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교회의 역할

15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 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 (창 2:15)

13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14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 (마 7:13-14)

20이 세상 창조 때로부터,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속성, 곧 그분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은, 사람이 그 지으신 만물을 보고서 깨닫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롬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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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큰아이가 입대했습니다. 큰아이 방엔 큰아이가 붙여놓은 사진, 그림, 글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그중에 강렬하게 다가오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 불평등, 가부장제 없는 세상, 어서 오라.”

“폭염, 태풍, 홍수, 산불, 전염병이 우리의 뉴노멀(새로운 일상)? 우리는 살고 싶다. 정부, 국회, 기업, 교회는 우물쭈물하지 말고 당장 움직여라!”

위 구호는 이 시대의 화두이지만. 큰아이의 비명처럼 들렸습니다. 큰아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로 보였습니다. 우리 시대의 걱정이 큰아이 세대에겐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지구

지난 25년 동안 30여 종의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였습니다. 그 종류와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처럼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기도 하였습니다. 해마다 조류독감이 찾아오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동토층이 녹으면서 잠들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난다면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개발과 벌목으로 숲이 사막으로 바뀌고, 도시와 도로 건설로 농경지가 사라지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곡물생산량이 줄고, 지나친 육식으로 상당량의 곡물이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며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4·5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하루에 150~200종의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얼마 전 lPCC는 지난 30년 동안 예측치와 실제 변화를 비교해 본 결과 예측치 대부분이 맞았거나 더 악화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6차 보고서에서 기후재앙이 당초 예상인 2050년보다 10년 더 빨리 올 것으로 경고하였습니다.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악몽>에서 이미 생물의 대멸종이 시작되었음을 경고했고,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하면 10%, 2도 상승하면 2~30%, 3도 이상 상승하면 4~70%의 생물이 멸종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2100년엔 지구의 온도가 최고 6.4도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생물의 80% 이상이 멸종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멸종 속도 보다 1천 배나 빠른 속도로, 사실상의 지구 종말 시작입니다.

해마다 산불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그 규모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그리스, 터키의 대규모 산불은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초, 뉴욕을 강타한 태풍으로 시간당 800밀리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린란드에 폭우가 쏟아져 상당량의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더 강력한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되면 지구온난화는 급속도로 진행될 겁니다.

마지막 경고들

체온과도 같은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해서 올라 410ppm을 넘었고, 지난 100년 동안 온도가 가장 높았던 연도들은 모두 1990년 이후에 속하며 올해는 가장 더운 지구로 기록되었습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기후학자, 생물학자, 미래학자 등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2,500여 명의 기후학자들 및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IPCC는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머지않아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한편 신학계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문제에 대하여 존 캅, 토마스 베리, 로즈마리 류터, 레오나르도 보프, 매튜 폭스, 프란츠 알트, 쉐리 맥페이그 등이 선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토마스 베리는 현재의 멸종 규모와 속도로 보아 인류는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살고 있어서 “생태대” (Ecozoic)라는 역사적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우주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티핑 포인드(Tipping point)는 대변곡점이란 뜻입니다. 지구 온도가 1.5도 오르면 티핑 포인트가 되는데 그땐 인간이 제아무리 노력해도 더이상 지구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그야말로 지구 종말의 시작입니다. 그러기에 인류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지구 평균기온을 1.5도로 묶어두자고 합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키기엔 인간의 욕망이 너무 강합니다. 그간 인류는 욕망을 절제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는 종교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일이 인류의 최대 불행입니다.

지구위기의 원인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공생관계에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를 먹고 자연 안에서 살다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겨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연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파괴하였습니다.

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지나친 물질적 삶으로 인하여 거룩함을 상실하고 천박한 존재로 추락했습니다. 결국, 지나친 물질의 소비가 자원의 고갈을 가져왔고 자연을 황폐화했으며 굶주림으로 몰아갔습니다. 물질의 소유를 행복의 가치로 본 잘못으로 인하여 풍요를 위한 지나친 소비가 성장주의를 부추겼고 자연을 지속해서 파괴하였습니다. 결국, 인간중심주의와 기계론적 우주관,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이 환경을 파괴하였습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가야 할 인간은 지구생태계의 암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창조신앙

지금 세상은 경제논리가 생명논리를 압사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돈이 되느냐를 따지는 것은 세상이고, 생명이 사느냐를 따지는 것은 기독교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몸인 교회에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임하셨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만드는 일이 예수의 핵심 사역이었습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기독교의 신앙 전통엔 창조신앙과 구속신앙이 있습니다. 창조신앙은 모든 만물은 하나님이 지으셨고, 만물 속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득하다고 믿습니다. 생명의 토대가 되는 자연 세계는 하나님의 섭리인 창조질서에 의해 운행되고 있으며, 생명은 하나님의 것으로 신비하며 존엄합니다.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생명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니 불신앙입니다. 동산을 잘 돌보는 환경선교는 최초의 사명입니다. 이 시대에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환경선교는 본질적으로 교회의 책무입니다.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

지난 5월 20일, 한국교회(NCCK)는 소중한 결단을 담은 시의적절한 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교회 탄소중립선언입니다. 교회는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회(NCCK)는 총회를 통해 2030 기후비상행동을 결의하였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한국교회가 기후위기에 비상하게 대응하겠다는 결의입니다. 그 이후 이번 선언으로 한국교회는 기후위기를 시대적 핵심 과제로 삼고 지구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결의를 대사회적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한국시민사회의 일원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 국회, 기업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습니다.

첫째, 정부와 국회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십시오.

둘째,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 제시하십시오.

셋째,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책을 마련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생산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십시오.

아울러 한국교회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행동을 위해 다음과 같이 약속하였습니다.

