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본받는 생활

4:25그러므로 여러분은 거짓을 버리고,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 참된 말을 하십시오. 우리는 서로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 26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27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28도둑질하는 사람은 다시는 도둑질하지 말고, 수고를 하여 [제] 손으로 떳떳하게 벌이를 하십시오. 그리하여 오히려 궁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게 하십시오. 29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이 있으면, 적절한 때에 해서, 듣는 사람에게 은혜가 되게 하십시오. 30하나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성령 안에서 구속의 날을 위하여 인치심을 받았습니다. 31모든 악독과 격정과 분노와 소란과 욕설은 모든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32서로 친절히 대하며, 불쌍히 여기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서로 용서하십시오. 5:1그러므로 여러분은 사랑을 받는 자녀답게, 하나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셔서,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자기 몸을 내어주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사랑으로 살아가십시오. (엡 4:25-5:2)

크리스천의 교회 생활 지침

여러분은 오늘의 본문 말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저는 처음에 “이 말씀을 해석할 필요가 있나? 그냥 말씀대로 살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윤리적인 생활 지침을 제시합니다. “거짓을 버리고 참된 말을 하십시오”(25절),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26절) 등등 귀하고 좋은 말씀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말씀은 ‘사회생활’ 지침이 아니고, 우선적으로 ‘교회생활’ 지침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첫 구절인 25절은 “그러므로 여러분은 거짓을 버리고,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 참된 말을 하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당연히 이 편지의 수신인일 것입니다. 에베소서 1장 1절은 그 수신인이 “[에베소에 사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성도들”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성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울이 에베소 성도들에게 “거짓을 버리고 참된 말을 하십시오”라고 사회생활 지침을 말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거짓을 버리고 참된 말을 하십시오”가 아니고, “거짓을 버리고,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 참된 말을 하십시오”입니다. 그러니까 본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대상’이 ‘이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또 그것은 ‘일방적’이 아니고, ‘쌍방적’ 내지 ‘상호적’ 요구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그렇게 해야 할 뿐 아니라, 상대도 나에게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문에 ‘각각 자기 이웃과 더불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웃은 ‘일반 사람’이 아닙니다. 크리스천, 즉 성도(聖徒)입니다. 25b절은 “우리는 서로 한 몸의 지체들입니다”라는 말로 그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의 본문 말씀인 에베소서 4장 25절로 5장 2절의 말씀은 4장 1절부터 시작된 큰 단락 중 일부입니다. 4장 1절에서 5장 2절은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교회 공동체 (바로) 세우기’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의 본문 말씀은 크리스천의 ‘사회생활’ 지침이 아니라, ‘교회생활’ 지침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즉 크리스천들이 교회 공동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지켜야 할 도리(道理)들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바울의 권고들이 좀 결이 다르게 들립니다.

새 사람을 입으라!

지난주일 본문은 에베소서 4장 1절로 12절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4장 25절로 5장 2절입니다. 제가 앞에서 4장 1절에서 5장 2절이 한 단락이라고 했는데, 중간 말씀이 빠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맥 속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빠진 부분 중 본문 바로 앞 말씀을 보겠습니다.

17그러므로 나는 주님 안에서 간곡히 권고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방 사람들이 허망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과 같이 살아가지 마십시오. 18그들은 자기들 속에 있는 무지와 자기들의 마음의 완고함 때문에 지각이 어두워지고, 하나님의 생명에서 떠나 있습니다. 19그들은 수치의 감각을 잃고, 자기들의 몸을 방탕에 내맡기고, 탐욕을 부리며, 모든 더러운 일을 합니다. 20그러나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그렇게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21여러분이 예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 관해서 듣고, 또 그분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으면, 22여러분은 지난날의 생활 방식대로 허망한 욕정을 따라 살다가 썩어 없어질 그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23마음의 영을 새롭게 하여, 24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참 의로움과 참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십시오. (엡 4:17-24)

바울은 이방인들, 즉 이교도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 세례를 주고 크리스천이 되게 했습니다. 바울은 그 변화를 ‘옛사람’과 ‘새 사람’으로 표현합니다. 즉 세례를 통해 옛사람은 죽고,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베소서는 그 각각의 상태를 ‘(옷을 입듯이) 입는다’는 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옷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드러냈습니다. 즉, 옷은 그 사람의 ‘신분’과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귀족’의 옷과 ‘평민’의 옷이 달랐고, ‘민족’마다 고유한 옷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이 입은 옷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옷은 그런 기능을 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크리스천이라는 신분과 정체성을 갖고 살라는 뜻으로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옷만 바꿔입었다고 이방인이 당장 크리스천이 되지는 않습니다. ‘겉 사람’뿐 아니라 ‘속 사람’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늬만’ 크리스천이 아니라 ‘진짜’ 크리스천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본문은 속 사람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권면입니다.

