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을 전하는 사람들

14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다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15여러분은 또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16바로 그 때에 그 성령이 우리의 영과 함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임을 증언하십니다. 17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받으려고 그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우리는 하나님이 정하신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입니다. 18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9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21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24우리는 이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롬 8:12-25, 발췌)

전등(傳燈)

강화도에 ‘전등사’(傳燈寺)라고 하는 유명한 절이 있습니다. ‘전등’은 ‘전할 전(傳)’ 자와 ‘등잔 등(燈)’ 자를 쓰니, 풀이하면 “등불을 전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불교에서 ‘등’(燈)은 “부처의 가르침”을 뜻합니다. 따라서 ‘전등’은 “스승이 불법(佛法)을 받아서 제자에게 전하는 일, 즉 법맥(法脈)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가는 일”을 의미합니다. 한데 철학자 강신주는 최근 발간된 󰡔철학 vs 실천󰡕(도서출판 오월의봄, 2020)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전등’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등(傳燈)! ‘등불을 전한다’는 뜻의 불교 용어다. 등불이 켜졌다는 것은 깨달은 자, 부처가 되었다는 의미다. 부처는 주인으로서의 삶을 구가하고 동시에 이웃을 자비로 품어주는 존재다. 결국 전등은 타인을 지배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주인으로 만드는 행위다. 타인을 연민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타인을 사랑의 주체로 만드는 행위다. 글과 말로 철학자가 하는 모든 행동은 어쩌면 이 ‘전등’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등불을 먼저 밝힌 자가 그 등불이 필요한 자, 혹은 그 등불로 삶이 달라질 수 있는 자에게 등불을 전한다. 전등의 마음이 없다면, 이웃에 대한 강한 애정이 없다면,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철학자 강신주가 불교 용어 ‘전등’(傳燈)에서 철학자의 사명(使命)을 발견했다면, 크리스천인 저는 ‘전등’이라는 불교 용어와 그 용어에 대한 철학자 강신주의 사유에서 ‘예수 따르미’의 소명(召命)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강신주가 쓴 글에서 철학을 신학이나 신앙생활로 바꿔 읽으면 그 의미가 우리에게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증언 제목을 “등불을 전하는 사람들”이라 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꿈?

오늘의 본문 말씀은 로마서 8장 12절로 25절입니다. 사정상 다 읽지 못하고 일부만 발췌해서 읽었는데, 사실 제가 오늘 다루고자 한 본문의 범위는 지난 주일에 다루지 못한 8장 1절로 11절까지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본문을 읽고 또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알쏭달쏭한 것을 넘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뚜렷하지 않고 막연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이 로마서 ‘연속 증언’ 네 번째 시간이고, 제가 증언을 준비할 때마다 로마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데,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성서학을 전공한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비전공자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로마서가 쓰인 ‘그때 거기’와 로마서를 읽는 ‘지금 여기’ 사이의 엄청난 간격과 차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한주 한주 본문이 주어지면 그 본문을 잘 해설해서 마지막에 “로마서의 큰 주제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귀납적인 방법’이 아니라, “로마서의 큰 주제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한 후 매 주일 주어지는 본문을 그 시각에서 해설하는 ‘연역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주일 동안 여러분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로마서의 큰 주제는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이다”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 대전제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나님도 사람처럼 ‘꿈’(vision)이 있는가? 하나님이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면,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면, 꿈꾸면 바로 실현될 텐데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무도 제게 묻지를 않았습니다. 아마 여러분에게는 “하나님은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불행하게도 제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전지전능하길 희망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 6:10, 개역개정). 이 말이 무슨 말입니까? 하늘은 완벽한지 몰라도 땅은 그렇지 않다는 말 아닙니까?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는 하늘에만 임했지 아직 땅에는 임하지 못했다는 말 아닙니까? 하나님의 뜻 역시 하늘에서는 이루어졌지만, 땅에서는 아직 못 이루어졌다는 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하늘에서는 전지전능할지 몰라도 땅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세상의 지혜를 넘어

인류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였습니다. 힘을 가진 소수가 힘이 없는 다수를 지배해 왔습니다. 아니 단순히 지배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같은 종인 인간을 ‘가축화’해서 억압하고 착취해 왔습니다. 창세기는 태초에 하나님이 이 세상을 좋고 아름답게 창조했다고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결코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성경은 그 이유를 ‘타락’에서 찾습니다. 인류의 ‘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이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땅은 ‘하나님’이 다스리지 않고, 인류의 ‘죄’가 다스립니다.

