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1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2머리 위에 부은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을 타고 흘러서 그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3헤르몬의 이슬이 시온 산에 내림과 같구나. 주님께서 그곳에서 복을 약속하셨으니, 그 복은 곧 영생이다. (시 133:1-3)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우리는 청년주일로 이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 교단은 3월 둘째 주일을 청년주일로 지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때문에 우리 서울제일교회는 3월 첫째 주부터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오늘 약 4개월만에 청년주일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저는 1년에 1번 청년주일에만 주일예배 설교를 하기 때문에 오늘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기다렸는지 아니면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만... 매번 청년주일 때마다 말씀드리지만 한국어 설교는 저에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제 설교를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시지요. 저는 2015년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배고파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 특히 제일교회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일교회 한 식구로서 여러분과 함께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여러분과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성경 말씀을 읽고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사실 이 구절은 우리 청년회가 2월 말에 다녀온 겨울 수련회 개회예배 설교 때 제가 청년들과 함께 나누었던 말씀입니다. 그때는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기 직전이었습니다. 2월… 굉장히 먼 과거 같지 않습니까? 그때는 세상이 이런 식으로 바뀌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도 제가 이 성경 구절을 고르긴 했지만, 그때는 지금만큼 이 말씀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조금 더 자세히 이 말씀을 살펴볼까요?

이 133편의 말씀이 포함된 시편 120편부터 134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라고 글머리에 나와 있습니다. 이 열 다섯 편의 시는 지금 우리가 보는 시편에 실리기 전부터 작은 하나의 시집으로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 작성된 시기와 장소는 각각 다르지만 누군가가 그것을 모아 조금씩 편집을 하고, 이것을 시집으로 만든 모양입니다. 나중이 되어서야 150편의 시편 속에 들어왔습니다.

이 작은 시집은 "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즉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할 때 사용된 시집이라고 여러 학자들이 말합니다.
유대 사람의 율법에는 적어도 1년에 세번, 3대 축제인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에는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해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해마다 세번 가기는 어렵고, 1년에 한번이나 몇 년에 한번만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순례 때 사용된 시집이었지요. 시집이라 하고는 있지만, 당시에는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여기에 멜로디도 있었기 때문에 노래집이라고 하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교회에도 이 노란 노래집이 있는데요, 바로 이 노래집 안에 시편 133편 노래가 있습니다. 62번 Hine Ma Tov라는 곡이 있는데 저도 신학교에서 히브리어 수업 때 이 노래를 배웠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찬양과 사귐 시간이 없지만, 나중에라도 함께 부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축제를 하러 갈 때, 그 여행길에서 부른 곡이라고 생각한다면 시편이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 3대 축제는 한국으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명절 때에는 친척들이 모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순례는 민족 전체가 명절을 맞아 친척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유대 사람들의 관습은 우리의 관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당시에는 지금처럼 자동차나 KTX는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걸어가야 했습니다. 얼마나 걸렸을까요? 복음서에는 예수님도 역시 예루살렘으로 순례했다고 나옵니다.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젊은 남성이 혼자 여행해도 꼬박 이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면 최대 5일 정도 걸렸습니다. 그다지 편안한 여행은 아니지요. 그래서 노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성전으로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전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이 시집의 첫 노래인 시편 120편은

 "내가 환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
여호와여 거짓된 입술과 속이는 혀에서 내 생명을 건져 주소서.
나는 화평을 원할지라도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싸우려 하는도다."

이렇게 시작합니다. 시인은 외국에 있고, 거짓과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편 120편은 그런 고난을 다룸으로써 성전에 대한 시인의 강한 동경을 암시합니다.

다음 121편은 신뢰의 노래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121편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죠. 이것 역시 이 노란 노래집에도 있습니다.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 어디서 오나” 이 곡이지요.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하나님은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는다.
순례를 출발할 때는 이렇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내용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노래집은 고난의 경험과, 고난에서 구해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 그리고 감사의 노래가 반복됩니다. 예루살렘까지 걸어가면 당연히 힘들겠지요.

그 힘듦과 유대 민족의 고난을 포개면서 노래한다.
예루살렘에 가까워지면서 기쁨이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신뢰와 감사를 노래로 부른다.
그 노래의 내용이 신체적 경험과 연결된다.
노래를 통해서 유대민족의 경험이 지금 나의 경험과 연결된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되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런 식으로 "성전으로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 는 단순히 순례 길에서 불렸을 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정의 이정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중에서 133편은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난 기쁨을 나누는 노래입니다.
1절에 한국어로는 "함께 산다"고 나와 있는데, 이 단어를 직역하면 “같이 앉다”입니다.
우리도 지금 같이 앉아 있지요. 같이 앉고, 같이 예배하고, 같이 먹고. 이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지! 그런 노래입니다. 그 기쁨이 마치 향이 좋은 기름이 머리에서 수염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시원한 은혜의 이슬이 헐몬산에서 시온까지 한국식으로 하면 백두에서 한라까지 기쁨이 확장된다는 이미지입니다.