첫째,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의 기후위기 인식 개선을 위해 각 교단과 지역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기후위기 비상행동 플랫폼 사업을 시행하겠습니다.

둘째, 우리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목회 매뉴얼을 개발하여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생활과 일상생활, 사회조직 속에서 탄소 저감 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겠습니다.

셋째, 우리는 세계교회와 함께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JPIC)이라는 에큐메니컬 신앙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연구자, 신학자, 기독시민운동 그룹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넷째, 우리는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보전하는 일이 하나님께서 명하신 중요한 선교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 설립을 추진하겠습니다.

다섯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해 출범한 <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과 <생태정의아카데미>와 연대하여 국내 기독교 대학교 및 신학대학교에서 기후위기시대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한국교회의 역할

먼저 한국교회는 교단마다 교회마다 기후비상행동 기구를 구성하여 개인적으로 교회와 교단적으로 비상하게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녹색교회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녹색교회는 신음하는 피조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설교하고, 교육하고, 자원재활용에 참여하고, 교회 건축 관리를 생태적으로 운영하고, 생협을 통해 유기농산물로 간소하게 밥상을 차리고 음식물 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꽃꽂이 대신 화분을 놓고, 불필요한 행사는 줄이고, 행사를 간소화합니다. 초록가게를 운영하여 자원을 재사용·재이용하고, 차 없는 주일을 지키고, 대중교통 이용을 생활화합니다. 환경현안에 동참하고,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반대하고,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은총의 숲 조성에 참여합니다. 교회 주보나 자료집을 재생용지로 만들고, 햇빛이나 풍력발전소를 설치 운영합니다. 교회 내에 환경부를 두고, 모든 교회사역을 환경선교와 연계시켜 진행합니다. 아울러 녹색교회를 지향하고, 창조영성을 믿고, 창조세계의 청지기임을 교육하고, 창조질서보전 명령에 동참합니다.

한국교회가 기후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교회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고, 전국 교회 지붕이나 주차장마다 태양광(햇빛)발전소를 설치 운영한다면 새로운 사회운동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도들 가정마다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설치 운영하여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야 합니다.

신학대학에 환경선교와 생태목회 과목을 신설하고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교육에 반드시 환경선교에 참여하고 교회나 선교단체별로 다양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요구합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완성을 위해 혁명적인 탄소저감정책을 단행하고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속하게 폐쇄하고, 에너지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도 점진적으로 폐쇄해야 합니다.

이제 기업은 이익 창출에만 급급하지 말고 지구생태계 보전과 지속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단행해야 합니다. 생산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합니다. 바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선언이 그것입니다.

녹색을 꿈꾸는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 실현에 동참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생명 평화의 나라입니다. 예수가 자신의 전부를 걸고 세우려고 했던 나라입니다. 생명들이 제 숨을 평화롭게 쉬는 세상입니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로운 사회를 세우는 일이 교회의 존재 이유입니다.

한국교회는 생명파괴에 대해 응답해야 합니다. 그 응답은 생태적 전환이 될 것입니다.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2050 거주불능 지구>란 책에서 인류는 자연재해로 인한 대량 학살의 위협에 놓여있다며 그 위협은 살인적인 폭염, 빈곤과 굶주림, 해수면 상승으로 집어삼키는 바다, 치솟는 산불, 재난성 날씨, 죽음의 바다, 질병의 전파, 기후분쟁, 시스템의 붕괴를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대안으로는 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기후오염물질을 신속히 감축, 생태계 보호 및 복원, 육식 감축과 채식 확대, 탄소 없는 경제 실현, 사회 경제적 정의와 인구 안정화를 꼽았습니다.

생태적 우주론으로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지구생태계 파괴의 직접적 이유는 과학과 기술의 오용과 남용, 과소비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신학자 토마스 베리는 지구 위기를 인간과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해줄 생명적 우주론의 결핍으로 보았습니다. 그동안 서구 문명과 과학기술은 자연을 도구화해왔고, 그 결과 인간과 자연은 공생적 친밀성을 상실했습니다. 인류는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생태적 우주론으로 전환해야 이 파국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위대한 과업을 위해 초대받았습니다. 인류는 신생대에서 장렬하게 종말을 맞을 것이냐 아니면 생태대라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미래는 지구를 착취의 대상이 아닌 사귀어야 할 주체로 이해할 때만 실현됩니다. 토마스 베리는 현재의 생태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지구 스스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며 “우리가 지구에서 정중하게 사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만 행성 지구가 우리를 아낌없이 보살펴 주었듯이 우리 후손들 또한 보살펴 주리라”고 말했습니다.

나가기

한국교회는 시급히 기후비상행동 대책기구를 결성해야 합니다. 기후 위기는 이념의 문제도 정치진영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닙니다. 온 교회가 나서서 기후비상행동을 결행하고 교회와 신앙적 차원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마 7:13-14). 코로나-19의 근본적 해결방안도 역시 건강한 생태계 복원에 있으며 이는 지구생태계에 부담이 덜 가는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에 있습니다. 예수께서 제시하신 좁은 길이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길입니다. 위대한 과업은 위대한 전환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생태적 전환이 길입니다. 넓은 길에서 좁은 길로의 전환, 화려하고 풍요로운 삶에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의 전환, 기계론적 우주관에서 생태적 우주관으로의 전환, 구원신앙과 창조신앙의 조화, 성장에서 성숙으로의 전환, 관리자에서 구도자에로의 전환, 인간 중심주의에서 생명 중심주의로 전환의 길로 가야 합니다.

13세기 생태영성가 마이스터 ��하르트는 고백합니다. “만물이 제 삶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 보일 때 하나님은 비로소 하나님이 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