그러면 질문은 자연스레 ‘인류의 죄란 무엇인가’로 넘어갈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인류가 찾은 답은 ‘다양’합니다. 먼저 불교는 삼독(三毒), 즉 세 가지 독을 꼽습니다. 만족할 줄 몰라 애착하는 ‘탐욕(貪欲)’,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는 ‘진에(瞋恚)’, 우매하고 어리석은 ‘우치(愚癡)’가 그것들입니다. 짧게는 ‘탐진치’라고 하지요. 카를 마르크스(Karl Max)는 “생산수단을 공유(共有)하지 않고 독점(獨占)한 것이 죄다”라고 합니다. 모두 옳은 대답입니다. 성경 안에도 다양한 답이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 바울의 답은 “세상의 지혜”를 좇는 것이 죄입니다. 바울이 말한 “세상의 지혜”는 “세상 사람들이 다 ‘정상’(正常, normalcy)이라고 하는 것”을 뜻합니다.

당시 대표적인 ‘세상의 지혜’는 ‘로마의 평화’였습니다. 즉 ‘승리를 통한 평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힘(power)의 추구”였습니다. “힘이 최고다. 그러니 힘을 키우고, 힘을 가져라. 그러면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리라. 그리고 그 승리가 너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리라.” 이것이 ‘로마의 평화’가 내걸었던 ‘구호’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예부터 지금까지 개인과 사회와 국가가 추구해온 가치요 목표였습니다. 인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으며 이러한 ‘세상의 지혜’에 길듭니다. 이 세상의 지혜는 변치 않는 시대정신이요, 인류를 지배해온 ‘영’이요 ‘혼’이요 ‘얼’이요 ‘넋’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불가능이 가능함을 예수에게서 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서 보았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십자가를 ‘세상의 지혜’에 반대되는 ‘하나님의 지혜’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 쪽에서 보면 ‘지혜’지만 사람 쪽에서 보면 ‘어리석음’이므로 ‘하나님의 어리석음’이라고도 말합니다. 아무튼, 바울에게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예수의 평화’가 ‘로마의 평화’에 대안임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힘으로 이기는 것이 승리가 아니라, 멋지게 지는 것이 진정한 승리임을 입증한 사건이었습니다. 바울이 십자가 사건을 그렇게 본 이유는 예수로부터 비롯된 하나님 나라 운동, 공짜 치유와 열린 밥상공동체로 대표 되는 ‘(분배) 정의를 통한 평화 프로그램’이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들풀처럼 번져갔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로마제국 내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은 벌였다는 것은 예수가 ‘세상의 지혜’에 조정 당하지 않고, ‘하나님의 지혜’를 좇으며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즉 예수의 주인은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었습니다. 그런 예수를 세상은 십자가 처형으로 ‘거부’(No)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세상이 처형한 예수를 부활시킴으로써 예수를 처형한 세상을 ‘거부’(No)했고, 세상에 처형당한 예수를 ‘긍정’(Yes)했습니다. 그 생생한 증거가 하나님 나라 운동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퍼져나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래서 마침내 바울도 거기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영의 지배를 받는 옛사람을 죽이고, 하나님의 영이 주인인 새사람으로 거듭나서 하나님 나라 운동 동역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그랬듯이 바울도 다른 사람을 그 운동에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의 목표는 단순하게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사회의 개조, 세상의 변혁이었는데, 이를 위해 그는 ‘공동체’를 만들었고, 사람들을 개종시켜 공동체 안에서의 새로운 생활로 이끌었습니다. 즉 바울이 자주 쓰는 “그리스도 안(in Christ)”이라는 말은 이 세상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에 따라 사는 방식, 힘을 추구하며 사는 생활방식과는 철저히 다른 대안 공동체 안에서의 생활방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 안”이라는 말은 새로운 정체성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정립을 뜻하는 은유입니다. 그러나 바울에게 “그리스도 안에서의” 생활은 개인들의 새로운 정체성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언제나 공동체적인 문제였습니다. 바울의 목적과 열정은 “이 세상의 지혜”가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 대한 대안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울 서신에서 ‘그리스도 안에서’(in Christ), ‘성령 안에서’(in Spirit),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으로’(into the body of Christ)는 모두 같은 말입니다. 표현만 다르지 다 같은 뜻입니다. 그 반대는 ‘아담 안에서’, ‘육체 안에서’ ‘죄 또는 죽음 안에서’입니다. 이런 사전 지식을 갖고 오늘의 본문을 다시 읽으면 새롭게 보이실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공동체