다시 만나는 기쁨! 온라인 예배가 끝나고 다시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 드리기 시작했을 때, 그 기쁨을 분명히 온몸으로 느꼈을 겁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 시간은 두 달이었습니다. 인생의 길에 비하면 고작 단 두 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주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지 못한 2개월이 정말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두 달 만에 여러분들을 보니 너무나 반갑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모인지 오늘로 벌써 두 달 되었습니다. 혹시 이렇게 매주 만나는 기쁨이 이미 익숙해지지는 않았나요? 하지만 이 기쁨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자매교회인 니시카타마치교회는 오늘부터 다시 교회에 모여서 예배드리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지금 이 시간 니시카타마치 교우들도 기쁨을 나누고 있겠지요.
사실 얼마 전 우리 청년회는 오랜만에 니시카타마치교회 청년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에 다녀온 건 아닙니다. 지금 유행 중인 줌이라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지요.

원래는 올해 10월에 니시카타마치교회와 한일합동수련회를 가질 예정이었습니다만,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라도 만나자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오늘 시편의 말씀처럼 아름답고 즐거워 보이시죠?

평소에는 떨어져 있지만 2년에 한 번씩이라도 자매교회와 만날 수 있는 한일합동수련회도 시편 133편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매 주일마다 모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일에는 각자 떨어져 생활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순례자 같습니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하나님, 이 고난에서 구해주세요”라고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일도 일어납니다. 그런 일주일의 여정을 마치고 주일에 다시 교회에 모여 자매 형제들과 함께 예배한다. 아, 다시 여기에 돌아왔구나 하며 무거운 짐을 두고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곳,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교회를 가족에 비유하곤 합니다. 안심감을 느끼고 쉴 수 있는 곳. 그리고 오늘 말씀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즐길 수있는 곳. 여러분이 교회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주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가 함께 읽은 “기독교의 심장”의 저자인 마커스 보그 또한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에게 교회는 고향 집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커스 보그는 1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즉 청년 시기 약 20년 동안 기독교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여 교회를 떠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결국 돌아왔습니다. 기독교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에게는 교회가 고향 집 같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 배운 기독교 지식 중에서 잘못된 것은 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기독교는 자신에게 친숙한 고향의 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사람 또한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회를 떠난 사람, 아직 떠나지는 않았지만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여기에는 휴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서 교회에 나올 여유가 없거나, 경직된 교회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거나,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외국인에 대한 교회의 차별적인 태도 때문에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예수의 길 위에 있는 것처럼, 교회 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한 길 위에 있습니다. 교회 자체의 여건이 소외된 사람들을 모두 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조금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한 번도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교회를 떠난 후에야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지요.

이것을 소개할지 말지 고민했는데요. 지난 설날에 인터넷에서 발견했습니다. 잔소리 메뉴판. 보고 놀라실 분도 계실텐데요.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듣게 될 잔소리를 모아놨습니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착해서 이런 말을 들으면 웃으면서 대답해주곤 합니다. 하지만 이 메뉴판을 보면 사실은 이들도 잔소리를 듣기는 싫은가 봅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려면 계산을 먼저 부탁합니다" 이런 리스트입니다. 가격을 보시면 얼마나 싫은지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너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맞습니다! 그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은 듣기 싫다고 직접 말할 수 없는 겁니다. 이런 농담 같은 메뉴판을 만들어서 마음을 풀 수밖에 없지요.
이것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는 여러분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데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마커스 보그도 자기에게 교회는 마치 고향 집 같다고 하면서, 반대의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학대를 당한 경험 때문에 기독교가 결코 고향 집처럼 생각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종교적인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단어가 고통을 준다면 우리의 이러한 표현 방식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사 일을 하면서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자기 집이야말로 가장 괴로운 곳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어폭력, 신체적인 폭력, 그리고 성폭력을 자신의 집에서, 가족에게 당한 사람들입니다. 마커스 보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고 거기에서 학대를 당한 사람을 언급했습니다만, 이건 기독교 가정이 아니어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사람이 교회에 온다면 그때 가서 특별히 신경 써주면 되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나자마자 마음의 상처를 꺼내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할 수 있을지 신중히 살필 겁니다.
섣부르게 그 사람과 친해졌다고 판단하고 “명절인데 집에 안가요?”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요? 그 사람에겐 집이 가장 안심할 수 없는 곳인데, 교회는 가족 같은 공동체니까 안심하라고 하면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이들은 조용히 교회를 떠날 겁니다. “교회는 가족이다”라는 말의 본질을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가치관에 따르면, 그것은 혈연이나 혼인여부, 또는 “가족”이라는 말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하나님이 품어주시는 곳에서 "함께 앉아" 안심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 다시 가고 싶은 곳, 힘든 일과 무거운 짐을 두고 하나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그곳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곳, 안심하고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는 곳, 공동체의 지체가 서로의 치유자가 되는 곳.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교회의 길은 이러한 가치 위에 있어야 합니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가 오더라도 꽈악 안아줄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집이나 사회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교회에 가면 괜찮다, 나에게는 교회가 있다, 그렇게 생각되는 곳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이것은 어른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닙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에요. 청년들은 교회의 손님이 아니에요. 교회는 함께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같이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만남의 기쁨이 서울제일교회에서 확장되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그리고 세상으로 확장되길 소원합니다.▩