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죄, 그리고 구원

14우리는 율법이 신령한 것인 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육정에 매인 존재로서, 죄 아래에 팔린 몸입니다. 15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16내가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곧 율법이 선하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17그렇다면,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 18나는 내 속에 곧 내 육신 속에 선한 것이 깃들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그것을 실행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19나는 내가 원하는 선한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원하지 않는 악한 일을 합니다. 20내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면, 그것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 21여기에서 나는 법칙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나는 선을 행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나에게 악이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22나는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나, 23내 지체에는 다른 법이 있어서 내 마음의 법과 맞서서 싸우며, 내 지체에 있는 죄의 법에 나를 포로로 만드는 것을 봅니다. 24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주겠습니까? 25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롬 7:14-25a)

죄책감과 수치심

오늘 본문은 원래 지난 주일 것인데, 우리 교회가 지난 주일을 ‘청년 주일’로 지킨 관계로 그냥 지나쳤기에 오늘 다루게 되었습니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자연히 박원순 시장이 떠올랐습니다. 앞서간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도 생각났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는데, 장례와 조문을 둘러싸고 분열과 공방이 있어서 마음이 매우 착잡합니다.

저는 그 공방에 제 의견을 보태지 않겠습니다. 아마 교우 여러분 의견도 갈릴 것이고, 이쪽도 저쪽도 수긍이 가는 면이 분명히 다 있습니다. 다만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치인들 가운데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이 많은지가 안타깝습니다. 정말로 나쁜 사람은 파렴치하게 목 뻣뻣이 들고 잘살고 있는데, 왜 좋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가혹’할까요? 그 이유는 부끄러움, 즉 수치심 때문일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염치(廉恥)라고 하지요. 저는 부끄러움 때문에, 염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옳다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沒廉恥)나 부끄러움이 아예 없는 파렴치(破廉恥)는 분명히 옳지 못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죄책감(guilt)과 수치심(shame)을 구별하면서 어떤 문화는 죄책감을 중시하는가 하면 어떤 문화는 수치심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는 죄책감을 더 중시하고, 공동체주의가 발달한 사회는 수치심을 더 중시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죄책감은 ‘특정 행동’에 대한 감정이고, 수치심은 ‘존재 자체’에 대한 감정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죄책감은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지만, 수치심은 존재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자녀를 혼낼 때, 죄책감을 깨우쳐줘야지 수치심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보통 인류학자나 심리학자는 죄책감이 수치심보다 더 우수한 감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서양 중심적인 가치 판단이기에,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박원순 시장 사건은 죄책감(guilt)과 수치심(shame)에 관한 문제를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로마서 복습

이제 로마서 본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본문은 ‘죄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14절에서 바울은 스스로를 “육정에 매인 존재”이고, “죄 아래에 팔린 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5절에서는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라고 자기 신세를 한탄합니다. 여기서 바울이 말하는 의지와 행동의 괴리는 왜 발생할까요? 마음은 원하지만, 육신이 약해서 그럴까요? 이 질문들에 관한 답은 본문 자체에서 찾으면 안 되고, 오늘 본문 이전까지 바울이 한 말들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로마서 ‘복습’이 필요합니다.

