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의 영적 투쟁은?

10끝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주님 안에서 그분의 힘찬 능력으로 굳세게 되십시오. 11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시는 온몸을 덮는 갑옷을 입으십시오. 12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적대자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13그러므로 하나님이 주시는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이 악한 날에 이 적대자들을 대항할 수 있으며 모든 일을 끝낸 뒤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14그러므로 여러분은 진리의 허리띠로 허리를 동이고 정의의 가슴막이로 가슴을 가리고 버티어 서십시오. 15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전할 차비를 하십시오. 16이 모든 것에 더하여 믿음의 방패를 손에 드십시오. 그것으로써 여러분은 악한 자가 쏘는 모든 불화살을 막아 꺼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17그리고 구원의 투구를 받고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십시오. 18온갖 기도와 간구로 언제나 성령 안에서 기도하십시오. 이것을 위하여 늘 깨어서 끝까지 참으면서 모든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십시오. 19또 나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내가 입을 열 때에,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셔서 담대하게 복음의 비밀을 알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십시오. 20나는 사슬에 매여 있으나, 이 복음을 전하는 사신입니다. 이런 형편에서도,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말을 담대하게 말할 수 있게 기도하여 주십시오. (엡 6:10-20)

영적 투쟁?

지난 주일은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이었던 관계로 성서일과(lectionary)가 제시한 ‘에베소서’ 본문을 건너뛰었습니다. 오늘로 7주 동안의 ‘에베소서’ 본문이 끝나고, 다음 주부터는 ‘야고보서’가 본문으로 주어집니다. “끝으로 말합니다”(10a절)라는 말로 시작하는 오늘의 본문 말씀에서 바울은 ‘영적 투쟁’에 대해서 권고합니다. 투쟁은 투쟁인데 ‘육적(肉的) 투쟁’이 아니고 ‘영적(靈的) 투쟁’입니다. 그 투쟁이 ‘영적’인 까닭은 우리가 대항해서 싸워야 할 상대가 ‘사람’이 아니고 ‘악마’이기 때문입니다(11절). 본문 12절은 이것을 “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적대자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증언합니다.

바울은 우리의 상대가 매우 강력하므로 하나님의 무기로 완전무장을 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허리는 ‘진리의 띠’로 동이고, 가슴에는 ‘정의의 갑옷’을 입어야 하며,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신고, 손에는 ‘믿음의 방패’를 잡고 있어야 하며, 머리에는 ‘구원의 투구’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강력한 무기인 하나님의 말씀—‘성령의 칼’로 무장해야 한다고 합니다(14-17절). 나아가 이 완전무장과 더불어 성령의 도움을 받아 늘 깨어서 기도해야 한다고 합니다(18절).

악마 : 구조악의 내면에 있는 영적 실재

본격적인 증언에 앞서 먼저 확인할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울이 말한 ‘영적 투쟁의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봉독한 새번역 성경 본문 11절에는 ‘악마’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2절은 그 악마를 가리켜 구체적으로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이라고 말합니다. 성경 원어인 그리스어와 영어 단어로는 각각 ‘디아볼로스’(διάβολος, devil), ‘아르케’(ἀρχή, ruler), ‘엑수시아’(ἐξουσία, authority), ‘코스모크라터’(κοσμοκράτωρ, world power), ‘포네리아’(πονηρία, evil force) 등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악마’는 ‘귀신’이나 ‘유령’, 즉 ‘ghost’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시적’(visible)인 동시에 ‘비가시적’(invisible)이고, ‘지상의 것’인(earthly) 동시에 ‘하늘의 것’(heavenly)이고, ‘영적인’(spiritual) 동시에 ‘제도적 또는 구조적’(institutional)이고, 외적인(outer) 동시에 내면적(inner)입니다. 또 오늘 본문에서는 ‘악마/마귀’(devil)라고 표현됐지만, 다른 본문에서는 ‘사탄’(Satan)이나 ‘악령’(demon)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과연 성경에서 이것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이 물음에 답을 한 성서학자가 있습니다. 그분은 제가 여러 번 소개한 바 있는 미국의 저명한 신약성서 학자 월터 윙크(Walter Wink)입니다. 2012년에 77세의 나이로 소천한 이분은 30년이 넘도록 성경에 나타난 ‘악한 세력들’(the Powers)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시리즈로 총 5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이 중 1992년에 출판된 Engaging the Powers, 한국어로는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이란 제목으로 번역·출판된 책은 현대 신학자들에 의해서 ‘세계 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술’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역사적 예수 학자인 마커스 보그(Marcus Borg)나 존 도미닉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비폭력 저항에 대해서 월터 윙크에 크게 기대고 있습니다.

