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과 신앙공동체의 사귐

10:16우리가 축복하는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함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닙니까? 17빵이 하나이므로, 우리가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그 한 덩이 빵을 함께 나누어 먹기 때문입니다.

11:23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24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5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다. 너희가 마실 때마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6그러므로 여러분이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선포하는 것입니다.

 매년 10월 첫째 주일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고백하는 세계 성찬주일(World Communion Sunday)로 지키고 있습니다. 1936년 10월 첫째 주일에 미국 피츠버그의 미국 장로교회(PCUSA)에 속한 한 교회에서 장차 세상의 모든 교회들이 한 식탁에서 한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는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미국의 상황은 대공황기(Great Depression)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기 교회도 챙기기 힘든 상황에서 그들의 시선은 전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후 미국 장로교는 미국과 해외에서 세계 성찬 주일을 지키기 시작하였으며, 1982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교회들이 10월 첫째 주일을 성찬주일로 지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성찬 주일은 교회연합운동을 위한 의미 있는 날입니다. 그리스도교는 한 분 하나님을 믿고 동일한 경전을 읽지만 다양한 공동체 혹은 교파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로 상종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사소한 차이로 인하여 서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를 고찰해 보면 잔인한 전쟁들로 기록된 역사에는 그리스도인들 간의 전쟁 또한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예배를 드리는 방법과 신학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세계 성찬주일은 모든 교회들의 공통 성례인 성찬을 통해 세계 모든 교회들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한 몸을 이루고 있으며,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기억하고 고백하는 뜻깊은 주일입니다.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이라고 하는 사도 신경의 고백에서처럼 세계 성찬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와 성도들 간의 교통”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성찬, 성만찬, 주의 만찬이라는 용어에 대해 일종의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찬이라는 말은 헬라어 유카리스트(euxarist=thanksgiving)에서부터 나온 말입니다. 유카리스트라는 용어를 영어로는 Holy Communion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카리스트라는 용어를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체, 성사, 영성체로 번역하여 사용하는 반면에,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는 성찬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찬이라는 용어 사용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행해진 마지막 식사 (The Last Supper)란 연회, 축하연, 진수성찬(Banquet)이 아니라 여행 중에 준비된 조촐한 저녁 식사 (supper)였기에 이를 기념하는 후대의 교회에서 행해지는 의식은 성만찬이라기보다 성찬 의례(Eucharistic Adoration, Holy Communion)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에서 성만찬 혹은 만찬보다는 성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신학자 J. 몰트만에 의하면, ‘미사’(Messe)와 ‘미사 제의’(Messofer)라는 표현은 그리스도의 희생, 교회와 신자들의 희생을 지칭한다면, ‘주의 식사’ (영어: the Lord’s supper, 독일어: Abendmahl, Nachtmahl) 라는 프로테스탄트적 표현은 예수께서 그의 제자들과 가졌던 마지막 식사와의 관련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며, 성찬(Eucharistie)라는 용어는 예배, 찬양, 감사의 맥락에서 저 식사를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몰트만은 자신이 글을 쓸 당시의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주의 식사’ (영어: Lord’s supper, 독일어: Herrenmahl)라는 용어가 관철되어 왔음을 고려하여 본인은 ‘주의 식사’ (Lord’s supper) 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한국어 번역본은 이를 ‘주의 만찬’으로 번역하였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물결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체로 여성들은 주(主)라는 용어는 봉건시대의 영주와 종의 위계질서적인 관계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Lord, 主)라는 명칭에 대한 거부감이 대단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오늘 성찬으로 표기할 것인가, 아니면 성만찬으로 표기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였으나 저는 성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가 늘 성만찬으로 칭해왔기에 성만찬이라는 용어가 성찬이라는 말보다 입에 익숙합니다. 이 성찬 예식은 세례와 더불어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예식으로 자리 잡았으나, 저는 오늘 증언할 초점에 집중하기 위해 성찬 예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석과 시행 방식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만을 언급하고 지나가고자 합니다.

