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에

16항상 기뻐하십시오. 17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18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19성령을 소멸하지 마십시오. 20예언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21모든 것을 분간하고, 좋은 것을 굳게 잡으십시오. 22갖가지 모양의 악을 멀리 하십시오. 23평화의 하나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에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흠이 없이 완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24여러분을 부르시는 분은 신실하시니, 이 일을 또한 이루실 것입니다. (살전 5:16-24)

어수선하고 복잡한 연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올해 대림절은 몹시 어수선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제일 먼저 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으로 인해 신규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함에 따라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겨울이 되면 목이 건조해지고, 또 실내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호흡기 질환이 늘기에 코로나의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그 경고가 지금 현실이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K-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는데,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비록 성탄절과 연말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오래전부터 그랬듯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이 불가피할 듯합니다.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은 하나가 되어 위기 극복에 나서기는커녕 공수처법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처리 문제로 대립이 극심합니다. 이에 더해 검찰총장 징계문제도 시끄럽고, 부동산문제도 심각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기대와 희망의 계절인데, 지금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착잡합니다.

촛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잘 아시듯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2016년 ‘촛불 시민 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부입니다. 우리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전국에서 ‘이게 나라냐’며 촛불집회로 저항해,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이끌어서 세운 정부입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참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를 생각해보면 ‘천지가 개벽했다’라고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집권 4년 차가 되니, 잘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잘못한 것은 ‘부당’하다고 나무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현 정부가 내세웠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말이 공허한 구호처럼 들릴 때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로 사회적 약자가 계속해서 희생되는데,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빨리 안 하는 것 등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또 이유야 어떻든 집값이 너무 크게 상승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고, 빈부격차가 늘어난 것도 큰 문제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진보적인 정책 추진이 부진해지자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반대층은 “다 놈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로 국민을 현혹했던 일이 떠올라 걱정입니다. 흡족하지는 못해도, 이 정부는 적폐청산에 여러 성과를 냈고, 또 앞으로 더 낼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 세상이 어수선하고 우리 마음이 복잡한 것은 매스컴이 정부가 하는 일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을 쏟아붓기 때문인데, 그것은 적폐청산에 대한 저항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사실 최근 정국을 시끄럽게 하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경찰청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법들은 이미 지난 2018년 1월 14일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적폐청산 과제로 제시했던 것들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실현되었어야 할 법들이 만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입법화된 것입니다. 왜? 적폐세력이었던 야당이 자기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까지 안 지키며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입법에 필요한 2/3의 의석을 여당에 준 것 아닙니까? 야당의 방해를 받지 말고, 국민의 뜻에 따라 입법하라고 의석을 주었으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그게 어떻게 입법 독재입니까? 국민 주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어야지요.

문제는 국민의 뜻과 다른 법을 입법하는 것이지, 국민의 뜻을 따르는 법을 입법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직도 국민을 ‘개-돼지’나 ‘바보’라고 생각하는 보수 야당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검찰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똑똑히 보았고, 이제 공수처 설치로 그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게 되었으니, 새 제도가 잘 정착되고 운영되도록 응원하고 감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이 일을 못 해내면 영영 이 일을 해낼 수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비록 부족한 것이 많지만 사랑의 매를 들고 이 정부가 적폐청산의 큰 틀을 완수하도록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

오늘 본문 말씀은 데살로니가전서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잘 아시듯이 데살로니가전서는 ‘종말’과 ‘재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토픽이 현 시국과 겹쳐져서 증언 서두에 시국 이야기를 좀 길게 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늘 본문이 저의 2016년 대림절 증언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촛불 시민 혁명이 한창이던 당시에 제가 이런 증언을 했었습니다.

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그것은 예수님 안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 완성되고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그들의 확신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 (그래서) 저는 감히 지금 2016년 대림절에 예수님이 우리나라에 재림하셨다고 믿습니다. 왜? 예수님 안에서 이미 시작된 새 세상이 지금 촛불 민심을 통해서 완성되고 결실을 맺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2016.11.27.)

나아가 이런 증언도 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대통령의 퇴진이 아닙니다.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헌법 속에서 ‘죽은 문자’로만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라, 우리네 일상 속에서 ‘살아있는 생활’이 되는 ‘국민주권’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2016.12.11.)