월터 윙크는 악마를 “이 세상의 악한 세력들, 특히 정치·경제·문화적인 지배체제(dominant system)라는 구조악(systemic evil)의 내면에 있는 영적인 실재”라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 외에 실제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엄청난 힘이 있는데, 그 힘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사탄”이나 “악마” 혹은 “권세”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악의 힘이 통합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지배체제’이고, 그 지배체제를 지배하고 움직이는 악한 영(정신)이 바로 ‘사탄’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히틀러가 통치하던 ‘나치 독일이라는 국가’는 ‘지배체제’입니다. 그리고 그 나치 독일을 지배하던 악한 영(정신)인 ‘파시즘’은 ‘사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구조의 문제나 체제의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배체제를 지배하는 악한 영은 그 지배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내면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資本主義)는 문자 그대로 자(資=돈)를 본(本)으로 삼는 사회체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체제 속에서는 국가도 사람도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월터 윙크의 말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체제는 구조악이고,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정신은 사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악한 힘인 사탄은 제도나 체제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세계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잘’사는 것은 ‘옳고 바르게’ 사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옳고 바르게 사는 ‘가난한’ 사람을 보고 ‘잘’산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못’산다고 하지요. 우리는 돈 많은 부자를 보고 ‘잘’산다고 합니다. 사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경제적인 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다 보니 ‘잘’살고 ‘못’사는 것을 경제적인 부와 연결해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연봉’을 가지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가치를 버는 돈의 양으로 계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 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가 몇 년 전 특집 기사에서 밝혔듯이 “연봉과 사회적 가치는 전혀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연봉이 매우 높아도 사회에 전혀 이바지하지 못하는 직업군이 있고, 반대로 그 직업군이 없으면 사회가 멈출 만큼 기여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연봉이 적은 일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연봉을 고려해서 자기 직업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구조악이 사회체제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각 개인의 내면까지도 지배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기후 변화, 기후 위기 그리고 기후 재앙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무엇입니까? 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재앙’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쓰던 말은 ‘기후 변화’였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했고, 이 온실가스가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켜 지구온난화가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처음에는 ‘기후 변화’(climate change)의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기후 위기’(climate crisis)를 넘어 ‘기후 재앙’(climate disaster)의 초기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 8월 9일에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6차 보고서’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했습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는 인간 탓이 확실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1.5도 상승이 10년 앞당겨졌다’는 것입니다.

오는 10월 9일과 10일 양일에 걸쳐서 열릴 제22차 한일합동수양회의 주제가 “생명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에콜로지 인류세”입니다. 이를 위해 수양회 준비위가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 쓴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읽고 토론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오늘 신도회 월례회를 앞두고 이 책을 사서 읽은 것으로 압니다. 거기 보면 1850년 이후 최근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조천호 박사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사람의 체온이 정상보다 1도 정도 올라가면 건강의 이상 상태를 감지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기후 위기’를 감지하는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서 0.5도가 더 올라가면 위기가 상시화됩니다. 즉 기후 재난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IPCC 제6차 보고서는 지구 온도 섭씨 1.5도 상승이 2021~2040년에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시 말해 올해 당장 기후 ‘위기’가 기후 ‘재난’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 재난의 단계로 완전히 넘어간다면 빈번한 가뭄, 홍수, 폭염, 혹한, 감염병, 기근, 화재 등의 회복과 통제가 불가능한 위기들로 인해 인류는 파국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인류는 임계점, Tipping Point에 서 있습니다.

지구 당뇨병

저는 지금 인류의 상황이 당뇨병 합병증 초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6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또는 뇌혈관 질환이 아니라 당뇨병이라는 것입니다. 당뇨병 초기에는 보통 약을 먹습니다. 심해지면 인슐린 주사도 맞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약이나 주사로 당이 조절되지 않습니다. 약에 내성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둘씩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망막에 이상이 오고, 신장에 이상이 오고, 신경에도 이상이 옵니다. 몸에 염증이 생겨도 잘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가락이나 발목을 절단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뼈가 뿌러져서 몸 밖으로 튀어나왔는데도 통증도 못 느낍니다. 당뇨병 합병증 환자는 그런 식으로 몸이 점점 망가져 서서히 죽어갑니다. 그 단계로 넘어가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는 당뇨병과 같습니다. 시간을 끌다 보면 좋은 약이 나올 거야 하면서 임시방편만 하면 안 됩니다. 근본적인 조처를 해야 합니다. 매끼 음식을 조절하고 매일 열심히 운동해야 당뇨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병을 생기게 한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비로소 병이 나을 수 있는 것입니다. 생활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면 언젠가는 합병증의 단계로 넘어가고야 맙니다.

