고야 만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야훼가 하는 말이다.’” (공동번역)

에스겔서 40~48장에는 예루살렘을 다시 건설하고 나라를 되찾을 것이라는 예언이 등장합니다. 건축 계획, 크기, 건축 자재, 사제들을 위한 방, 의례, 종교 축제 그리고 이스라엘 지파 간의 부동산 분배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에스겔은 이스라엘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에스겔은 모든 세대에 말을 걸고 특히 불확실한 미래를 사는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을 보여줍니다. 잘 아시듯이 성경은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기 전, 온 세상은 “혼돈하며 공허하고, 어둠이 깊음 위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라고(창 1:2) 전합니다. 하나님이 한 첫 행동은 빛을 만들어 어둠을 쫓는 일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 같은 지옥 속에서도 인간의 삶을 지탱케 하는 위대한 힘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상황에서도 결코 절망하면 안 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해야 합니다.

하늘 군대로 일어서자!

오늘 본문은 마른 뼈들도 하늘 군대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골들이 일어나 하늘 군대를 이루는 데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에스겔은 마른 뼈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했습니다. 뜻이 들어가자 그들은 절망의 자리를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생기입니다. 우리 속에, 우리 문화 속에, 우리 역사 속에 하나님의 생기가 깃들 때 우리는 비로소 일어선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절망의 그늘을 박차고 일어나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는 하늘 군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말씀과 생기의 대언자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확고합니다. 하나님은 지금 당신의 뜻을 세상에 전할 사람들을 찾고 계십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마른 뼈들을 향해 일어서라고 외치는 이들을 찾으십니다. 그러니 먼저 눈 뜬 우리들이, 하나님의 마음과 접속된 우리들이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사람아, 이 마른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아무개야, 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겠느냐?” 당시 에스겔의 대답은 “주 하나님, 주님께서는 아십니다”였습니다. 이는 주권이 내가 아닌 하나님께 있다는, 하나님이 주도권을 쥐고 계신다는 고백입니다. 교만하지 않은 겸손한 자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역사를 창조해 가십니다. 그러니 “사람아, 이 마른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아무개야, 나와 함께 이 마른 뼈들을 하늘 군대로 변화시키자”는 명령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의 대답은 “예 주님, 부족하지만 저희가 기꺼이 주님과 함께 마른 뼈들을 하늘 군대로 변화시키고야 말겠습니다. 그렇게 될 것을 믿습니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 속한 하시딤의 랍비 하녹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스라엘의 이집트 포로 생활의 본질적 차원은 그들이 견디는 법을 익혔을 때 시작되었다.” 우리가 불의한 현실에 저항할 힘을 잃었을 때, 부당한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게 될 때, 그때가 진정한 절망의 시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20세기의 위대한 여성신학자 도르트 죌레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절망 앞에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는 그대로를 가만히 앉아서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태의 역전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기도를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녀는 기도하는 사람은 “만사가 다 그런 식이라고 말하면 안 되고, 만사가 다 그런 식이지만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반드시 ‘시정’되고 ‘변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불의한 현실에 저항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마른 뼈와 같은 우리 속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면서 ‘생명의 바람, 평화의 물결이 되어서 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서 있는 삶의 자리가 어디이든 생기의 대언자가 되십시다.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

지난 3월 20일에 전동성당이 있는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열었습니다. 거기에서 사제단은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구구절절이 고개가 끄덕여지고 은혜가 넘치는 명문이었는데, 좀 길지만 제가 그 성명서의 결론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하나. 성경의 ‘억강부약’(눅1:46-55) 대신 가혹한 ‘강자독식’을 더 나은 미래로 믿으며, 서민 생존권을 무시, 노동자들을 적으로 대하고 파업을 ‘북한 핵 위협’처럼 여기며, 4.19이래 수많은 사람이 목숨 걸고 쟁취한 민주주의를 경시하며, 검찰의 권능을 악용해서 정적 제거에 몰두하고 편중 인사로 일명 ‘검찰 공화국’을 수립하며, 이태원 참사에서 보았듯이 재난 대비-대응-구조-수습을 위한 공권력을 일신의 안위를 위해 오남용하며, 사죄도 사과도 하지 않고 사사건건 진실을 감추고 남을 탓하며, ‘자주·평화·민족대단결’(7.4 남북공동성명)이라는 원칙을 깨고 전쟁 불사에다 핵무장까지 주장함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극소수의 특권 유지 확대를 위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벼랑으로 내몰며,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외면하고 한사코 원전 강국으로 재도약하자는 시대착오적인 사람. 그는 “헌법 준수, 국가 보위, 평화적 통일과 자유, 복리, 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심각하게 어겼다. 역사적 퇴장을 명령한다.

둘. 분단 기득권 세력의 기사회생, 재집권으로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낙심은 금물이다. 민주주의는 점진적인 성취로 이룩되며 심각한 중단이나 퇴보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6.15 공동선언(2000), 10.4 선언(2007)으로 전진하다가도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정체와 역진이 있었다. 그랬지만 촛불들의 뜨거운 참여와 수고로 판문점선언(2018.4.27), 9월 평양선언이 가능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우리는 숱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놀라운 반전의 기회를 발굴해냈다.

셋. 양심을 지닌 시민이라면 진영을 막론하고 힘을 합치자. 적폐인 보수가 아니요, 노폐인 진보가 아니라면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 데 성심을 모으자. 지킬 것을 지키고, 고칠 것을 고쳐서 이룰 것을 이루는 역사의 현장에서 모두 만나자.

넷. 믿음을 가진 모든 형제자매에게 호소한다. 꼿꼿이 서서 몸을 태우는 제대 초의 듬직한 몸가짐처럼 병든 세상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자.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다.

마지막 구절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 소중한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금이 은총의 때다”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고난의 때가 아닙니다. 은총의 때입니다. 왜? 마른 뼈 같은 우리를 하늘 군대로 다시 일으켜 세우시고, 새 역사 창조라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을 기꺼이 감당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막바지에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좇아 십자가의 수고를 즐거이 감당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