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풍성하게!

19:16그런데 한 사람이 예수께 다가와서 물었다. "선생님,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17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에게 선한 일을 묻느냐. 선한 분은 한 분이다. 네가 생명에 들어가기를 원하면, 계명들을 지켜라." 18그가 예수께 물었다. "어느 계명들을 지켜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말아라. 19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20그 젊은이가 예수께 말하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21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고 하면, 가서 네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22그러나 그 젊은이는 이 말씀을 듣고, 근심을 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 19:16-22)

4:10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여러분에게 지금 다시 일어난 것을 보고,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나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나타낼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11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2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13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빌 4:10-13)

반갑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아 목사입니다. 귀한 주일 예배에 말씀 증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의 문제가 예전에 비해 훨씬 잦은 빈도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운동하면 자연보호, 동식물사랑, 친환경 먹거리 정도를 떠올리시던 분들도, 지금은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생물 멸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계실 것입니다.

문제는 이야기의 주제만 바뀐 것이 아니라, 이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실제적 부담감도 아주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자연을 보호하는 일, 식물과 동물을 사랑하고 가꾸는 일, 친환경 유기농 건강 먹거리를 선택하는 일 등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아주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도 얼마든지 실천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등의 이야기는 들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안다 하더라도 개인으로 열심히 참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 여전히 막막합니다. 게다가 그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 어쩐지 불편함을 초래하는 일 같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던 삶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한다고 하는 것 같아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런 반응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지금의 기후위기 문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편안하고 익숙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우리에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석 에너지 대신 대체에너지를 발전시키고, 효율 높은 에너지 사용 방법과 제품을 개발하고, 생태계에 대한 막무가내식 개발을 지양하고,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기후위기는 사회, 경제, 정치 시스템 전체에서의 총체적 “전환”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의 실행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경제적 논리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집어 말하면, 여전히 경제 성장의 신화에 강하게 붙들려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예전, 모두가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가던 시절, 평등과 분배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낙수효과를 이야기하며 그들을 침묵시키려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다시, 생명의 문제, 생존의 문제, 공생의 문제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너무 이상적이다, 경제 성장이 여전히 더 중요한 현실이다 라고 반박합니다. 석탄발전소를 멈춰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지금 당장 급격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경제성장에 주는 타격이 클 것이다라는 식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그들의 논리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그런 문제들까지 신경쓰냐는 무관심한 상당수 사람들의 암묵적 지지속에서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 사이에서 개인도, 사회도, 정책도 길을 잃고, 급하게 이행해야 할 생태적 전환의 과제에 동력을 얻지 못하고 답답하게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저는 생태위기의 문제 앞에서 경제적 이유로 머뭇거리는 현실을 생각하며, 오늘 본문이 떠올랐습니다. 본문은 여러 성서 버전에서 ‘부자 젊은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본문입니다. 흔히 부자 청년 이야기로 알려져 있지요.

부자 청년! ‘청년 가난’이라는 용어가 더 귀에 익숙한 요즘 시대에 ‘부자 청년’이라는 단어는 좀 낯선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용어가 낯설 뿐, 지금 우리 사회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금수저 부자 청년들이 존재하고 있지요. 이른바 ‘가난 청년’과 ‘부자 청년’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져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물론 오늘 마태복음 본문은 그저 ‘한 사람’이라고만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문 20절의 ‘젊은이’라는 단어, 그리고 마지막 22절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을 통해 우리가 그를 ‘부자 청년’이라고 부를 뿐입니다. 이 청년이 찾아와 예수님께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영생을 얻으려면 어떤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16)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십니다. “네가 생명에 들어가기를 원하면, 계명들을 지켜라.”(17) 그리고는 이 청년에게 이미 익숙한 계명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십니다.(18-19)