성도=거룩한 사람들?

본격적으로 본문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성도’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앞에서 바울이 자기 편지의 수신인을 ‘성도’라고 칭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에베소서의 경우만 그런 게 아니고, 바울계 서신 전체가 다 그렇습니다.

우리말 성경이 ‘성도’라고 번역한 그리스어 원어는 ‘하기오스’(ἅγιος)입니다. ‘하기오스’는 “하나님에 의해/하나님을 위해 구별된(set apart by (or for) God), 거룩한(holy), 신성한(sacred)”이란 뜻의 형용사입니다. 이 형용사에 정관사가 붙으면 “하나님에 의해 구별된 사람, 거룩한 사람, 신성한 사람”이 됩니다. 따라서 성도는 원래 성인(聖人, saint)을 뜻했습니다. 즉, 바울은 크리스천을 성인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바울에 의하면 저와 여러분도 다 성인입니다. 거룩한 사람입니다. 크리스천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앙하기에, 세례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났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면 매우 부끄럽습니다. 성인이라는 호칭이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니 성인보다는 오히려 죄인에 더 가깝게 생각됩니다.

제가 지지난 주일 증언에서 성도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완성 ‘되어가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being’이 아니라, ‘becoming’이라고 했습니다. ‘이미’(already)와 ‘아직 아니’(not yet) 사이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제까지 세상 쪽을 바라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가, ‘회개’를 통해 하나님 쪽으로 돌아선 사람, 방향을 전환한 사람이 바로 성도입니다. 이제부터는 하나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화’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 사람의 잉태에서 탄생까지

바울은 오늘 본문 말씀 바로 앞에서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라”(4:22-24)고 했지만, 회개는 ‘사건’(event)일지 몰라도 성화는 ‘과정’(process)입니다. 옛사람에서 새 사람으로의 변화는 옷 바꿔입듯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새 사람이 우리 속에서 잉태되어 조금씩 자라고 마침내 출산하는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불행히도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임신과 출산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그 과정을 상상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성화의 과정은 마치 새 생명을 임신한 한 여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 여인의 자궁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면 새 생명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새 생명이 자기 몸속에서 시작되었는데도 엄마는 몇 주일 동안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몇 주일이 지나면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헛구역질도 나고, 어지럽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고, 생뚱맞게 먹지 않던 음식이 먹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또 몇 주일이 지나면 배가 불러옵니다. 또 얼마 지나면 아기가 노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새 생명을 낳고 품에 안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성화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도 이와 유사합니다. 우리는 회개하고 세례를 받음으로써, 세상의 가치에 대해서 죽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세례를 받을 때는 감격스러웠지만, 조금 지나니 감격은 사라지고 어제와 오늘이 똑같고 다른 사람과 내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내가 새 사람으로 변한 것은 물론이고, 내 안에 새 사람의 씨앗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습니다. 이럴 때 믿음이 필요합니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마치, 몸에 아무 변화가 없지만, 임신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자신의 몸속에 새 생명이 시작되었음을 믿듯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내가 거듭났음을, 나에게 새 생명—새 삶이 시작되었음을, 나도 (정)의롭게 변화될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매일, 매 순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조금씩 거룩해져 갈 것이고, 마침내 ‘성인’이라는 크리스천의 이름값을 하면서 살게 될 날도 오게 될 것입니다.

혼자서 성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성인’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바울서신에서 ‘성인’이라는 말을 쓸 때는 항상 복수형으로 쓴다는 사실입니다. 단수형으로 쓴 때도 있지만(빌 4:21) 그 경우에도 복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바울계 서신 안에 ‘성인’은 없습니다. ‘성인들’만 있을 뿐입니다.