제가 로마서 시리즈 증언을 통해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로마서의 큰 주제는 “하나님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입니다. 또 하나님의 꿈이란 하나님의 ‘뜻’(will)이, 하나님의 ‘의’(righteousness)가, 하나님의 ‘정의’(justice)가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죄와 악으로 더럽혀진 세상을 깨끗이 ‘청소’하여,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고 하신 창조의 첫 세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 대청소”는 하나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동역자(co-worker)가 되어 함께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동역자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합니까? 바로 세례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at-one-ment)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6장 2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죄에 대해 죽은’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바울이 말한 ‘죄’는 언제나 ‘세상죄’를 가리키고,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구조악’입니다. 따라서 ‘죄에 대해서 죽었다’, ‘죄 때문에 죽었다’라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가 ‘구조악’ 때문에 죽었고, ‘구조악’에 대해서 죽었다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제국’이라는 ‘구조악’에 의해서 십자가에 처형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죽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제 로마제국의 ‘힘’, 죄의 ‘힘’이 미치지 못합니다. 법은 산 사람에게나 적용되지, 죽음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십자가 죽음 이후에 예수 그리스도는 더는 죄의 다스림을 받지 않는 부활의 ‘새 생명’으로 살아납니다. 더는 세상죄가, 구조악이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는 세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흡수 통일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로마서 6장 11절에서 “이와 같이 여러분도, 죄에 대해서는 죽은 사람이요, 하나님을 위해서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증언합니다. 똑같은 이유로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나에게 세상은, 세상 풍조는, 세상의 가치는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 결과 이제 세상이 아닌 하나님이 내 ‘주인(主人)’이 됩니다. 그래서 로마서 6장 13절의 말씀처럼 이제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도구, ‘불의의 연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구로, ‘의의 연장’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어떻게 바울은 바로 6장에서는 “우리는 죄에는 죽은 사람인데, 어떻게 죄 가운데서 그대로 살 수 있겠습니까?”(6:2)라고 말하고는, 7장에서는 “나는 육정에 매인 존재로서, 죄 아래에 팔린 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자들은 7장에서 1인칭으로 말하는 ‘나’를 ‘바울이 아니’거나 아니면 ‘현재가 아닌 과거의 바울’이라고 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정답이든지 간에, 7장이 말하는 ‘나’는 ‘율법’에 기대는 자입니다.

14절에서 바울은 율법은 “신령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신령한 율법은 나를 죄에서 구해내지 못합니다. 세상죄에서 구조악에서 해방하지 못합니다. 단지 내 행동이 죄임을 일깨워 줄 뿐입니다. 내가 아직 “힘이 구원이다”라고 선전하는 세상 풍조에, “이게 ‘정상’이고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말하는 세상 사람들의 주장에 휩쓸려 살고 있음을 폭로할 뿐입니다. 왜 그렇까요? 그것은 율법이 가진 한계 때문입니다.

법이 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알려주고, 그 법에 복종할 책임감을 알려줍니다. 즉,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 규정이 그 법을 지키도록 하는 내적인 힘을 불어넣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도로에 있는 제한속도 50km라는 표지판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제한속도를 꼭 지키도록 우리에게 내적인 힘을 불어넣지는 못합니다. 이렇듯 법은 지식이라는 힘은 주지만, 그 지식과 함께 복종할 힘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본문 15절에서 지식과 의지 사이, 양심과 행동 사이의 깊은 균열을 고백하면서, 법이 확실한 정보는 알려주지만 변혁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죄의 법에 포로가 된 몸입니다. 이런 처지를 바울은 24절에서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주겠습니까?”라는 탄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바울은 갑자기 25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말합니다. 25절의 뜻은 “법이 못한 일을 예수 그리스도가 해냈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앞의 6장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이, 그리고 그것을 본받은 세례를 통한 나의 죽음이 그 정답입니다. 즉, 세례를 통해 예수의 죽음이 내 죽음으로 이어지면, 예수의 부활도 내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세례를 통해 내가 죽지 않으면 나는 부활의 새 생명을 누릴 수 없습니다. 부활한 새 피조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즉, 죽지 않으면 여전히 죄의 종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내 멍에를 메고...

마침 오늘 로마서 7장의 말씀과 함께 주어진 복음서의 말씀은 마태복음 11장 28-30절입니다. 그 말씀은 이렇습니다.