주목할 것은 ‘영생을 얻는 일’, 또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표현으로 하면, ‘생명에 들어가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죽지 않은 생명을 말하는 걸까요? 죽지 않은 생명이란 당연히 자연적인, 물리적인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고대의 사람들이라도 인간의 ‘나고, 죽는 문제’에 예외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후의 세계, 사후의 생명에 대한 종교적 신앙과 관련해서 이 본문을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몇몇 실존주의 신학자들의 흐름을 따라 이를 ‘의미’라는 과점에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즉 영원한 생명에 대한 질문을 ‘우리가 어떻게 삶의 유한성 앞에서도 헛되이 흩어지지 않을 참된 의미를 품고,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청년, 아무리 공부와 스펙과 알바와 생존의 문제에 내몰려 산다 해도, 삶의 의미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질문은 청년의 특징입니다. 이 질문이 가슴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은 어느 때에라도 청춘이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성서 속 청년 역시 이 질문을 품고 예수님께 찾아왔을 것입니다. 비록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지만,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없어지지 않을 생의 의미,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냐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런 젊은이에게 예수께서는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는 삶의 기본 윤리, 질서들을 제시하십니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말아라. 19.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청년은 그런 것들은 이미 잘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본문이 있는 마가복음 10장에서는 이렇게 대답하는 그를 예수께서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고 기록합니다.(막10:21) 이어서 예수께서 그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고 하면, 가서 네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그러나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자 청년이 근심을 하면서 떠나갔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성서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22)

저는 이 본문을 보면서 오늘날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오늘 시대 사람들의 근심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도, 그냥 따라오라고 하면 되지, 굳이 재산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고 하시는 말씀은 너무 현실을 모르시는 이상적인 말씀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자 청년뿐 아니라, 오늘날 인류는, 절대 깨부수기 어려울 것 같은 단 하나의 신전 앞에 함께 서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돈이라는 단 하나의 재료로 쌓아 올린 ‘경제적 풍요로움의 신전’입니다. 역사상 어느 때에 이토록 한 가지 가치에 모든 사람이 경도된 적이 있었을까 싶게, 사람들은 돈과 물질의 가치를 숭상하고 더 많은 성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성장이라는 주제가 오로지 돈이라는 한 가지 척도로만 측정되어 온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고 합니다. 칼 폴라니 연구소의 경제학자 홍기빈 씨는 경제학과 경제 정책 분야에서 “성장”이 핵심적인 열쇳말이 된 것은 겨우 20세기 후반부의 일이라고 합니다. 인류는 옛적부터 빈곤을 면하기 위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해 왔지만, 그것이 GDP성장으로 계측되는 의미의 ‘경제 성장’에 대한 신념이 강화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에 의하면 1920년대까지만 해도 주류 경제학의 핵심적 관심사는 “균형”에 있었다고 합니다. 무질서하고 폭력적으로 보이는 시장 경제이지만, 그 안에 분명히 개인과 집단 모두의 만족과 행복을 달성해주는 내재적인 질서가 존재한다는 “경제의 원리”를 밝히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전체적인 부의 증가와 경제활동의 규모 증대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후 2차 산업혁명과 경제 대공황,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경제라는 가치에서 인간의 얼굴이 지워졌고, 화폐로 계산된 부의 총량, 총액의 증가만이 ‘가치’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화폐로 계산되지 않는 가치, 자연의 가치, 생명의 가치, 노동의 가치, 예술의 가치, 인간다움을 위한 도구로서의 경제는 아쉽게도 잊혀졌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실제 오늘날의 우리 인간은 화폐의 증가가 아닌 다른 종류의 풍요로움, 다른 종류의 성장은 많이 잊어버린 듯합니다. 인간과 자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유무형의 다른 부요함, 다른 풍성함을 상상하지 못하고, 그저 경제적 풍요, 경제적 성장에 목을 매고 살아가고 있지요. 문제는 모두가 성장 이데올로기, 돈의 가치에 경도되어 있을 지금, 종교와 신앙인들 역시 그 흐름에 휩싸여 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기독교에서 하나님 나라로 말하는 종교적 피안의 세계는 현실과 다른 종류의 삶, 다른 종류의 존재방식에 대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귀한 종교적 자산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비록 이런 모양으로 살고 있지만, 본래 우리는 하늘의 존재들이다, 귀한 존재이다, 우리에게는 다른 종류의 삶을 꿈 꿀 힘이 있다... 이것을 말하는 것이 종교입니다. 그 힘으로 현실 가운데서 일종의 새로운 생명, 대안적 삶을 희망하고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종교의 본령이지요.