바울은 옛사람에 대해서 죽고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비결을 세례라고 보았습니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나에게 재현해내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앞서 말했듯이 바울은 개인을 개종시켰을 뿐 아니라 그 개인을 공동체 생활 안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물세례는 한 번이면 충분하지만, 성령세례는 평생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전향(轉向)은 한 번 하는 것이지만, 성화는 평생 걸어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being이 아니라 becoming입니다. ‘됨’이 아니라 ‘되어감’입니다. ‘완료형’이 아니고 ‘진행형’입니다. 고이면 썩고, 멈추면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지혜가 이 땅을 실제로 지배하고 있어서 혼자 세상에 나가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안 공동체가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힘이 되어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되어 주지 않으면, 이 세상 속에서 살면서 변절하지 않고 버틸 도리가 없습니다. 그걸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 다칩니다. 낭패를 당합니다. 그래서 ‘신앙공동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공동체 없는 신앙생활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하기까지 합니다. 그리스도교에 독학은 없습니다. 졸업도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평생 몸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체험한—맛본 하나님 나라를 우리 몸으로 기억하며, ‘아직’ 전면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그 나라의 완성을 위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 사는 곳, 그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런데 지금 형태의 공동체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세상은 강하고 큰데 우리는 힘없고 작기 때문입니다. 더 강한 연대와 더 많은 협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교회의 중장기 대책으로 공동체성 강화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수살이 공동체 소개

작년 성경공부반에서 많은 공동체를 공부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잘 살펴보지 못한 공동체 하나를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공동체는 ‘예수살이공동체’라고 하는 가톨릭신자공동체로, 지금부터 22년 전인 1998년에 우리에게 ‘박노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시인 박기평의 친형인 박기호 신부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공동체입니다. 저들은 우리의 시대 상황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고 역사적 예수를 본받아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의 정신으로 지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결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구호도 “지상에서 천국처럼”이고, 생활 지침도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살기”입니다.

저들은 구성원 모두가 공동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동(이삭을 머금고 있는 벼를 피어나게 한다는 뜻) 교육과, 장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자교육을 통해 양성된 ‘배동이’와 ‘제자’가 있는데, 이들 준회원 중에서 특별히 서원한 사람을 ‘민들레’라 부르는데 이들만 정회원입니다. 그리고 정회원들 중에서 서울에 ‘밀알공동체’라는 청년생활공동체가 있고, 충북 단양 산촌에 ‘산위의 마을’이라는 공동체 마을이 있어 여기에 사는 사람들만 공동생활을 합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공동생활을 하지 않는 회원들의 모임인 ‘두레’입니다. 두레원을 ‘더부네’라 부르는데, 저들은 각자 따로 살면서 모두 사행과 오계의 수덕(修德) 생활을 합니다. 사행은 ‘매일 명상생활[日 默想(일 묵상)], 매주 섬김 활동[週 積功(주 적공)] 매월 성찰모임[月 察考(월 찰고)], 매년 공동체생활[年 共生 (연 공생)]’을 말합니다. 오계는 기도, 노동, 공유, 배려, 정직입니다. 매월 성찰모임이 바로 두레모임인데, 학교, 본당, 직장, 가정 등 생활 활동 여건에 따라 '두레'를 구성하여 모임을 갖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지상에서 천국처럼 살기를 청하오니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하시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함에서 기쁨을 얻게 하시며 세상의 변혁을 위한 몸 바침으로 한생이 예수를 닮아 살게 하소서.

저들은 매 두레모임 때마다 위 ‘예수살이 청원기도’를 드립니다. 이어 영적독서와 나눔 시간이 이어집니다. 나눔 시간에는 주로 ‘광야수행’의 표본인 ‘OFF 운동’에 대하여 성찰을 합니다. ‘광야수행’은 예수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쳤듯이, 소비사회에서 주체성을 고수하는 운동입니다. 쇼핑을 하지 않거나, 핸드폰, 신용카드, 패스트푸드, 텔레비전, 자동차를 끊어버리거나 최소한으로 쓰는 ‘예수살이운동’입니다. 또 한 달 동안 어떤 부분에서 광야수행을 했는지 서로 나눔을 하는데, 환경과 관련하여 소비를 줄이는 것(전기, 물 아껴 쓰기 등), 독서에 대한 성찰, 유기농 제품 애용, 우리농촌 살리기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앞서 철학자 강신주가 한 말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은 어쩌면 ‘전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등불을 먼저 밝힌 자가 그 등불이 필요한 자, 혹은 그 등불로 삶이 달라질 수 있는 자에게 등불을 전한다. 전등의 마음이 없다면, 이웃에 대한 강한 애정이 없다면, 신앙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예수살이공동체 더부네들은 이 시대에 ‘예수의 등불을 세상과 이웃에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예수살이공동체의 이상을 우리 교회도 본받을 수는 없을까요? 저들처럼 우리도 “먼 길 함께 가는 벗,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되는 벗”이 되어, 부디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살아” 지상을 천국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꿈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