28"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29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30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 11:28-30)

제가 3년 전에 이 본문으로 증언하면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이 본문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내 멍에를 주님이 함께 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멍에를 내가 함께 지는 것입니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누가 주체냐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은 우리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19나는 율법과의 관계에서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죽어버렸습니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려고 하는 것입니다. 20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갈 2:19-20).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제부터 바울의 삶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입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시련을 겪을 때마다 그런 내 형편과 처지를 외면하는 주님을 원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 삶의 주인이 사실은 나 자신이 아니고 주님임을 깨달을 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시련 또한 내 것이 아닌 주님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따라서 지금 나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알고 난 뒤에 바울은 그 누구도 감당 못할 역경을 헤쳐 나가야 했고, 그의 일생은 고난으로 점철되었지만 그의 서신 어느 구석에도 “힘들다”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는 환난 속에서도 감사했고, 옥중에서도 기뻐했습니다. 그 까닭은 그가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그냥 주님의 멍에를 함께 지고 가는 조연이기에 주님께 모든 걸 맡기고 주님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바울은 이 한 가지 태도를 굳게 지킴으로써 자유롭고 담대할 수 있었습니다. 자족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오래 전에 박경철이라는 의사가 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서울과 대전에서 외과전문의로 일하다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약속대로 40세에 낙향해서 경북 안동에서 한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던 그의 환자 중에 정말 팔자가 기막히게 기구한 아주머니가 한 분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풍산의 어느 작은 마을 이장댁이었는데,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산에서 귀한 버섯을 따는 바람에 버섯전골 잔치를 열었다가 그 버섯이 독버섯이어서 큰 화를 당했습니다. 큰아들을 잃었고, 남편은 반신불수가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뒤에는 작은 아들이 경추골절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었습니다. 아들 살려보려다가 가산을 다 탕진했습니다. 그런데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그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더니 그 해 겨울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한 방에 누워 아버지와 위로를 주고받던 총명하던 작은 아들에게 정신적인 퇴행이 왔습니다. 다른 사람 위해서 사는 사람도 많은데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하는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아무 불평도 없던 신앙심이 깊은 딸은 결국 수녀원행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딸마저 일 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큰아들과 남편은 죽고, 작은아들은 불구에 정신지체자가 되고, 하나 남은 딸은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갈 희망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아무 희망 없는 지옥 같은 나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가 두 살배기 손자를 남겨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아주머니는 상가 마당에서 이러 저리 기어 다니던 그 아이가 눈에 밟혀 도저히 고아원에는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두어다가 정성 들여 키웠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딸아이의 원인 모를 병이 싹 나은 것입니다.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놀라운 치유의 은혜가 일어난 것입니다. 나중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 아이를 입양해 간 후 아주머니 가족은 안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버려진 아이가 또 눈에 띄어 데려다 키우고 입양시키기를 열 차례가 넘게 했습니다. 하지만 세 살 된 장애아는 여덟 살이 되도록 아무도 입양해 가질 않았습니다. 호적이 없어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복지시설에 보내기에는 너무도 가슴 아팠고, 그래서 모녀는 고민하다 어려운 결단을 내렸습니다. 아직 시집 안 간 딸아이 앞으로 그 장애아를 입적시킨 것입니다. 할머니뻘인 자기 호적에 입적하면 나중에 자기가 주워온 아이임을 알고 마음 상할까봐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원장님요, 사람들이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안 되겠능요. … 나는 진짜 행복합니더.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 감사하고. 내가 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기 또 감사하고, 내 자식 남의 자식칼 거 없이 내 곁에서 돌볼 수 있어 감사하고…. 그래서 노상 웃고 다니지예. 안 웃을라꼬 해도 너무 좋아서 자꾸웃어지지예.”

세 가지 사랑

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주님의 멍에를 메고, 주님을 배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멍에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거운 것이 아니라 편하고 가벼운 것임을 자신의 생으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사랑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저절로) 해지는 사랑’입니다.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이 그 좋은 예입니다. 둘째는, ‘해야만 하는 사랑’입니다. 비록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사랑이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사랑이 (저절로) 해지는 단계의 사랑’이 있습니다. 이런 사랑은 절대 내 의지만 갖고 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아니라 주님이 내 삶의 주인이 될 때 가능합니다. 내 안에 내가 죽고 주님이 살 때 가능합니다.

이런 사랑이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고, 그 십자가 사랑의 은혜를 내가 본받은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이 나를 구원하고 세상을 구원합니다. 아무쪼록 이런 사랑의 사람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