제가 지난 화요일에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했던 “역사적 바울의 도전” 강의를 종강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 했던 “역사적 예수의 도전”과 이번 하반기에 한 “역사적 바울의 도전”은 저의 전공이기도 한데, 설교가 아닌 강의를 위해 총정리하니 저에게도 참 유익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왜 목사가 되었나 하는 첫 소명을 새삼 확인시켜주었고, 또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뜻과 꿈을 다시 분명하게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바울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실현되는 일”에 자기 목숨을 걸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예수가 걸었던 십자가의 길에서 그 길을 발견하고, 오직 예수를 주로 섬기며, 그의 뒤를 좆아, 자기 삶의 자리에서 예수를 살아냈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의 토픽 중 하나인 종말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불의의 종말이라고 했습니다. 달리 말해, 하나님의 꿈은 ‘(정)의로운/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것’(to make a just world)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의는 ‘보복적 정의’라기보다는 ‘분배적 정의’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잘하면 상주고 잘못하면 벌주는 재판관 하나님도 되시지만, 그보다는 사랑과 자비와 용서로 모든 이를 대하는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정의와 혼이고, 정의는 사랑의 몸이기에, 사랑과 정의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라 쓰고 정의라고”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하나님은 우주의 가장으로서 당신 자녀인 모든 피조물에 필요한 것들을 공정하게 나누어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바울은 자기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하나님의 보조자가 아닌 동역자로(not sub-worker, but co-worker) 부르심을 받았다고 믿었습니다. 아니 자기뿐이 아니라 모든 크리스천이 그렇다고 믿었습니다.

그 증거로 세례를 받고 세상에 대해 죽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나님의 동역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듯이, 선을 심어야 선이 나지, 악을 심고 선을 거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한 것입니다(마 7:17). 그래서 바울은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한 것입니다. 옛 행실을 버리고 새 사람으로 살라고, 세상이나 세상 풍조를 본받지 말고 예수를 본받고 자기를 본받아 살라고 했던 것입니다.

재림을 기다리는 삶의 자세

데살로니가전서의 또 다른 토픽 중 하나인 ‘재림’은 “예수가 시작한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그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언젠가 그가 반드시 다시 오셔서 완수할 것이다”라는 신앙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 운동은 예수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보조자가 아니라 동역자로서 말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재림의 동역자인 데살로니가 크리스천들에게 교우들에게 당부하고 권고합니다. 바울은 먼저 (주 안에서의) ‘기쁨’, (끊임없는) ‘기도’, 그리고 (범사에) ‘감사’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먼저 정의로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되려면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기쁨과 기도와 감사 없이 나를 정의로운 사람으로 사랑 많은 사람으로 만들 방법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에 대해서 이어서 가르쳐 줍니다. 그것은 ‘성령’과 ‘예언’입니다. 성령은 하나님의 영,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서 중생한/거듭난 나의 ‘얼’이요 ‘영’이요 ‘혼’입니다. 내 ‘거짓 자아’가 아닌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참 자아’가 나를 지배할 때 나는 비로소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바울은 이미 내 속에 자리 잡은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고 합니다. 놀라운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영은 내 안에서 소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에게서 쫓겨날 수 있습니다. 언제? 예언을 멸시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말씀을 멸시할 때, 성령은 내 안에서 소멸합니다. 밥을 안 먹으면 죽듯이, 물 안 주면 죽듯이, 말씀을 안 먹으면 성령이 내 안에서 죽습니다. 그러니 말씀 공부를 안 하면, 말씀 앞에서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 영혼은 메마르고 혼과 넋이 죽습니다. 또 우리 안에서 속삭이는 영(靈) 중에 무엇이 성령의 권고이고 무엇이 악령의 꼬임인지 구별하고 분간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취해야 합니다. 물론 그 기준은 내가 아니라 말씀이어야 합니다.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그런데 이것마저도 엄두가 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마지막 권고를 덧붙입니다.

23평화의 하나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에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흠이 없이 완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24여러분을 부르시는 분은 신실하시니, 이 일을 또한 이루실 것입니다.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우리의 부족을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부족하겠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주시고, 그 모자람을 완전하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시니 그 하나님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이미 하나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좇아서 시작한 일을 완수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기독교가 말하는 은혜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모두 하나님에게 맡기는 것은 은혜가 아닙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것을 하나님이 보태주시는 것이 은혜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입니다. 이번 대림절에 가만히 앉아 좋은 세상 오기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세상의 마중물이 되십시오.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부족한 것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