그러나 현실에 갇혀 살아가는 종교인들에게 이 피안의 세계는 그저 저편에 있는 이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본문의 부자 청년 역시 다른 삶, 다른 풍요로움을 꿈꾸며 예수를 찾아갔으나, 현실적으로 자신이 누리는 것, 현실적으로 자신의 손에 있다고 확신하는 것을 놓으라는 주님의 요구 앞에 근심하며 고개를 떨구고 등을 돌립니다. 현실의 경계를 넘어 보다 넓은 차원으로 삶을 넓혀 보라는 주님의 요청,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삶의 토대를 넘어 다른 가치와 다른 삶의 의미를 찾아 앞으로 나가 보라는 요청을 그는 거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현실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자신의 재물 옆으로 다시 돌아가 버립니다. 성서는 마치 이 사람의 모습 속에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비춰 주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벽을 넘어, 물질적 풍요가 주는 안온함을 넘어, 보다 높고 넓은 생명의 지평으로 나아갈 자유,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는 지금 모든 능력이 돈에서 나오는 것 같은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자유롭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소비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실제로는 점점 무능력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필요를 돈을 주고 채워가고 있습니다.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는 무엇하나 먹기도, 입기도, 심지어 어딘가로 움직이기도 힘이 듭니다. 편하기 위해 만든 구조가 점점 개인을 무능력하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구조를 넘어 다른 대안을 상상하기가 힘이 든 것입니다. 어쩌면 참된 삶의 자유와 자신감은, 생존을 위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힘이 생길 때, 그때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성서의 사도바울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울이 자신의 선교를 후원해 왔던 빌립보 교인들에게 쓴 기쁨과 감사의 편지의 일부입니다. 그는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여러분에게 지금 다시 일어난 것을,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후원에 대한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외적인 조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내적인 힘이 자신에게 생겼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11-12)

그리고 바울은 이러한 자신의 능력이 그리스도에게서 왔다고 증언합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13) 이 고백은 그저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무한한 능력에 대한 철없는 자랑이 아닙니다. “지족상락(知足常樂)”, 즉 만족을 알아 항상 기뻐할 수 있는 힘, 물질의 유무에 크게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여유, 다른 삶을 꿈꾸고 살 수 있는 자유, 이런 것들을 그리스도를 통해 얻게 되었다는 고백입니다.

바울을 변화시킨, 그에게 힘과 자유를 주시는 그리스도의 능력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였습니다. 그에게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지혜였습니다. 또한, 그가 찬양했던 그리스도 역시, 낮아지신 그리스도,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물리신 케노시스의 그리스도였지요. 자신을 내어줌으로 마침내 이루신 구원,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얻으신 생명.. 그것이 바울이 찾아낸 그리스도의 능력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다른 생명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비우고, 물리신 그리스도께서는 그 길을 우리도 따라오라고 부르십니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구할 것이다.”(막8:35) 저는 오늘 예수께서 부자 청년에게 하신 요청, 가서 소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너는 나를 따르라는 말씀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됩니다.

존귀하신 서울제일교회 교우 여러분,

아무것도 잃는 것 없이 얻으려고만 하는 것, 계속 가지려고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릇된 욕망이며 성장 신화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주어야 관계가 깊어지고, 노력을 들여야 아이가 크고, 자기 자리를 좀 비켜 주어야 다른 사람이, 다른 생명이 살아갈 공간이 나옵니다. 누군가가 내어놓은 생명이 있어야 다른 생명이 삽니다. 기후위기 시대, 많은 다양한 해법들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더 이상 지금과 같이 경제적 성장, 물질적 풍요를 당연하게 누리며 살고자 해서는 안된다, 너무 풍성하게 누리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삶을 축소시켜야 한다, 자기를 물리고 다른 생명이 숨쉬고 살아갈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는 이것입니다.

종교는 가치와 의미를 말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입니다. 누구도 성장의 신화에서 그만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지 못할 때, 종교가 탈성장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를 물리고 그 자리에 다른 생명의 자리를 내어줄 때, 다른 종류의 풍요로움, 공존과 공생이 주는 기쁨의 비밀이 있다는 것을 힘주어 말해주어야 합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만으로 풍성하다는 것, 부요할 수 있다는 것을 힘주어 선포해야 합니다.

존귀하신 서울제일교회 교우 여러분,

부디 세상 속에 충만한 하나님의 신성을 주목하고, 그 세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을 직시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대하게 자기를 확장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작게, 소박하게 자신의 생명과 다른 생명들을 가꾸어 가는 생태적 영성이 또한 저와 여러분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함께 어울려 사는 풍성한 생명의 기쁨을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