지구온난화가 왜 생겼습니까? 산업화 때문입니다. 인류가 지속적인 성장과 한없는 풍요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성장과 풍요의 추구는 ‘대량 생산—대량 소비—대량 쓰레기’라는 악순환이 무한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구는 점점 뜨거워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후 위기’와 ‘기후 재난’의 변곡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뇨병 합병증 초기 단계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인류가 걸린 지구온난화라는 ‘지구 당뇨병’을 고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됩니다. 성장과 풍요가 병의 근본 원인이기에 이것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더 욕심내면 파멸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투쟁은 육적인 투쟁을 넘어선 영적인 투쟁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변화시키고, 가치와 인생관을 개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말했고 또 지금도 말하고 있는 ‘녹색성장’과 ‘그린뉴딜’은 ‘동그란 네모’라는 말처럼 형용모순이요 허구입니다. 거짓말입니다. 국민이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니까,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기업도 개인도 계속 돈을 버니까, 그래야 정치인은 표를 받으니까 저들은 절대 성장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정치인은 적어도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대해서는 다 거짓말쟁이니까, 그중에서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양심적인 사람을 뽑는 수밖에 없습니다. 최악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을 바꾸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먼저 바뀌면 됩니다. 국민이 더는 성장과 풍요를 구하지 않으면 됩니다. 국민이 더 잘 먹고 더 잘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해지려면 영적인 투쟁에서 이겨야만 합니다. 욕망과의 싸움에서, 성장과 풍요라는 세상의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기후 정의, 그리고 아직 남은 희망

우리 교회는 이제까지 사회 정의를 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기후 위기 시대의 사회 정의는 기후 정의를 세우는 일입니다. 최소한의 사회 정의는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의 가해자입니다. 선진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도성장을 위해서 그동안 다른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비해 엄청난 탄소를 배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피해는 고스란히 약소국들이 당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사막화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또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가해자입니다.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고 쓰고 남긴 쓰레기 때문에 우리 후손들은 기후 재앙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우리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서 기후 재앙을 막거나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세대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우리가 탄소 중립(Net-Zero)을 실현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합니다.

다행히 아직 기후 위기는 불가피한 파멸의 미래가 아니라, 선택이 남아 있는 미래입니다. 우리는 지금 임계점에 서 있습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천호 박사는 “미래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지 않는다. 인간이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호소합니다. 또 조천호 박사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했던 “기후 변화는 해방적 파국이다”라는 말도 소개합니다. 이 말은 기후 위기 덕분에 인류의 삶이 잘못되었고, 또 비정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즉, 기후 위기는 곧 닥칠 파멸을 알려주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길을 바꿀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에, 그냥 파국이 아니라 ‘해방적’ 파국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당분간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최우선 선교 과제로 삼고자 합니다. 그것을 서제빌딩 앞에 현수막을 걸어서 표현했습니다. 그 현수막은 각각 대정부 메시지와 대시민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대정부 메시지는 “2050 탄소중립, 정부는 똑바로 계획하고 충실히 시행하라!”라는 구호 아래 “석탄 발전소 반대, 핵발전소 반대, 신공항 건설 반대, 탄소세 부과 및 기후 약자 지원, 기후 악당 기업 제재”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대시민 메시지는 “기후 재앙 앞에 선 인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생활을 지금 당장 실천합시다”라는 구호 아래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생활 쓰레기 축소, 일회용품 사용 절제, 아나바다운동 실천” 등의 실천지침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우들은 주보에 있는 실천지침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 주보에는 “2021 서울제일교회 기후위기 비상행동 실천지침”이란 제목하에 네 가지 실천지침이 나와 있습니다. 이 지침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서울제일교회 교인이면 누구나 실천해야 할 것들입니다. 2021년도 8개월이나 지났으니 얼마나 실천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① 책 『그린 엑소더스』 읽기, ② 생활 속 ‘탄소금식’ 실천, ③ ‘몽골 은총의 숲’에 나무 한 그루 이상 심기, ④ 생태 및 환경 운동단체에 회원 가입하기.

아무쪼록 우리 모두 기후 위기가 기후 재앙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녹색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냄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세계 청지기가, 기후 정의 실천가가, 그리고 후손에게 떳떳한 선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