 2세기 중엽 로마제국의 박해에 맞서서 그리스도교를 변호했던 순교자 유스티누스가 로마 황제에게 보낸 탄원서에 그리스도교의 세례와 성찬에 관한 언급이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초대 그리스도교 첫 몇 세기 동안 세례와 성찬 예식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발전했는가에 대한 역사를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유스티누스의 저술을 제외하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으며, 남아 있다 해도 몹시 암시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2:46은 예루살렘 최초의 교회 예배에 대한 기록입니다. 여기서 보면 이들은 아직 독자적 교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유대인 성전 혹은 회당에서 예배를 드렸으나 박해가 시작된 이후에는 신도들의 집이 가정교회가 되어 예배를 드렸습니다. 가정예배는 신도들이 모여 찬송부르고 기도하며 빵을 떼는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빵을 떼며 하나님께 감사드린 이 의식, “성찬 예배” (유카리스트 Euxarist)는 바로 제자들과의 마지막 저녁 식사 때 예수께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thanksgiving)는 말이 헬라어로 유카리스트(euxarist)라고 불려지는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독자적인 교회당 없이 구약성서를 읽고 설교하는 예배를 드렸는데 이를 “말씀의 예배”(synaxis, 시나키스)라고 합니다. 이처럼 초대교회 시대부터 예배는 “말씀의 예배”인 시나키스와 “성찬 예배”인 유카리스트를 겸한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마가복음의 저작 시기는 AD. 70년 경으로, 마태복음의 경우는 AD. 80-90년 사이로 비교적 늦게 기록되었으며, 누가복음의 저작 시기는 80년 경으로 잡고 있는데, 바울 서신들은 AD. 50-60년대, 즉 거의 10년 사이에 쓰여졌습니다. J. L. 니이브에 의하면, 성찬에 관해서 고전 11:23 이하에 나타나 있는 사도 바울의 진술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의 성찬에 관한 바울의 두 언급들이 바로 오늘 성경 봉독한 고전 10:16-17, 11:23-26절입니다.

 바울은 고전 11:23-24에서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준 것은 주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라는 말로써 성찬에 대한 근거를 담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찬을 통해 기념되고 기억되는 것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셨고 그가 우리를 향한 하나님 자신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부활하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린도 전서에서의 바울의 설명에 따르면, 성찬은 각각의 참여자들이 함께 빵을 떼는 하나의 빵에 의해 상징되는 일치와 조화의 세계에서의 예배자들 상호 간의 거룩한 평등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찬 제정의 경로를 보자면 성찬 시초에는 그리스도께서 단지 그의 몸에 대해서만 말씀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전 11:25에 의하면 “식후에, 잔도 이와 같이 하시고서...”라고 되어 있듯이 그의 피에 관한 말씀은 식사 후에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의 피가 성찬에서의 제2의 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피는 몸을 주셨을 때 이미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식후에 예수께서 그의 피에 대해 말한 것은 자신의 생명을 사죄의 새 언약으로 주신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10:16-17에서는 축복의 잔을 먼저 언급하고 나서 빵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축복의 잔은 식사를 마칠 때 마치는 형식으로 마셨던 포도주 잔을 지칭하는 통상적인 유다의 용어라고 합니다. 10:16에서 언급된 잔은 통상적인 유다의 용어라기 보다는 11:25에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언약이다”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10:16-17에서 이처럼 잔이 먼저 언급된 것에 대한 바울은 성찬 예식을 작성하려는 의도보다는 신학적 주장을 하는 것이며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순서를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 성찬주일 설교를 위해 저는 여러 교회에서 행해진 세계 성찬주일 설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체로 그 설교들은 성찬 주일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그리스도인의 연합, 일치, 하나됨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연합과 일치와 하나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저는 조금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일치와 하나됨은 무엇일까 하는 측면에 대해 집중하고자 합니다.

 유대교에 있어서는 가족 사이의 식탁의 사귐이, 즉 가정에서 지키는 안식일 잔치가 전면에 있다면,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찬의 사귐’이 전면에 있습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을 저녁 때에 거행했는데 이는 본래 제정되었던 당시의 시각을 따른 것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거룩한 저녁 식사)이었습니다. 믿는 자들의 숫자가 적었던 초기에는 애찬(愛餐, Agape)이라고 불려지는 친교적 모임의 형식으로 행해졌다고 합니다. 고아와 과부, 가난한 신도들, 나그네는 빈손으로 와서 애찬에 참여했으나 예배 시간 중간에 애찬식을 하다 보니 포도주를 과음하고 취해 예배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기에 바울이 그것을 경고하는 일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고전 11:21-22에 나타나 있습니다. 11:20에 보면 “그렇지만 여러분이 분열되어 있으니, 여러분이 한 자리에 모여서 먹어도, 그것은 주님의 만찬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구절의 ‘주의 만찬’도 영어로는 the Lord’s supper로 되어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는 한 자리에 모이면서도 거룩한 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없었는데, 그들은 각자 음식을 먹음으로 부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가져와 자기들끼리만 먹어 치움으로써 늦게 참석하게 된 가난한 자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음식이 적절하게 배분되지 못하게 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11:21-22, 28-34에서 교회란 힘 있는 자들과 지식 있는 자들끼리만 모이는 유유상종의 모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신랄하게 질타하고 있습니다.

