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로 삼으시는 영

12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빚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육신에 빚을 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육신을 따라 살아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13여러분이 육신을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성령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14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다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15여러분은 또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16바로 그 때에 그 성령이 우리의 영과 함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언하십니다. 17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받으려고 그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상속자입니다. (로마서 8:12-17)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다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성령강림 후 첫 번째 주일’이고 동시에 ‘삼위일체주일’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매년 성령강림 후 첫 번째 주일(First Sunday after Pentecost)을 삼위일체주일(Trinity Sunday)로 지켜 왔습니다. 지난 주일에 있었던 성령강림 사건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모두 계시(啓示) 되었기에, 이제 그 세 위격(persona, 位格)이 ‘하나’의 실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선포하려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기원후 325년에 열렸던 ‘니케아 공의회’에서 최초로 공인되었고, 이후에 많은 논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4세기 말에 이르러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하나의 본질과 세 위격”이라는 교리로 완성되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는 이렇게 믿는다”라는 기독교의 ‘교리’(doctrine)입니다. 즉, 기독교의 ‘자기주장’입니다. 하지만 기독교 형성 이전에 집필된 신약성서에는 삼위일체라는 ‘용어’나 이에 관한 명확한 ‘교리’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 ‘성서 일과’가 제시한 서신서 본문인 로마서 8장 12~17절을 아무리 읽어봐도, 저는 삼위일체에 대한 신학을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오늘 본문에서 “성부—성자—성령이 하나다”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다”라는 메시지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비록 오늘이 삼위일체주일이지만, 여러분과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은 영이시다

제가 지지난 주일 증언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16)라는 말씀을 풀이하면서, ‘종교의 기원’에 관한 두 가지 견해를 소개했습니다. 첫째 견해는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에서 종교가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재지변’이나 ‘죽음’같이 인간 스스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실존적인 문제 앞에서 인간이 신을 찾고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견해는 인간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에서 종교가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여기에 왜 존재하는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종교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사실 ‘종교’라는 한자어가 ‘마루 종(宗)’자와 ‘가르침 교(敎)’자를 쓰니까, 풀이하면 ‘가장 뛰어난 가르침’입니다. 이는 한자문화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종교의 기원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서 찾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무튼, 종교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크게 ‘인간 실존’이냐 ‘의미 추구’냐로 갈려왔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하나님은 영이시다”(요 4:24)라는 말씀을 풀이하면서 하나님의 현존 방식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고정된 신전 안에 계신다고 믿었다가, 출애굽 후에는 이동하는 성막 안에 계신다고 믿었고, 나중에는 하나님은 물(物)이 아니고 영(靈)이기에 어디에나 계신다고 믿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람 가운데 계시게 된 사건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성령강림의 결과 우리는 ‘하나님이 계시는 성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존재감’을 설명하면서,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존재감이 있게 하고 또 크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속량’(redemption)이요 ‘구원’(salvation)이라고 했습니다.

강제의 하나님, 자유의 하나님

오늘 증언은 앞선 두 증언에 이어지는 것으로 그 주제는 ‘강제의 하나님과 자유의 하나님’입니다. 심리학자이자 현대의 위대한 지성 중의 한 사람인 에리히 프롬(Erich Pinchas Fromm)은 종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권위주의적 종교요, 다른 하나는 휴머니스트적 종교입니다. 권위주의적 종교는 인간의 이성을 억압하며 자유와 창의성을 박탈하는 종교로써 인간을 정신적 노예로 만들고 무력하게 만듭니다. 이에 반해 휴머니스트적 종교는 인간성을 살리고 개발해주며 인간이 창조적 삶을 살도록 억압적 구조와 사상으로부터 해방해주는 종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기독교는 과연 어떤 유형의 종교일까요?