이 특별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홀로의 성인은 없다”는 뜻입니다. 영어 표현에 “No man is an island”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표현을 빌려 “No saint is an island”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혼자서 성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은 “죄인인 우리는 결코 혼자서 의인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로 죄인이 의인이 된다는 말일까요? 그것을 포함하되 더 큰 뜻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 공동체가 죄인을 의인으로, 즉 성인으로 바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어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그 속에서 성화의 과정을 훈련하게 했습니다. 즉 교회는 세상의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하나님의 세상 대청소를 돕는 일꾼을 키우는 ‘자궁’이었습니다. 교회라는 자궁 속에서 성도는 성장하고 성숙합니다. 하지만 모든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지지는 않듯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궁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하지 못한 태아는 유산하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크리스천도 교회라는 자궁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하지 못하면 새 사람으로 재탄생하지 못하고, 옛사람으로 유산되어서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그런데 ‘자궁’인 교회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초대 교부들은 교회를 가리켜 ‘거룩한 창녀’라고 했겠습니까! 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예수가 아니었으면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교회에서 만난다.” 이 말은 문제가 많은 말이지만, 교회의 본질에 관해 잘 지적한 말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예수 때문이 아니면 절대로 상종할 수 없는 사람까지도 대면하여 사귀고 나누고 섬기는 공동체입니다. 상종할 수 없거나 싫은 정도는 아니어도 마땅치 않은 교우가 여러분 각자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사람을 통해서 내가 훈련받아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바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들을 동료로 주셨습니다. 롤로 메이라는 신학자는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을 가리켜 “지원공동체(支援共同體)”라고 했습니다. 교우들은 모두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지원공동체입니다. 낙심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워 주고, 쓸쓸한 사람들의 벗이 되어주고, 잘못된 길로 나가는 사람들은 바로잡아 주고, 믿음의 용기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면서 교회는 교회가 되어 가고, 죄인은 의인이 되어 갑니다. 이게 참 중요합니다. 교회는 날마다 이런 아름다운 관계들을 통해 세워지는 것입니다. 성인은 혼자서 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지원이 있기에 서로가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본받는 생활

끝으로 잠시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늘 본문은 크리스천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닙니다. 먼저 교회 공동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세계 복음화이기에 먼저 교회를 하나님 나라 만들고 그것을 세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뜻에서 교회 생활을 넘어 사회생활에 적용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이 말씀은 풀이하기보다는 그대로 살면 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가톨릭 새번역으로 다시 한번 봉독하겠습니다.

4:25그러므로 거짓을 벗어 버리고 “저마다 이웃에게 진실을 말하십시오.” 우리는 서로 지체입니다. 26“화가 나더라도 죄는 짓지 마십시오.”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27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28도둑질하던 사람은 더 이상 도둑질을 하지 말고, 자기 손으로 애써 좋은 일을 하여 곤궁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29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 30하느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속량의 날을 위하여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 31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32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5:1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2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가톨릭 새번역)

이 말씀에 별로 보탤 말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세 가지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말을 다스리라’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인간의 죄업 가운데 ‘口業’이 있다고 합니다. 입으로 짓는 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인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둘째는 ‘화를 다스리라’는 것입니다. ‘화’는 그 속성상 ‘불(火)’입니다. 그렇기에 화는 자칫하면 ‘禍根’, 즉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공적인 화인 ‘거룩한 분노’까지 포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공분(公憤)과 의분(義憤)은 공적인 원인을 해결할 때만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와 관계없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도 도둑질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남들이 누려야 할 몫을 누리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그들이 가난한 것은 게을러서도, 무지해서도 아닙니다. 세계 경제체제의 변방에 있는 그들은 구조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금의 기후 위기도 우리가 다음 세대가 누릴 것까지 도둑질해서 썼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외 바울은 서로 자비롭게 대하고 용서하라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희생했듯이 희생하고 서로 사랑하라고 합니다. 이런 생활이 궁극적으로 성령을 슬프게 하지 않는 생활이고, 하나님을 본받는 생활입니다. 힘들지만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각 지체가 서로를 지원하며 살아가면서 죄인에서 의인으로, 악인에서 성인으로 조금씩 변화해 갑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 모은 서울제일교회를 훈련장 삼아서 우리 안에 뿌려진 새 사람이 씨앗을 잘 가꾸고 키워서 참된 성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