 베네딕트파의 옛 노래에 의하면, “자비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Ubi caritas et amor, ibi Deus est)는 것이니, 믿는 우리들의 성찬은 오히려 끼리끼리만 포식하는 세계 질서를 비판하는 성찬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위장(胃臟)을 통해서도 전달된다는 사실입니다. 사귐의 한 본질적 형식은 ‘식탁의 사귐’입니다. 함께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발을 같은 식탁 아래에 뻗고 있는 한 가족의 식구들처럼 하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새 하늘 새 땅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약성서적 이해에 의하면, 새로운 공동체 없는 새로운 삶이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교회공동체는 변화된 삶을 사는 집단이며(H. Gollwitzer), 이는 형제자매의 사귐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는 그리스도가 복음의 약속 아래서 그리고 성찬 제정의 말씀에 따라 식탁의 교제를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초대 그리스도교에서 사람들은 공동식사를 나누는 가운데 성찬 제정의 말씀을 낭송하고 시편을 노래하면서 성찬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가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그 한덩이 빵을 함께 나누어 먹기 때문입니다.” (고전 10:16-17)에서 처럼 빵을 떼고 받는 행위는 신앙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산다는 것은 신앙과 사랑의 공동체 안에서 몸의 머리인 그리스도에게 이르기까지 ‘성장’하는 것입니다.(엡 4:15-16) 상호공속성, 일치가 이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신앙공동체에서는 모든 곤경, 모든 문제, 모든 일들을 사랑과 형제‧자매애 안에서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거기에는 지배도 위계질서도 주도권 주장이나 특권적 직책도 없습니다. 교회는 각각의 교회가 처한 그 시대의 조건 아래에서 자유로운 형재‧자매애의 새로운 공동체 생활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하는, 일치와 조화의 세계에서의 예배자들 상호간의 거룩한 평등성을 드러내는 계급없는 신앙공동체이고 그래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는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만 그 필요성은 지붕 위의 참새도 아는데 교회는 전혀 꿈쩍도 않는다고 하니 답답하지요!)

 교회라는 신앙공동체 안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나의 곤궁함과 어려움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서로 서로 돕고 위로하기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적어도 교회 다닐 만한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냥 저냥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그러나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는 갈 3:28의 말씀처럼 신앙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 근거한 통일체입니다. 이 말씀이 선포되던 당시를 보면 그리스도교 신앙공동체는 폭력적 세상 안에서 비폭력적 집단으로서 위계질서 없이, 형제자매의 곤궁함을 돕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내어놓고 주인과 노예가 한 형제자매로 되며 당시의 이방적 주변세계의 모든 야수적인 행위들에 참여하지 않는 신앙공동체를 실현하였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삶을 살아갈 때 교회는 비로소 교회다운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종교개혁자 루터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형제(자매)와 같고 그들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함께 한 그리스도, 한 세례, 한 신앙, 한 보배를 가지고 있으므로 나는 너보다 나을 것이 없고 네가 가진 것을 나도 가졌으며 나도 너처럼 부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배를 가진 우리 모두는 서로 서로에 대해 당당한 존재가 아닙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해서 생긴 신앙공동체의 변화된 삶은 롬12:2에서처럼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와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공동생활의 사귐 안에서만 시작되는데, 이 사귐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인간들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누구도 아무도 공식적인 교회에서 그러하듯이 사적인 그리스도교의 시민적 정숙과 경건한 심정을 가장하고 감추기 위해 자신의 삶의 곤궁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습니다. 이제 신앙공동체에 속한 모든 이들은 서로 돌보아 주고 함께 염려하며 서로 남의 짐을 져준다는 것이며 (갈 6:2,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서로 의논하고 위로하며 권고한다는 것입니다.(갈 6:1)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 즉 중독된 사람들, 절망에 빠진 사람들, 병든 사람들, 의지할 데 없는 이들, 허약한 노인들이 친절한 후원과 끊임없는 도움을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며 젊은이들에 의해 냉혹한 비판이 제기되며 경청되고 토론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서로 죄를 짓고 서로 용서하며 서로 먼저 약점을 받아주고 감당하려는 사귐 혹은 친교의 시작입니다. 특히 본 회퍼는 사귐 혹은 친교를 인간이 실현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그리스도 안에서 형성된 현실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오늘 세계 성찬주일을 맞아 첫째, 우리가 회복해야 할 연합, 일치, 하나됨의 구체적 의미를 새기면서 앞으로 우리 서울제일교회 안에서 신앙공동체의 진정한 사귐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둘째, 집단적 비참과 배고픔, 전쟁을 비롯한 각종 억압들과 기후위기로부터 기인된 ‘세계적 위기’가 전 지구를 휘감고 있음을 우리는 실시간적으로 목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직접적 위기가 곧 우리 자신들을 덮칠 것 같은 두려움과 위기를 느끼지 않습니까!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의 사회적 연대의 표징으로서의 성찬이 지니고 있는 효력을 회복하고 실천할 수 있는 희망을 포기할 때 이미 교회는 교회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넘치도록 잘 먹어댐으로써 비만을 걱정하며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퍼붓는 반면에, 가난한 자들은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는 오늘의 극단적 자본주의 세계는 성찬이 지닌 구원의 의미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성찬 주일을 맞이하여 전 세계 교회들이 연합하여 불의하고 잘못된 세계에 대해 외치고 항거할 때에 우리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이미 서울 제일교회는 오래 전부터 열심히 수행하고 있으니 세상에 더욱 더 큰 울림이 일어나도록 열심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