세상에 강제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강제와 그 결과인 복종이나 순종을 이상하리만큼 쉽게 용인하는 영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입니다. 기독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니, 사실 기독교는 예외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복종 또는 순종을 바람직한 미덕으로 권장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람이 누군가가 부과하는 강제를 받아들이고 복종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강제하는 존재가 가진 힘과 권력이 막강해 감히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강제하는 존재에 어떤 의미로든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신자의 관계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고 믿습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로 믿기도 합니다. 때로는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뢰하고 복종하는 것이 신앙인의 마땅한 자세라고 배웠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교회에서 배운 하나님은 뭔가를 못 하게 금하는 분이고, 정해진 일정한 선을 넘으면 이를 즉각 저지하는 분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은 예수 덕분에 죄에서 해방됐다고 믿으면서도 늘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지 않나 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죄를 짓지 않게 늘 조심하며 살라고 배웠습니다. 하나님은 명령하는 하나님이고 강제하는 하나님이며 법을 제정해 놓고 그걸 어기면 징벌하는 무서운 하나님이었습니다. 공포와 징벌의 하나님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와는 달리 생각하고 믿을 수 없을까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오늘 본문 말씀이 바로 하나님을 강제의 하나님이 아니라 자유의 하나님으로 믿는 방법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본문을 보기 전에 먼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이른바 ‘탕자의 비유’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아들이 유산을 미리 받아 집을 나가 먼 곳에 가서 탕진했습니다. ‘유산’은 부모가 죽어야 자녀가 받을 수 있습니다. 유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유산을 당겨 달라는 작은아들은 죽지도 않은 아버지를 죽은 사람 취급한 셈입니다. 참 나쁜 아들 아닙니까? 그는 재산을 다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 돼지를 쳤다고 합니다. 알다시피 돼지는 유대인들이 부정하게 여기는 짐승 중 하나입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비참한 처지에 빠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편 아버지는 그렇게 못되게 굴고 집을 나간 아들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가, 거지꼴이 되어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알아보고 달려가 부둥켜안고, 씻기고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그를 위해서 잔치를 벌입니다.

그런데 이 비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주목하고자 한 사람은 탕자인 작은아들이 아니라 큰아들입니다. 큰아들이 밭에서 일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풍악 소리가 나는 걸 듣습니다. 뭔 일인가 알아보니 아버지가 동생이 돌아왔다고 잔치를 벌인다는 게 아닙니까? 그는 이 얘길 듣자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아버지가 나와서 달래니까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렇게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섬기고 있고, 아버지의 명령을 한 번도 어긴 일이 없는데(그러니까 ‘복종’했는데), 나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도 주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삼켜 버린 이 아들이 오니까, 그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눅 15:29) 수긍이 가는 말 아닙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그런데 너의 이 아우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으니, 즐기며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눅 15:31-32).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이 다 큰 아들의 것이랍니다! 아들은 늘 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아버지의 것은 모두 아들의 것이랍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게 자기 것인 줄을 몰랐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자기 것인 줄 몰랐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재산뿐 아니라 아버지가 누리는 자유도 모두 자기 것인 줄을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누리는 자유를 우리도 누릴 자격이 있고, 아버지가 가진 속성을 우리도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모르고 ‘복종’만 강조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거 우리 이야기 아닙니까? 우리도 이 사실을 모르고 살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는데, 당신 것이 곧 우리 것이라고 다 내주셨는데, 우린 그것도 모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복종하는 길만이 하나님을 믿고 사는 길이라고 여기고 큰아들처럼 우직하게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냐는 말입니다.

