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1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2낮은 낮에게 말씀을 전해 주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알려 준다. 3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4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 (시 19:1-4a)

하늘에 뿌려진 해와 달과 별

창조절은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를 깊이 깨닫고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원래 교회력의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정해졌는데, 창조절은 하나님의 역사가 중심입니다. 이 절기 중에는 결실과 소출에 대한 감사절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람들의 땀의 결실로 거두게 된 소출에 대하여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성서에는 하느님이 해와 달과 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늘 창공에 빛나는 것들이 생겨서, 낮과 밤을 가르고, 계절과 날과 해를 나타내는 표가 되어라. 또 하늘 창공에 있는 빛나는 것들은 땅을 환히 비추어라.”(창1:14-15)

해와 달과 별... 하늘에 뿌려진 이들은 지금도 자기의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런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합니다. 하늘은 이렇게 자신의 역할(땅을 환히 비추는 것)을 다하는데 이 땅을 딛고 사는 우리는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을까요?

며칠 전 신문기사에 나온 내용입니다.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도 그랬듯이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이나 목숨을 잃는 이들은 분명 더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발표된 ‘기후위기의 영향, 적응 그리고 취약성’이라는 부제를 단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라는 재난의 불평등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그리고 노인과 여성 등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예를 들어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나라들에 살고 있는데 이는 중남미,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대부분 가난한 나라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홍수, 가뭄 그리고 태풍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취약한 국가들에서 15배나 더 높았다.

(2022. 8. 26 경향 [불평등의 경제학](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이 땅의 목소리

주지하다시피, 기후재앙의 순간에 가장 먼저 위기에 직면하여 쓰러지고 상처를 입는 존재들은 가난한 나라 연약한 이들입니다. 이들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은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있습니다.

창조절 에큐메니컬 운영위원회(세계개혁교회연맹/ 세계교회협의회/ 루터교세계연맹/로잔·세계복음주의연맹... 등 구성)에서는 올해 창조절 주제를 ‘창조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정했습니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창조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전 지구적으로 널리 확산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국제회의가 열리고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과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사실 지구별의 위기를 자초한 탄소배출은 G20을 비롯한 산업화 시대를 이끌며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잘 사는 나라들의 책임입니다. 그들이 주범입니다.

그러나 국제 현실은 여전히 기후위기 범죄 집단의 절대적 책임을 가진 강대국들의 목소리가 주도합니다. 오히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이들의 목소리는 음소거되고 있습니다. 외면받는 이 목소리는 인간 종(種)보다 더 많이 다양성이 감소하는 종(種)들의 목소리입니다. 이것이 이 땅의 목소리입니다.

두 개의 책

시편 기자는 창조세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점점 더 드물어지는 일종의 귀 기울임이 필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 전통 안에는 창조세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전통이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 저작물 중 일부는 창조세계의 개념을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언급합니다. 성 신이 관찰해야 하는 우주의 책입니다. 성경의 페이지는 읽고 쓸 줄 아어거스틴은 창조세계를 “당신이 귀 기울여야 할 거룩한 페이지이고 당는 사람만 읽을 수 있고 우주의 책은 모든 사람이 문맹이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마틴 루터는 “하나님은 복음을 책에 기록하셨을 뿐 아니라 나무와 다른 피조물에도 기록하셨습니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창조세계’와 ‘성경’이라는 두 책이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세계’라는 책을 통하여 특히 듣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기독교 영성은 말과 침묵으로 우리의 몸을 묵상으로 이끄는 훈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적극적인 귀 기울임의 영성을 구축하는 것은 파괴적인 이야기의 소음들 가운데에서 하나님과 이웃의 목소리를 분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땅을 향한 사랑의 계절 - 창조절

노아는 죄악으로 가득찬 세상의 아우성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과 구원의 숨은 뜻을 헤아려 순종하여 구원의 방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탐욕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조롱과 겁박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방주는 완성되었고 대홍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그친 후 온 땅은 아직 빗물로 가득차 있을 때 노아는 비둘기를 날려 보내 땅이 드러났는지 살펴봅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발을 딛고 살아갈 ‘땅’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심판은 또 다른 구원의지 – 무지개로 우리 삶을 비춰줍니다.

땅이 없는 하늘은 없습니다. 창조절은 우리의 탐욕으로 무너지는 세상 가운데 또 다른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절기입니다.

해와 달과 별의 환한 빛은 결국 이 땅을 향한 사랑의 빛입니다. 이 환한 빛에 반응하여 구원의 방주를 세우고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모든 생명들을 돌보는 오늘이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