종살이의 영에서 자녀로 삼으시는 영으로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우리는 왜 지금껏 이걸 모르고 살아왔을까요! 억울하고 벙벙했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 15장 31절이 말씀을 다시 보고 그 이유가 보였습니다. 거기 보면 아버지는 “나는 늘 너와 함께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너는 늘 나와 함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있음’의 주어가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입니다. 아들이 아버지와 늘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아버지가 가진 모든 것이 아들의 것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마누엘의 하나님, 영이신 하나님은 이미 그리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몰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함께 있어 달라고 빕니다.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복종하고 순종합니다. 그러니까 기독교는 원래부터 권위주의적인 종교가 아니라 휴머니스트적인 종교였는데, 휴머니스트적인 종교를 권위주의적인 종교로 바꾼 것은 하나님이 아니고 바로 우리입니다. 자유의 하나님을 강제의 하나님으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걸 되돌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나님이 늘 우리와 함께 계시듯이, 우리도 당연히 늘 하나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알면 됩니다. 여기서 ‘깨달아 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성령강림으로 말미암아 내 안에 영이신 하나님이 분명히 머무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변화되지 않습니다. 영이신 하나님이 내 안에서 분명히 머무시기는 하는데, 나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지휘하지(handle) 못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지만, 내 주인이 되지는 못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감’이 없습니다. 왜? 여전히 내 안에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며 주인 노릇을 하는 다른 누군가(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은 절대 전능하지 않습니다. 전능하신 분이 어떻게 내 안에 계시면서 나를 마음대로 주장하지도 못합니까! 그런데 실상은 하나님이 나를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당신 마음대로 내 안에 들어오셨지만, 당신 마음대로 나를 조종하지 않습니다. 내가 내 육신을 따르지 않고, 내 인간적인 욕망을 따르지 않고 당신 영의 인도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강제’하지 않고 ‘설득’합니다. 내 자유 의지로 그렇게 하기를 기다립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바울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를 설득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 설득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를 사로잡았던 하나님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그 강박관념이 사라지면,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에 오롯이 마음을 연 사람이 됩니다. 이것을 오늘 본문의 말씀이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14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다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15여러분은 또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16바로 그 때에 그 성령이 우리의 영과 함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언하십니다.

하나님이 내 안에 있다면...

종교의 기원을 ‘인간 실존’에서 찾는 전제는 ‘인간은 유한하고 신은 무한하며, 인간은 무능하고 신은 전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늘 신에게 의지하고, 신에게 빌고, 신의 응답을 받기 위해 신의 뜻에 늘 복종하고 순종해야 했습니다. 바울은 그런 종교적 삶을 ‘종살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영인 신이 인간 안에 거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제약한 신, 전능하지 않고 끝까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는 신. 이런 신의 영은 종살이의 영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스스럼없이 친근하게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가 더해집니다.

17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받으려고 그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상속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일 뿐 아니라 상속자가 됩니다. 상속자가 되면 부모의 재산뿐 아니라 부채도 상속받습니다. 그러니 부활의 영광뿐만이 아니라 십자가의 고난까지도 상속받습니다. 왜? 우리는 예수님과 공동상속자이기 때문입니다. 재산만 받고 부채는 안 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부채를 안 받으려면 상속 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충분히 그걸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 비결은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신 것을 깨닫는 것을 넘어, 나도 하나님 안에 있음을 깨달으면 됩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그랬듯이 ‘아버지가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알면 됩니다.

하나님은 우주보다 훨씬 더 큰 분입니다. 그 엄청난 분이 스스로 작아지셔서 우리 안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게 되셨습니다. 이젠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가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과 함께 있으면 됩니다. 우리 안에 들어와 계신 작아지신 하나님이 우주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으면 우리가 커집니다. 왜?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지만, 나도 하나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은 원래 우주보다 큰 분이시기에 당연히 온 우주 안에 있는 영광뿐 아니라 고난도 품고 계십니다. 그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기에 우리 역시 영광뿐 아니라 고난도 자연히 품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품은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기에, 우주보다 더 큰 하나님을 품은 나이기에 영광은 물론 고난을 넉넉히 감당하고도 남습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나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이 진리를 깨닫는 순간 고난은 의무도, 짐도, 십자가도 아닙니다. 기쁨으로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고난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내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영의 인도를 받아서 사는 사람은 이런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품었기에 하나님처럼 넉넉해지고, 조바심내며 강제하지 않고, 타인에게 자유를 주며 기다릴 줄 알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상속자입니다”라는 말씀의 의미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한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따라 그리스도와 더불어 이러한 공동상속자가 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